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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 도쿄올림픽 개막, 평화-화합 외쳐도 여전한 씁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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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 도쿄올림픽 개막, 평화-화합 외쳐도 여전한 씁쓸함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7.2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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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이름부터 무색한 2020 도쿄올림픽. 대회 성사 여부 자체가 불투명했지만 결국 지구촌 스포츠 대제전이 막을 올리게 됐다.

23일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이 열렸다. 206개 선수단 주요 선수들이 참가했고 다양한 퍼포먼스가 펼쳐지며 전 세계인들의 주목을 끌었다.

6만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올림픽스타디움 객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무관중 규정에 따라 텅 비었고 조용한 분위기 속 개막 행사가 진행됐다.

24일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이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 무관중으로 진행된 만큼 시끌벅적한 무대보다는 조용히 메시지를 전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전 인류가 감동으로 하나 돼 미래를 향해 전진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무대가 펼쳐졌고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존 레논 노래 ‘이매진(imagine)’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또다시 울려 퍼졌다.

개회식 공연팀은 2013년 일본의 올림픽 유치 순간부터 코로나19로 달라진 2020년의 일상을 담담하게 영상에 담았다. 이어 코로나19로 신음하는 가운데서도 운동선수들을 응원하는 인류의 모습과 이에 힘을 얻은 각국 대표선수들이 코로나19의 벽을 깨는 대회로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는 영상이 카운트다운과 함께 흘러나왔다. 이후 형형색색의 폭죽이 올림픽스타디움을 수놓으며 본격적인 개막을 알렸다.

나루히토 일왕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소개에 이어 개회식의 꽃인 선수단 입장이 긴 시간 이어졌다. 근데 최초 올림픽 개최국인 그리스를 시작으로 205개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소속팀과 난민대표팀 등 206개 참가국 선수단이 차례로 올림픽스타디움에 들어왔다.

전체 참가팀 중 103번째로 태극기와 함께 등장한 한국 선수단. [사진=연합뉴스]

 

한국 선수단은 일본어 국가 표기 순서에 따라 대한민국(大韓民國) 이름으로 103번째로 등장했다. 남녀 공동기수 황선우(수영)와 김연경(배구)을 앞세워 장인화 선수단장 등 30명의 한국 선수단이 태극기가 새겨진 마스크와 함께 밝은 표정을 지으며 들어섰다.

통가 피타 타우파토푸아는 또다시 상의 탈의를 하고 오일을 잔뜩 바른 건강미 넘치는 몸을 과시했다. 2016년 리우 하계올림픽엔 태권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엔 스키 선수로 변ㄷ신했던 그는 이번 대회 다시 태권도 선수로 밝은 미소와 함께 등장했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모두의 생각과는 다르지만 올림픽이 열리게 됐다”며 “동일본 대지진과 코로나19 발생을 딛고 대회를 개최해준 분들께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올림픽은 개최 여부도 확신할 수 없었다. 올림픽 꿈이 현실로 이뤄졌다. 여러분이야 말로 진정한 올림픽 대표”라며 “다양성 속 하나가 될 때 우리는 더 큰 존재가 될 수 있다. 함께 할 때 더 강해진다. 

통가 '상의탈의남' 피타 타우파토푸아는 3개 대회 연속 상의를 탈의한 채 건강미를 뽐내며 통가를 알렸다. [사진=연합뉴스]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처음 소개돼 발전해온 픽토그램에 대한 소개도 이뤄졌다. 이번엔 빠르게 발전하는 IT 시대에 발맞춰 움직이는 형상의 픽토그램이 공개됐다. 이를 소개하는 판토마임 공연도 이뤄졌다.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연기자들의 매끄러운 소개로 이날 장시간 개회식 행사 중 가장 눈에 띄는 시간이었다.

드론 퍼포먼스도 빼놓을 수 없는 ‘와우 포인트(가장 인상에 남는 하이라이트)’였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에서 선보였던 드론쇼를 연상케 했다. 1800여 대 드론이 경기장 상공에 도쿄올림픽 공식 엠블럼 모양을 구현하더니 이후 올림픽에 참가한 각국을 나타내는 지구본 형태 구 모양으로 변신하며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후 성화 점화식이 이뤄졌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성화다. 대회 연기로 1년 가까이 표류하던 성화는 코로나19로 인해 제대로 봉송도 이뤄지지 못하다 이날 올림픽스타디움에 도착했다. 일본 선수단 내 에이스들을 시작으로 야구 영웅들, 코로나19 방역 최일선에 섰던 의사와 간호사, 패럴림픽 선수 등이 차례로 경기장 내 트랙을 돌았다.

2011년 도호쿠 대지진이 일어난 5개 지역 출신 어린이 6명도 성화를 들었다. 상처를 이겨내고 미래를 향하는 부흥의 상징격으로 성화를 봉송했는데, 일본이 역경을 이겨내고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게 됐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었다.

일본 테니스 영웅 오사카 나오미는 최종 성화 점화 주자로 나서 감동을 더했다. [사진=연합뉴스]

 

후지산 모양의 점화대가 꽃봉우리가 피어나는 듯한 모양으로 열렸고 일본 테니스 영웅 오사카 나오미가 마지막 점화주자로 나섰다. 일본인 어머니와 아이티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 국적을 택한 나오미는 메이저 대회 4회 우승 등 세계랭킹 2위 선수. 여자 테니스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지만 다른 피부색으로 인해 일본 내에서 편견에 시달렸던 만큼 최종 성화점화 주자로 나선 것은 평화와 화합을 강조하는 올림픽의 방향성과 결을 같이 했다.

다만 야심차게 열린 개회식과 달리 여전히 도쿄올림픽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대회가 1년 연기됐는데, 일본 내에서는 연기 개막 자체에도 부정적인 인식이 더 많았다.

자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년 연기로 이미 막대한 손실을 본 일본으로선 웬만해선 대회를 강행하려 했다. 당초 관중도 절반 가량 받으려고 했지만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해 결국 무관중 대회를 결정했다.

그러나 문제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대회 개막일인 23일에도 오후 6시 30분 기준 신규 확진자가 4225명이나 발생할 만큼 분위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선수들을 비롯한 올림픽 관계자들은 백신 접종을 마치고 코로나 검사까지도 수시로 진행하고 있음에도 이날도 해외 선수 3명 포함 대회 참가자 19명이 신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누적 확진자는 106명까지 불어났다.

2020 도쿄올림픽 개최에 반발하는 이들은 개막일에도 경기장 근방에서 반대 시위를 펼쳤다.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분위기 속 개회식이 열린 도쿄 올림픽스타디움 외부에선 올림픽 개최를 반대하는 시위대가 행진을 벌이기도 하며 어우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운용의 묘도 아쉬웠다. 선수단은 이전 대회들과 달리 관중석으로 향하지 않은 채 질서 없이 운동장 한 켠에 서서 바흐 IOC 위원장과 하시모토 세이코 조직위원회 회장 등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또 일본 정상급 가수 미샤가 ‘군국주의 일본’을 상징한다는 논란이 있는 ‘기미가요’를 부른 것도 논란을 키웠다.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 가사엔 ‘임의 치세는 천 대에 팔천 대에 작은 조약돌이 큰 바위가 되어 이끼가 낄 때까지’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를 비판하는 이들은 가사의 ‘임’이 ‘일왕’을 의미하며 기미가요가 일왕의 치세가 영원히 이어지길 기원한다는 점에서 군국주의 일본을 상징한다고 주장한다.

태평양전쟁 후 폐지됐던 기미가요는 1999년 국가로 법제화됐으며 현재는 학교 입학식·졸업식 등에서 제창이 의무화돼 있다. 일본 사회에서도 오랜 논란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평화의 상징 올림픽에서 제창하기에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이번 대회는 23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다음달 8일까지 진행된다. 총 33개 종목에서 324개 금메달을 두고 대제전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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