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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삭막한 올림픽, 뭐가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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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삭막한 올림픽, 뭐가 달라질까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7.2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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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소프트볼 일정은 일찌감치 시작됐다. 정식 개회 전부터 이미 수많은 논란에 휩싸였다. 유례가 없는 팬데믹 상황에서 전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은 소리 없는 팡파르를 울리게 됐다.

여전히 일본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은 좋지 않다. 확산이 가속화되고 있다. 현지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20일 일본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오후 6시 15분까지 3758명에 달했다. 개최지 도쿄에서만 신규 확진자 1387명이 발생했다. 일주일 전보다 557명(67.1%) 많다.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대회 관계자 중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도 20일 기준 67명이나 된다.

팬데믹으로 1년 미뤄진 2020 도쿄 올림픽은 23일 오후 8시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막을 올린다. 유행병으로부터 선수를 보호하고자 불참하는 북한을 제외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소속 205개국과 난민 팀이 열도의 폭염 아래 기량을 겨룬다.

코로나 시대에 열리는 올림픽은 기존 대회와 비교해 어떤 점이 다를까.

[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와 IOC는 각자의 셈법 속에서 1년 연기된 대회를 결국 무관중으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 천문학적 경제적 손실

57년 전 아시아 대륙에서 최초로 열렸던 1964 도쿄 올림픽은 일본이 2차 세계대전 패전국에서 벗어나 세계 중심으로 다시 진입하고 있음을 알린 대회였다. 반면 이번 대회는 결국 감염병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대회를 1년 연기했다.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전제됐건만, 변이 바이러스가 생겨나면서 시국은 여전히 여의치 않아 보인다.

IOC와 일본 정부는 각자의 셈법 속에서 타협했고, 올림픽을 강행한다. IOC는 올림픽이 열리지 않을 경우 운영비 73%를 차지하는 방송 중계권료를 받을 수 없다. 일본 집권 자민당은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 후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고자 대회 개최를 밀어붙였다.

그럼에도 경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천문학적 액수의 손해가 기다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미 대회를 1년 연기하면서 추가비용을 들였다. 올림픽 사상 최대인 154억 달러(17조5560억원)가 투입됐다.

하지만 9300억 원에 이르는 티켓이 환불 조치됐다. 여행객들의 방문으로 인한 수익 창출과 소비 진작은 꿈도 못 꾼다. 일본 민간연구소 노무라소켄은 지난 12일부터 6주 동안 발효되는 긴급사태와 무관중 대회로 인해 교통, 숙박 등 소비 지출이 1309억 엔(1조3666억 원) 감소할 것이란 예상했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는 2조4133억 엔(25조 원) 규모 경제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 내다봤다.

대회가 끝나면 예상보다 늘어난 비용을 누가 감당할지를 두고 일본 중앙정부와 도쿄도(東京都)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경제적 이익이 급감한 스폰서들이 조직위와 IOC 등을 상대로 소송전을 불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사진=연합뉴스]
올림픽 최고 등급 후원사인 도요타는 TV 광고를 내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후원사들은 몸 사리기 바쁘다. [사진=연합뉴스]

◆ 몸 사리기 바쁜 기업들

도쿄 올림픽 최고 등급 후원사인 도요타 자동차가 올림픽과 연동된 자사 TV 광고를 하지 않기로 한 건 이번 올림픽이 코로나로 얼마나 큰 타격을 입었는지 말해준다. 역시 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인 파나소닉의 유키 쿠스미 사장 역시 개회식에 참석하지 않는다. 일본 기업 NTT, NEC도 개막식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일본항공(JAL)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여전히 현지에선 올림픽을 반대하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기업 이미지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올림픽 광고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독도를 일본 땅으로 표시하고 군국주의 상징 욱일기를 이용한 응원을 허용하면서 국내에서도 올림픽에 대한 부정여론이 커졌다. 국내 기업들 역시 올림픽 특수에 대한 기대감을 접었다.

국내 기업 중 유일한 올림픽 글로벌 파트너 삼성전자도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예년과 달리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TV 광고 대신 자사 유튜브 채널만 활용하고 있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과 비교하면 여러 방면으로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사진=연합뉴스]
메인 경기장인 도쿄스타디움은 6만8000석을 갖췄지만 개회식에는 1000명가량의 내외빈만 참석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3년 전 성대하게 치러졌던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는 분위기가 상이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3년 전 성대하게 치러졌던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는 분위기가 상이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 초유의 무관중 대회

전쟁이 아닌 사유로 처음 연기됐다는 불명예를 안고 시작하는 이번 올림픽은 사실상 첫 '무관중' 대회로 치러지기도 한다. 일본 정부와 IOC는 변종 바이러스 유입을 막고자 해외 관중은 물론 확산 억제를 위해 일본 내 거주민 경기 입장도 막았다. 수도권 바깥 일부 지역에서만 관중 입장을 허용할 뿐 전 경기 96%는 관중 없이 치러진다.

6만8000석을 갖춘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릴 개회식에도 IOC 관계자 포함 1000명 미만 소규모 내외빈만 초청한다. 국빈급 개회식 참가자도 적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문재인 대통령도 일본에 가지 않는다.

자연스레 개회식이 간결해질 전망이다. 통상 2시간 넘게 소요되던 선수단 입장도 한결 간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개회식을 통해 코로나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참사 등으로 숨진 사람들을 추모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점이 특이점이 될 전망이다. 북한이 불참하기 때문에 리우 올림픽 때처럼 남북 선수들이 함께 사진을 찍는 겨레 화합의 장면도 볼 수 없다.

[사진=연합뉴스]
사상 첫 무관중 올림픽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메달을 깨무는 세리머니를 볼 수 없을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 도쿄 올림픽 = '금지' 올림픽?

선수들은 코로나에 감염될 경우 당연히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양성 판정을 받아 출전이 좌절되면 도핑에 적용되는 '실격' 처리가 아닌 '기권, 미출전'으로 간주된다. 선수와 코치는 매일 코로나 검사를 받게 되며 경기 전날이나 당일 아침까지 음성 통보를 받을 시 경기에 뛸 수 있다. 

메달리스트들은 마스크를 쓰고 시상대에 올라야 하며 직접 메달을 목에 걸어야 한다. 메달을 깨물 수도 없고, 수상자들끼리 모여 사진도 찍지 않는다. 일정을 마친 선수들은 48시간 안에 선수촌을 떠나야 하는 규정이 신설됐다.

1988 서울 올림픽을 시작으로 선수촌에서 나눠주던 콘돔도 올해는 올림픽 기간 선수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수촌을 떠날 때 기념품 형식으로 지급한다. 2016년 리우 대회에선 이집트 유도 국가대표 이슬람 엘 셰하비가 이스라엘 선수를 상대하며 악수를 거부해 퇴장당했는데 이번 대회에는 악수, 포옹, 하이파이브 모두 피하는 게 상책이 됐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도쿄 올림픽은 인류 역사 속에 깊이 각인될 것이다. 일본의 바람과는 정반대 방향으로"라는 말로 암울한 현 상황을 풍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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