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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의 품격' 김현수, 'AGAIN 2008' 신호탄 될까 [도쿄올림픽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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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의 품격' 김현수, 'AGAIN 2008' 신호탄 될까 [도쿄올림픽 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8.01 2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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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어떻게 하면 그렇게 잘 칠 수 있니?”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리던 이승엽이 신예 김현수(33·LG 트윈스)에게 타격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는 일화는 야구계에서 유명하다. 9전 전승 올림픽 우승을 차지하는데 ‘타격기계’ 김현수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었다.

그리고 13년 후. 주장으로 돌아온 김현수는 다시 한 번 한국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김현수는 1일 일본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녹아웃 스테이지 1라운드 도미니카공화국과 대결에 5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 끝내기 안타 포함 5타수 4안타 1타점 활약 팀의 4-3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젠 2일 오후 12시(정오) 이스라엘과 격돌해 4강 진출을 노린다.

김현수(왼쪽에서 3번째)가 1일 2020 도쿄올림픽 야구 녹아웃 스테이지 1라운드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날리고 동료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블 엘리미네이션으로 열리는 이번 대회 토너먼트 무대. 한 차례 패배가 탈락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그만큼 더 험난한 길을 걸어야 했다. 도미니카공화국전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이유였다.

조별리그 2경기 1승 1패를 기록한 한국. 잘 던지던 투수들이 모두 홈런에 울었다. 투수력 만큼이나 빈타가 고민이었다. 1차전에선 맞은 만큼 돌려주며 짜릿한 승리를 챙겼으나 미국전엔 타선이 침묵했다.

이날도 다르지 않았다. 1회초 1실점하며 시작했지만 곧바로 동점을 만들었다. 선두 타자 박해민(삼성 라이온즈)의 안타가 나왔고 강백호(KT 위즈)가 대회 첫 안타를 2루타로 장식하며 기회를 만들었다.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의 볼넷에 이은 양의지(NC 다이노스)의 희생플라이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후 선발 이의리가 안정을 찾았다. 5이닝을 소화하며 삼진 9개를 잡아냈다. 그러나 4회 후안 프란시스코에게 내준 중월 대형 투런포가 뼈아팠다.

9회말 3-3 동점에서 끝내기 안타를 날리고 있는 김현수. [사진=연합뉴스]

 

불펜 투수들의 활약에도 반격의 기회를 좀처럼 마련하지 못했다. 1-3으로 뒤진 채 맞이한 9회말. 희망의 싹이 움텄다.

대타로 나선 최주환(SSG 랜더스)이 물꼬를 텄다. 부족한 수비력에도 선발돼 ‘반쪽 선발’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으나 가장 중요할 때 제 역할을 해냈다. 대주자로 나선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은 2루를 훔쳐내며 득점권에 진출했다. 박해민의 1타점 적시타로 점수는 2-3 1점 차. 강백호의 땅볼 때 2루를 밟은 박해민은 이정후의 동점 2루타로 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이어진 양의지의 땅볼 아웃으로 2사 3루. 타석엔 이날 3안타의 주인공 김현수가 나섰다. 부담 없이 나섰던 13년 전과 달리 막중한 책임감을 어깨에 짊어진 주장은 우측 큼지막한 타구를 때려내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13년 전 ‘타격기계’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김현수는 조별리그 한일전에서 이와세의 공을 기가 막히게 걷어 올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팀 타선이 침묵하며 힘없이 주저앉을 위기에서 김현수의 ‘기계’ 본능이 다시 한 번 빛났다.

한국은 멕시코를 꺾고 올라온 이스라엘과 2일 다시 격돌한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다 승부치기 끝에 짜릿한 승리를 챙겼던 상대다. 침묵하던 타선은 막판 뒤집기로 자신감을 되찾았다. ‘약속의 9회’였다. 주장의 품격을 보인 김현수의 한 방은 ‘다시 2008’을 외치는 대표팀에 긍정적 시너지를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스라엘전에서 그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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