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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연어, 피자... MBC 올림픽 개막식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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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연어, 피자... MBC 올림픽 개막식 사과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1.07.24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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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해당 국가 국민과 시청자 여러분께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MBC가 우크라이나, 엘살바도르, 아이티, 노르웨이 등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소개 논란을 일으킨 나라들, 이를 지켜보고 의문을 품은 시청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MBC 콘텐츠프로모션부는 24일 오전 입장문을 통해 “23일 밤 도쿄 올림픽 개회식을 중계방송하면서 국가 소개 영상과 자막에 일부 부적절한 사진과 표현을 사용했다”며 “해당 국가 국민과 시청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사진=MBC 중계화면 캡처]

2020 도쿄올림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에 어렵사리 발을 뗐다. 세계인의 축제가 외부 요인 때문에 우여곡절 끝에 치러진 가운데 MBC는 개회식 방송을 지나치게 가볍게 진행해 물의를 빚었다.

가장 원성을 산 대목은 우크라이나 선수단 입장 때의 체르노빌 원전 사진이었다. 1986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에서 핵 원자로가 폭발해 대량의 방사능이 누출된 사고를 삽입해 의아함을 자아냈다. 온라인 상에선 “한국이 입장할 때 삼풍백화점 붕괴나 세월호 침몰 등을 넣은 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MBC는 엘살바도르가 지난달 세계 최초로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자국 법정 통화로 채택한 것을 상기시키려 했다. 역시 국가 소개에 사용되기엔 무리라는 소리가 나올만하다.

아이티 입장 땐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이 피살된 후 혼란한 정국을 겪고 있음을 알리며 부적절한 사진을 사용했다. 또 노르웨이엔 연어, 이탈리아엔 피자 사진을 넣어 “올림픽 개막식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 아니냐”는 비난에 직면했다.

방송 말미 허일후 MBC 아나운서가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을 사용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김초롱 아나운서도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상황이 심각함을 인지한 MBC는 다음날 오전 프로모션팀 명의로 “문제의 영상과 자막은 개회식에 국가별로 입장하는 선수단을 짧은 시간에 쉽게 소개하려는 의도로 준비했지만, 당사국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크게 부족했고, 검수 과정도 부실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MBC는 “도쿄올림픽 중계에서 발생한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영상 자료 선별과 자막 정리 및 검수 과정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엄정한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며 “나아가 스포츠 프로그램 제작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 유사한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정리했다.

[사진=MBC 중계화면 캡처]

논란을 자초한 MBC는 시청률 대전에서도 체면을 구겼다.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코리아가 24일 오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30분부터 11시 50분까지 중계된 올림픽 개회식 시청률은 KBS 1TV 8.4%, SBS TV 4.8%, MBC TV 4% 순이었다.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MBC와 달리 다른 방송사들은 호평을 받았다. KBS는 송승환 전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의 경험과 지식을 녹여냈다. SBS는 아시아 국가 소개 때 지도에서 독도를 줌아웃해 눈길을 끌었다. 자극적인 멘트를 일삼은 MBC와 달리 각국의 특성을 강조하는 소개 멘트(예 - 콜롬비아 "커피 향만큼 강렬한 존재감 과시할게요")도 인상적이었다.

 

다음은 MBC 보도자료 전문.

해당 국가 국민과 시청자 여러분께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MBC는 7월 23일 밤 도쿄 올림픽 개회식을 중계방송하면서 국가 소개 영상과 자막에 일부 부적절한 사진과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해당 국가 국민과 시청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문제의 영상과 자막은 개회식에 국가별로 입장하는 선수단을 짧은 시간에 쉽게 소개하려는 의도로 준비했지만, 당사국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크게 부족했고, 검수 과정도 부실했습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입니다.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MBC는 올림픽 중계에서 발생한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영상 자료 선별과 자막 정리 및 검수 과정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엄정한 후속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나아가 스포츠 프로그램 제작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 유사한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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