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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다 황선우', 아쉬움보단 2024년 파리를 꿈꾼다 [도쿄올림픽 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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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다 황선우', 아쉬움보단 2024년 파리를 꿈꾼다 [도쿄올림픽 수영]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7.29 1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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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순위만 놓고보자면 아쉽기만 하지만 충분히 유의미한 성과였다. 대회 내에서도 성장하며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고 경험 부족을 실감했지만 3년 뒤 희망은 커져만 간다.

황선우는 29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수영 경영 남자 자유형 100m 결승에 6번 레인에서 출발해 47초82, 5번째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주종목을 마친 황선우는 포디움에 서는 데엔 실패했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 수영계에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증명했다.

황선우가 29일 2020 도쿄올림픽 수영 자유형 남자 100m 결승에서 5위로 레이스를 마친 뒤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7일 자유형 100m 예선에서 자신의 한국신기록을 갈아치운 황선우는 28일 준결승에서 47초56, 아시아신기록의 새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중국 닝쩌타오의 47초65을 7년 만에 0.09초 줄였다. 전체 16명 중 4위로 8명이 겨루는 결승에 나섰다.

스스로 “피로도가 높았는데 기대보다 좋은 기록이 나왔다”고 말할 정도로 대회 내에서도 성장을 거듭했다. 1년 만에 한국신기록을 3번 갈아치운 그가 아시아신기록까지 새로 쓰자 일본 내에서도 황선우를 주목했다.

결전의 날. 6레인에서 출발한 황선우는 오른쪽에 위치한 5명을 바라보며 역영을 펼쳤다. 50m 구간까지는 6위였는데 후반 스퍼트를 올리며 5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어딘가 힘에 부친 듯한 기색이었다.

운용의 묘가 아쉬웠다. 지난 27일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00m까진 세계신기록 페이스였고 150m까지도 1위로 질주하던 그는 자신도 인정할 만큼 오버페이스로 인해 마지막 50m 기록은 최하위에 머물렀다. 결국 7위.

6레인에서 역영을 펼친 황선우(가운데). [사진=연합뉴스]

 

경기 후 황선우는 “완주해서 후련하다”면서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150m까지 페이스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오버페이스가 걸려서 마지막 50m 후반에 뒤처졌다. 마지막 50m는 너무 힘들어서 정신없이 했다”고 전했다.

이번에도 비슷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전날보다도 더 아쉬운 기록이 나왔다. 지난 27일 자유형 200m 결승과 100m 예선을 치른 뒤 하루 쉬고 나섰던 전날과 달리 이날은 상대적으로 체력적 여유가 있을 법했지만 기록은 전날에 비해 처졌다.

그러나 결코 소득이 적은 건 아니다. 1952년 헬싱키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낸 스즈키 히로시(일본) 이후 69년 만에 아시아 선수로는 최고 기록을 냈다. 결승에 오른 것 또한 1956년 멜버른 대회 다니 아쓰시(일본) 이후 처음이었다. 그는 당시 7위에 머물렀다. 200m 결승에서 보인 폭발적인 스피드도 놀라웠다. 일본 NHK는 “열여덟 살 황선우가 초반 멋진 레이스를 펼쳤다. 메달을 주고 싶을 정도”라고 호평하기도 했다.

더 고무적인 건 3년 뒤에 대한 기대감이다. ‘포스트 박태환’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박태환은 첫 올림픽에서 부정출발로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황선우가 당시 박태환보다 세 살 많기는 하지만 첫 올림픽부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는 건 의미가 크다.

터치패드를 찍고 아쉬워하는 황선우. 그러나 69년 만에 아시아 선수 최고 기록을 써냈다. [사진=연합뉴스]

 

박태환보다 기대감이 더 키우기도 한다. 100m와 같은 단거리 종목은 폭발적인 스피드를 필요로 한다. 상대적으로 신체적 조건에서 밀리는 서구권 선수들에 밀려 그동안 아시아 선수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던 이유다. 박태환의 주종목도 400m였고 쑨양(중국)도 100m보단 200m 이상 종목에 더 힘을 쏟았다.

그러나 황선우는 엇박자 스타일의 ‘로핑 영법’을 구사해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는데 특화된 유형이었고 아시아 수영의 단거리 희망으로 떠올랐다.

3년 뒤 파리올림픽이 더 기대된다. 통상 수영선수들의 전성기는 21세 이후라고 알려져 있다. 더구나 황선우는 여전히 키가 크고 있는 상황. 이로 인해 본격적으로 근육을 불리는 데 주력하지 못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기세도 황선우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아직 끝난 건 아니다. 자유형 50m와 단체전인 계영 800m에도 출전한다. 물론 100m와 200m와 달리 메달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결과만이 중요한 건 아니다. 황선우는 스스로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선수라는 걸 스스로 증명해냈다. 눈앞의 결과보다 3년 뒤에 그가 서있을 자리에 대한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황선우의 남은 레이스를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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