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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머치토커' 박찬호 해설, 올림픽 데뷔전 말말말 [도쿄올림픽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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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머치토커' 박찬호 해설, 올림픽 데뷔전 말말말 [도쿄올림픽 야구]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7.30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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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코리안특급' 박찬호(48) KBS 야구 해설위원이 선수로서 밟지 못한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이제는 마이크를 잡고 후배들을 응원하고 있는 박 위원이 첫 중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박찬호 위원은 29일 일본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B조 조별리그 1차전 한국-이스라엘 오프닝라운드 1차전을 현장에서 중계했다.

KBS는 이번 대회 앞서 박찬호 위원을 영입했다. 지상파 야구 중계 삼파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야심차게 꺼낸 카드다. 말 많은 다변가로 유명해 '투머치토커(TMT)'라는 말을 만들어 낸 박 위원이 중계석에 앉는다는 소식에 항간에선 방송이 늘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따랐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기우였다.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이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6-5 극적인 승리를 따낸 뒤 온라인 커뮤니티와 각종 SNS에선 '박찬호가 달라졌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박찬호 해설위원이 마운드가 아닌 중계석에서 마이크를 잡고 올림픽에 데뷔했다. [사진=연합뉴스]
본선 앞서 국내 평가전 현장을 찾았던 박찬호 KBS 해설위원. [사진=연합뉴스]

4회 백넘버 61을 다는 최원준(두산 베어스)이 선발투수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오르자 박찬호 위원은 "자꾸 눈에 띄는게 최원준 등번호다. 옛날 생각이 난다"고 운을 뗐다. 이에 함께 호흡을 맞춘 이광용 캐스터가 "옛날 생각이 나더라도 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하자 "로스앤젤레스(LA) 때부터 생각이 나서 길어져가지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KBS가 자체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중계석 영상을 보면 박찬호 위원 스스로 절제하기 위해 입을 꼭 다물고 있는 장면이 여러차례 눈에 띈다. 박 위원 캐릭터와 대조적인 상황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LA 시절을 언급하는 일은 자제했지만 최원준이 호투하자 "등번호가 좋다"고 너스레를 떠는 일은 잊지 않았다.

또 박 위원은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이 타석에 등장하자 "김혜성은 박찬호 어린이 야구캠프 출신 중 최초로 (캠프에서) 코치 역할도 해준 선수"라며 "참 좋아하는 후배"라고 대견해했다. 이광용 캐스터는 김혜성이 타격에 성공하자 "여기서 또 한 번 좋은 역할 해주기를 바란다"며 황급히 박 위원 말을 끊었다.

이광용 캐스터는 중계 내내 박찬호 위원 말이 길어지지 않도록 조율했다. 7회 이스라엘 조시 자이드가 등판하자 박 위원은 유대인의 민족 자긍심을 언급하면서 LA 다저스 시절 동료 션 그린에 얽힌 일화를 설명했는데, 말이 길어지자 이광용 캐스터가 적절히 분량을 조절한 게 대표적이다. 그는 중계를 마치면서 "오늘 하루 내내 박 위원 말이 길어지는 걸 방지하려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는데, 오히려 반대였다"고 총평하기도 했다.

2006 WBC 4강을 이끈 박찬호 해설위원. [사진=연합뉴스]
2006 WBC 4강을 이끈 박찬호 해설위원. 현역 시절 태극마크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박찬호 위원은 신선한 해설로 호평을 모았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아시아 투수 최다인 통산 124승을 거둔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해줬는데 그 진정성이 전달됐다는 평가다.

10회 MLB 출신인 한국 마무리 오승환(삼성)과 이스라엘 간판 타자 이안 킨슬러 맞대결이 성사되자 "비슷한 레벨에선 투수가 유리하다. 투수는 공격하고, 타자는 방어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투수는 원하는 곳에 공을 뿌릴 수 있지만, 타자는 원하는 공만 골라 칠 수는 없다"는 야구관을 들려줘 흥미를 모았다.

경기를 총평하면서는 홈런을 하나씩 허용한 원태인과 최원준에게 "올림픽 같은 큰 무대에선 공 하나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 지 느꼈을 것"이라며 "미국전 등 다음 일정을 앞두고 좋은 양분이 될 것"이라는 덕담도 잊지 않았다.

1998 방콕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주역이었지만 올림픽 출전 경험은 없는 박찬호 위원이 해설로서 성공적으로 올림픽에 데뷔한 셈이다. 태극마크 애정이 남달랐던 그는 2009년 WBC 출전을 고사하면서 눈물의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말이 많아 '투머치토커'로 불리는 그는 이번 대회 '굿머치토커(GMT)'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는데, 첫 단추를 잘 끼웠다.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야구 중계 시청률은 김선우-허구연 해설위원을 앞세운 MBC가 6.9%로 가장 높았고, 이순철-이승엽 투톱 체제의 SBS가 6.5%, KBS가 5.8%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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