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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한일전 '라스트댄스', 여자배구 저력 [도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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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한일전 '라스트댄스', 여자배구 저력 [도쿄올림픽]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7.31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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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야구, 축구 국가대표팀이 차례로 지고 여자배구에 시선이 모아졌다. 2020 도쿄 올림픽 최고 빅매치 데이로 불렸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자연스레 배구 코트에 판이 깔렸는데, 김연경이 제대로 '라스트댄스'를 췄다.

스테파노 라바라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3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올림픽 배구 여자 A조 예선 4차전에서 일본을 세트스코어 3-2(25-19 19-25 25-22 15-25 16-14)로 꺾고, 3위 이상 확보해 8강 진출을 확정했다.

경기 내내 김연경(33·상하이 유베스트) 의존도가 높았다. 5세트 들어서도 토스는 김연경에게 집중됐다. 김연경은 이를 견뎌내고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30점을 기록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김연경이 끌고 가자 삼각편대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박정아(한국도로공사)가 장단을 맞췄다. 경기 중반 부진했던 박정아는 5세트 승부처에서 결정력을 보여주며 총 15점을 쌓았다. 양효진(현대건설)도 12점으로 거들었다. 특히 5세트 12-14로 패배 직전까지 몰렸지만 박정아가 연속 득점으로 승부를 듀스로 끌고 간 뒤 위닝포인트까지 냈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은 동그랗게 모여 한일전 승리 기쁨을 만끽했다.

[사진=FIVB 제공]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이 홈팀 일본과 한일전에서 승리하며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사진=FIVB 제공]

세계랭킹 14위 한국이 적지에서 5위 일본을 물리치는 이변을 연출한 셈이다. 지난 6월 올림픽 전초전인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맞대결에선 0-3 완패를 당했지만 이날은 1세트부터 높이를 앞세워 우위를 점했다. 올림픽 본선 역대 상대전적 2승 8패 열세를 극복했다.

1세트에만 블로킹 6개를 잡아내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1세트부터 김연경은 7점(공격성공률 66.67%)을 기록했다. 2세트에도 홀로 8점이나 냈지만 동료들 지원이 부족해 세트를 내줬다. 4명이나 3점 이상 기록한 일본과 대조적이었다. 김연경은 3세트에 다시 7점을 쓸어담으며 분위기를 바꿨다.

4세트에는 전반적인 난조에 빠졌다. 라바리니 감독은 중반부터 주전을 빼고 5세트에 대비했다. 그렇게 맞이한 마지막 세트 시소게임을 벌였지만 7-9로 점수 차가 벌어졌다. 

이때 김연경이 다시 나섰다. 거의 모든 토스가 그에게 집중됐다. 강력한 스파이크로 한 점 만회한 뒤 단독 블로킹으로 9-9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진 작전타임에선 동료들에게 "한 번만 버티면 기회가 온다"는 말로 기운을 북돋웠다. 9-11에서 김연경은 다시 따라붙는 점수를 만들었다.

12-14로 몰린 상황에선 박정아가 화답했다. '클러치 박' 면모를 발휘했다. 연속 득점으로 듀스로 끌고 가더니 밀어내기 득점으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사진=FIVB 제공]
김연경의 '라스트댄스'.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사진=FIVB 제공]

블로킹 3개 포함 30점이나 잡은 김연경은 수비에서도 월드클래스 기량을 보여줬다. 리시브효율 47.50%, 디그 28개로 헌신했다. 후위에선 완벽한 리시브와 디그로 공을 건져올렸고, 전위에선 가공할 공격력을 뽐냈다. 특히 네트 위 힘싸움에서 압승하며 기세를 끌어올렸다.

A조에선 브라질(2위)이 4승, 세르비아(10위)가 3승 1패로 8강 진출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한국도 숙명의 한일전에서 승리하며 3승(1패)째 거둬 세르비아와 조별리그 최종전(8월 2일 오전 9시) 결과에 관계없이 3위는 확보했다. 4패를 당한 케냐(27위)는 이미 탈락이 확정됐고,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대결하는 도미니카공화국(7위)과 일본(이상 1승 3패)은 3승 이상은 거둘 수 없다.

조 4위는 B조 1위와 8강에서 만나는 만큼 4강 진출 가능성이 옅어질 수밖에 없는데, 한국이 3위 이상 차지하면서 대진에 따라 B조 3위를 만날 수도 있게 됐다. 메달 획득 가능성을 좀 더 높였다고도 볼 수 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은 4강 신화를 썼지만 동메달결정전에서 일본에 져 포디엄에 오르진 못했다. 김연경은 득점왕과 대회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하고도 웃지 못했다. 이를 기점으로 한국 여자배구 인기를 격상시킨 그가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그는 올림픽에서 앞으로 최소 2경기는 더 뛴다. 배구 팬들에게도 큰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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