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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희망 신유빈, '성장 퀘스트' 된 첫 도전 [도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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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희망 신유빈, '성장 퀘스트' 된 첫 도전 [도쿄올림픽]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8.04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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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신유빈(17·대한항공)은 도쿄행 비행기에 각종 군것질 거리를 잔뜩 담은 짐을 실어보냈다. 그의 아버지는 딸이 너무 걱정 없이 아무거나 잘 먹어 걱정이라고 했다. 음식만은 아니었다. 신유빈은 첫 올림픽을 통해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는 ‘경험치’를 마음껏 섭취했다.

3일 여자 단체전 8강에서 독일에 2-3 역전패를 당하며 신유빈의 첫 도전이었던 2020 도쿄올림픽은 끝이 났다.

어렸을 적부터 ‘탁구 신동’으로 기대를 모았던 신유빈의 올림픽 도전기는 이제 시작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다.

신유빈은 3일 2020 도쿄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8강을 끝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더 많은 가능성을 제시했다. [사진=연합뉴스]

 

신유빈이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꽤 오래전부터다. 2009년 SBS 예능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해 탁구 천재 소리를 들었고 2014년 MBC 무한도전에도 출연했다. 당시 10세 국가대표 상비군 탁구선수로 소개된 신유빈은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당당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중학교 2학년이던 2018년 고교생이던 조대성(삼성생명)과 짝을 이뤄 나선 종합선수권 혼합복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하며 가파른 성장세와 함께 기대를 한 몸에 모았다.

2019년엔 태극마크도 달았다. 아시아선수권을 앞두고 치러진 대표 선발전에서 만 14세 11개월 나이로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1월 포르투갈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2020 도쿄 올림픽 단체전 세계 예선전은 신유빈이 성인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대회였다.

이번 대회 신유빈(왼쪽)은 베테랑들을 상대하며 많은 경험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2004 아테네 대회 금메달리스트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은 “신유빈은 잃어버릴 게 없다”면서 “이번 대회 관전 포인트는 ‘신유빈이 어디까지 가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회장의 말그대로였다. 뛰어난 실력, 이와 상반되는 달리 귀여운 외모와 말투는 신유빈을 스타로 만들어줬다. 상대의 기세에 밀리지 않기 위해 내지르는 간절한 외침은 그 의지와는 달리 한없이 귀엽게 느낀 팬들은 ‘삐약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했다.

신유빈이 단숨에 스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 탁구의 밝은 미래를 제시해줬기 때문이다. 여자 탁구는 2008년 베이징 대회 단체전 동메달 수확 후 3연속 노메달로 대회를 마감했는데, 그럼에도 신유빈의 활약은 희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단체전 8강 탈락 이후 눈물을 보이고 있는 신유빈. [사진=연합뉴스]

 

특히 경험 가득한 선수들을 만났고 그 과정에서 얻은 게 많았다. 단식 2회전에선 올림픽 탁구 사상 최고령 출전자인 58세 니 시아리안(룩셈부르크)을 만났다. 41살 나이차. 신유빈의 4-3 승리로 끝났지만 진땀을 뻘뻘 흘리는 신유빈과 달리 ‘탁구 도사’처럼 쉽게 쉽게 맞서는 상대는 신유빈에게도 큰 깨달음을 줬다. 이에 신유빈은 세트마다 성장하는 듯 했다. 세트를 거듭할수록 니 시아리안은 버거워했다.

랭킹 85위인 신유빈은 단식 3회전에서도 15위 두호이켐(홍콩)을 만나 거세게 저항했다. 먼저 두 세트를 내줬으나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끌려가는 상황에서 정신적으로도 성장한 면모를 보였다.

단체전 16강전 1복식에선 ‘외팔 선수’ 나탈리아 파르티카(폴란드)를 상대했는데, 장애를 딛고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선수를 보며 얼마나 효율적으로 경기를 펼칠 수 있는지, 신체적 결함 등 장애물이 결정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을 터다.

한국 여자 탁구는 3대회 연속 노메달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신유빈의 발견으로 인해 밝은 미래를 그리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독일과 8강전 4단식에선 한 때 세계 6위에 올랐던 ‘수비 탁구’의 진수 한잉(22위)을 만나 제대로 한 수 배웠다. 2세트 도중 테이블 모서리에 오른팔 팔꿈치가 쓸리며 출혈도 있었지만 듀스 접전 끝에 2세트를 따내며 세트점수 1-1로 균형을 맞췄다. 풀세트 끝 패했지만 경기 초반에 비해 공략법을 깨달아가는 장면을 통해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신유빈은 “까다로운 선수들과 쉽지 않은 경기를 펼쳤다”며 “이들과 상대한 게 앞으로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3년 뒤 파리올림픽에선 부동의 에이스로 나설 것이 예상된다. 신유빈은 “도쿄올림픽을 경험 삼아 앞으로 더 좋은 경기를 펼치도록 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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