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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호 '에이스' 이동경, 이름대로 빛났건만... [도쿄올림픽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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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호 '에이스' 이동경, 이름대로 빛났건만... [도쿄올림픽 축구]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7.31 2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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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도쿄리' 이동경(24·울산 현대)이 동경(東京·도쿄)에서 이름값을 제대로 했지만 팀 패배에 빛이 바랬다.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은 31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멕시코와 2020 도쿄 올림픽 축구 남자 8강전에서 3-6으로 져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동경만큼은 빛났다. 이름 '동경'에서 따와 '도쿄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그는 이강인(발렌시아)과 권창훈(수원 삼성) 등 '해외파 대신 선발로 멕시코전 공격 사령관 임무를 부여받았다. 수비가 무너진 탓에 대패를 막을 수는 없었지만 특유의 강력하고 정확한 왼발 킥으로 한국 자존심을 세웠다.

[사진=연합뉴스]
이동경이 멀티골로 분투했지만 팀 패배에 빛이 바랬다. [사진=연합뉴스]

이동경은 이날 멀티골을 뽑아내며 종횡무진 활약했다. 숱한 찬스를 만들어내며 멕시코 베테랑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클럽 아메리카)를 당황시켰다.

0-1로 끌려가던 전반 20분 동점골을 터트렸다. 김진규(부산 아이파크)의 쇄도에 이은 패스를 받아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수비 한 명을 제치고 왼발 슛 각을 만든 뒤 가까운 포스트로 감아차 골망을 출렁였다. 

5분 뒤에는 상대 수비 3명가량을 연달아 따돌리며 페널티박스 안 왼쪽으로 파고든 뒤 오른발 슛으로 먼 포스트를 노렸지만 살짝 벗었났다. 전반 추가시간에는 먼 거리에서 왼발 프리킥 슛을 시도했는데, 오초아 손끝에 막힌 공이 아쉽게 골대를 넘어갔다.

한국은 이동경의 동점골 이후 2골 더 실점해 1-3으로 뒤진 채 후반을 맞았다. 이동경은 후반 시작부터 추격포를 가동했다. 후반 6분 김진야(FC서울)가 공중볼 경합에서 따낸 공을 페널티박스 안 왼쪽에서 잡아 대포알 같은 왼발 슛으로 골문을 열었다. 

1골 차로 쫓아가며 가라앉았던 분위기를 끌어올린 순간. 하지만 후반 들어 중앙 미드필더 김동현(강원FC)을 빼고 권창훈, 엄원상(광주FC) 등 공격적인 선수들을 투입, 공격에 무게를 실은 나머지 수비가 옅어졌다. 결국 3골 더 헌납했고, 황의조(지롱댕 보르도)가 한 골 만회했지만 믿기 힘든 대패를 당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학범(오른쪽)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 대표팀 에이스답게 번뜩였지만 패배에 눈물을 참지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동경은 명실상부 '김학범호' 에이스다. 김 감독 휘하에서 지금껏 18경기에 나서 12골을 넣었다. 23세 이하(U-23) 대표팀이 아시안게임 우승을 차지한 뒤 올림픽을 목표로 다시 출항했을 때부터 간판 플레이어로 뛰어왔다. 이강인, 권창훈, 김진규 등 비슷한 롤의 선수들 사이에서 등번호 10을 차지한 이유이기도 하다.

2018년 6월 인도네시아전에서 데뷔한 뒤 그해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예선 3경기에서 6골을 몰아치며 이름을 알렸다. 이듬해 챔피언십 본선 토너먼트에서 2골을 터뜨리며 전승 우승에 앞장섰고, 이런 활약에 힘입어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에도 꾸준히 발탁됐다. 지난달 월드컵 2차예선 스리랑카전에선 '벤투호' 마수걸이골을 터뜨리는 등 A매치 4경기를 소화했다.

이번 올림픽 조별리그에선 득점하지 못했지만 1패를 안고 있던 루마니아와 2차전 선발 출전해 승리에 앞장섰다.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강력한 왼발 슛을 시도해 엄원상의 골을 간접적으로 도왔다. 뉴질랜드전 악수 거부로 비판 받았지만 속죄포를 터뜨린 셈이었다.

멕시코전 직후 그는 피치 위에서 오열했다. 대회 전 '나 이동경, 동경에서 금메달 목에 걸고 오겠다'는 출사표를 던졌지만 개인 활약과 별개로 팀 패배에 눈물로 대회를 마치게 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동경은 "연령별 대회에서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마지막 무대라서 기쁜 마음으로 준비했다. 그러나 아쉽게 끝나 마음 아프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어 "조별리그에서 우리가 고비를 넘기고 8강에 올라와 긴장을 안고 경기에 나섰다"며 "3년 정도 준비하면서 힘든 시기도 있었다. 어렵게 시작된 대회인 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했는데, 이렇게 끝난 게 아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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