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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유종의미, 여자복식 동메달... 승패 떠나 붉힌 눈시울 [도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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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유종의미, 여자복식 동메달... 승패 떠나 붉힌 눈시울 [도쿄올림픽]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8.02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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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한국 배드민턴이 2020 도쿄 올림픽 여자복식 동메달을 목에 걸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2개 대회 연속 동메달 하나로 마쳤지만 다음을 위한 희망을 건진 대회였다.

2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배드민턴 여자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 선수들끼리 맞대결을 벌였다. 결국 세계랭킹 5위 김소영(29·인천국제공항)-공희용(25·전북은행) 조가 4위 이소희-신승찬(이상 27·인천국제공항) 조를 게임스코어 2-0(21-10 21-17)으로 꺾었다.

이로써 한국 배드민턴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여자복식 동메달 1개로 마감했다. 리우 대회에선 신승찬이 정경은(김천시청)과 함께 동메달을 합작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이효정-이용대)을 끝으로 3개 대회 연속 '노골드'로 마쳤지만 효자종목 자존심을 어느 정도 회복한 대회로 평가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선수들은 경기를 마치고 서로를 끌어안고 울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김소영-공희용 조가 여자복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진=연합뉴스]

올림픽에서 한국 조끼리 메달을 놓고 경기한 건 2004 아테네 올림픽 남자복식 하태권-김동문(금메달), 이동수-유용성(은메달) 이후 17년 만이었다. 동메달결정전 대표팀 맞대결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성을 딴 별명 '킹콩'으로 통하는 김소영-공희용은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세계랭킹 2위 마쓰모토 마유-나가하라 와카나(일본·2위)와 8강에서 혈전을 벌인 끝에 승리한 뒤 결국 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김소영과 공희용은 기쁨의 환호성을 내지른 뒤 네트 건너에 있는 이소희, 신승찬에게 다가가 포옹했다. 선수들은 다 함께 눈물을 흘리며 축하와 위로를 나눴다.

두 팀은 세계랭킹 한 계단 차이에 불과하다. 이번에 김소영-공희용이 승리하면서 상대전적은 3승 4패로 좁혀졌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서로 얼마나 간절히 노력했는지 아는 경쟁자이자 동반자 관계. 4강전에서 각각 승리했다면 결승에서 금, 은메달을 나눠가질 수도 있었기에 이번 3·4위전에서 만감이 교차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소영은 경기를 마친 뒤 눈시울이 벌게진 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나타났다. "그런 말 하면 안 되는 걸 알지만 '미안하다'고 했다. 소희·승찬이가 어떻게 준비했는지 알고, 어떤 마음일지 잘 알아 '수고했다'고 했다"며 울먹였다.믹스트존에서 만난 김소영-공희용과 이소희-신승찬은 다시 포옹하며 감정을 나눴다. 이소희-신승찬은 환한 얼굴로 아낌없는 축하를 보냈다.

[사진=연합뉴스]
배드민턴 여자복식 동메달결정전에서 한국 조끼리 맞대결을 벌였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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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왼쪽)-신승찬 조는 아쉬움을 삼켰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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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은 믹스트존에서 서로를 끌어안았다. [사진=연합뉴스]

아쉽게 4위로 마친 이소희는 "서로 너무 열심히 준비한 것을 안다. 결승에서 만나면 좋았을 텐데, 동메달 하나를 놓고 겨루는 게 잔인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동메달을 따서 누구보다 좋았을 텐데 표출도 못 하고 마음껏 기뻐하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안했다. 그리고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해줬다"고 밝혔다.

양 팀은 코트에선 냉정히 승부에 집중했다. 득점하면 크게 기합 소리를 내며 기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선수촌이나 훈련 때는 경기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늘 그렇듯 밥을 함께 먹고 드라마 이야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신승찬은 짝꿍 이소희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신승찬은 지난 리우 대회 여자복식 동메달을 땄기 때문에 동갑내기 절친 이소희가 이번 대회를 무관으로 마친 게 마음에 걸렸다. "올림픽에 출전한 것만으로 값진 경험인데, 그래도 소희에게 메달을 못 안겨줘서 미안하다"고 했다.

이소희-신승찬은 주니어 국가대표 시절인 중학교 1학년 처음 복식조를 이룬 뒤 14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다. 2011, 2012년 세계주니어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서 여자복식 2연패를 차지한 최고 유망주였다. 첫 올림픽이던 리우 대회에선 각각 선배 정경은, 장예나와 팀을 이뤘고, 신승찬만 입상했다. 이소희는 올림픽 메달은 놓쳤지만 이듬해 세계 최고권위 대회 전영오픈에서 우승하며 도쿄 대회를 기약했다.

이소희-신승찬은 2017년 말 다시 뭉쳤고, 도쿄 대회 포디엄을 목표로 달렸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둘이 메달에 도전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소희는 "일단 이번 올림픽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준비했다"고 했고, 신승찬은 "소희가 저를 받아준다면 계속 같은 조로 뛰고 싶다"고 했다.

'셔틀콕 천재소녀' 안세영은 세계랭킹 2위와 여자단식 8강전을 벌인다. [사진=AP/연합뉴스]
'셔틀콕 천재소녀' 안세영은 이번 대회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천위페이를 상대로 석패했다. [사진=AP/연합뉴스]
허광희 역시 남자단식 세계랭킹 1위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사진=AP/연합뉴스]
허광희 역시 남자단식 세계랭킹 1위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사진=AP/연합뉴스]

남녀단식에서도 성과가 있었다.

세계랭킹 8위 안세영(19·삼성생명)과 38위 허광희(26·삼성생명)가 나란히 8강에 들었다.

2년 전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신인왕을 거머쥔 안세영은 '천적' 천위페이(중국·2위)에 맞서 부상투혼을 발휘하며 잘 싸웠지만 한 끗 차로 졌다. 게임스코어 0-2(18-21 19-21)로 석패했는데, 천위페이는 결국 금메달까지 차지했다.

허광희는 조별리그에서 세계랭킹 1위 모모타 겐토(일본)를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강력한 스매시와 대각 공격, 철벽같은 수비로 모모타를 밀어붙여 실수를 유도했다. 비록 8강에서 랭킹이 더 낮은 상대에 패하고 말았지만 안세영과 함께 한국 배드민턴에 '단식'도 있다는 걸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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