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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100m! 황선우, 첫 포디움 기대감 '쑥쑥' [도쿄올림픽 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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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100m! 황선우, 첫 포디움 기대감 '쑥쑥' [도쿄올림픽 수영]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7.27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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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50m, 100m, 150m. 마지막 편도로 한 번만 페이스를 지키면 2008년 베이징올림픽 박태환(자유형 400m) 이후 한국 수영사 2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탄생할 수 있었다.

아쉬움이 너무 컸다. 황선우(18·서울체고)는 27일 오전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경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5초26의 기록으로 8명 중 7위에 자리했다.

그러나 아직 실망하긴 이르다. 200m 만큼, 어쩌면 그 이상 메달 가능성이 큰 종목이 100m이기 때문이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황선우가 27일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7위로 경기를 마치고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태환의 아우라가 뿜어져 나온다. 시작은 오히려 좋다. 박태환은 2004년 15세로 나선 아테네올림픽에서 부정 출발로 고개를 숙였다. 물론 당시 박태환보다 세 살 더 많은 나이기는 하지만 첫 대회에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시작부터 좋았다. 지난 25일 열린 자유형 200m 예선에서 1분44초62로 한국신기록과 세계주니어신기록을 동시에 갈아치우며  전체 39명 중 1위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특히 박태환의 종전 기록(1분44초80)을 넘어선 것이었는데, 박태환이 2008년 베이징과 2012년 런던에서 200m 은메달을 수확했던 강자였기에 기대감은 자연스레 높아졌다.

26일 준결승에선 1분45초53로 2조 5위, 전체 16명 중 6위로 8명이 진출하는 결승에 가까스로 올랐는데 예감은 좋았다. 7레인을 배정받았는데 오른쪽 팔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로핑 영법’이 특징인 황선우로선 오른쪽 선수들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어 유리한 위치이기 때문.

터치패드를 찍고 아쉬운 얼굴로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는 황선우. [사진=연합뉴스]

 

준결승은 페이스를 조절한 것처럼 보였다. 결승에 나선 황선우는 초반부터 빠르게 치고 나갔다. 50m까지는 유일한 23초대(23초95) 기록이었고 100m 반환지점에선 49초78로 세계신기록 페이스였다. 중계진과 TV와 인터넷을 통해 지켜보던 이들도 손에 땀을 쥐어졌다.

그러나 뒷심이 아쉬웠다. 150m까지도 1위를 지키던 황선우는 마지막 50m 구간 중반 이후 현저히 팔 동작이 더뎌졌다. 마지막 구간에선 28초70으로 8명 중 가장 늦었다. 결국 경쟁자들에 자리를 내줬고 7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영국 톰 딘(1분44초22)과 덩컨 스콧(1분44초26), 브라질 페르난두 셰페르(1분44초66)이 포디움에 섰다.

경기 후 전한 본인의 소감은 시원섭섭이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황선우는 “완주해서 후련하다”면서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150m까지 페이스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오버페이스가 걸려서 마지막 50m 후반에 뒤처졌다. 마지막 50m는 너무 힘들어서 정신없이 했다”고 전했다.

페이스는 뛰어났으나 처음 나선 올림픽에서 경험 부족을 뼈저리게 느꼈다. “옆 선수랑 같이 가면 조금 뒤처지는 부분이 있어서 처음부터 치고 가는 레이스를 생각했다”며 “150m까지는 좋았는데 마지막 50m가 조금 아까웠던 것 같다. (150m까지) 옆에 아무도 없어서 ‘이게 뭐지’ 싶었다. 마지막 50m에서 체력적인 부분이 딸린 거 같다”고 했다.

150m 지점까지 1위를 달려가던 황선우는 오버페이스로 막판 힘을 내지 못했다. 28일 열릴 100m 준결승에선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사진=연합뉴스]

 

취재진에서 100m 기록을 들려주자 황선우는 “정말 오버페이스였다. 49초7이면 너무 오버페이스다. 그러니 마지막 50m에서 말리지”라고 혼잣말을 하며 “50초 정도로 예선 때랑 비슷하게 나올 거로 생각했다. 마지막 50m를 그렇게 한 게 납득이 된다”고 밝게 웃었다.

밝은 성격 덕이기도 하지만 아직 기대할 부분이 남아 있기 때문에 환히 후회하지 않을 수 있었다. 황선우는 박태환과 달리 좀 더 단거리에서 강점을 보인다. 이번 예선 200m에서 박태환의 기록을 깨 화제가 됐는데, 100m 한국신기록은 이미 자신의 것이 된지 오래다.

절치부심해 이날 오후 나선 자유형 100m 예선 7조 경기에선 3레인에서 시작해 47초97 2위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50m 구간까지는 5위였으나 엄청난 막판 스퍼트로 경쟁자들을 제쳤다. 다시 한 번 본인의 한국신기록을 새로 썼다.

200m에서 그 누구보다 빠르게 100m를 통과했던 황선우다. 값비싼 수업료를 낸 만큼 28일 나설 준결승에선 과감한 레이스에 경험까지 더해 더욱 좋은 역영을 기대해 볼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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