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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백정현 '훨훨', 그래서 더 아쉬운 도쿄올림픽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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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백정현 '훨훨', 그래서 더 아쉬운 도쿄올림픽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8.13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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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원칙을 지켜 성적대로만 선발했더라면. 2020 도쿄올림픽에 대한 아쉬움이다. 단지 메달을 수확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선수 선발에 의문이 남았기에 더욱 아쉬움이 뒤따른다.

백정현(34·삼성 라이온즈)의 호투는 자꾸 이런 생각을 들게 만든다. 백정현은 1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1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프로야구) 홈경기에 등판, 7이닝 동안 3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 호투하며 팀의 9-2 대승을 이끌었다.

17경기 9승 4패 평균자책점(ERA) 2.30. ERA는 전체 1위고 소화이닝(97⅔)은 토종 중 가장 많다.

삼성 라이온즈 백정현이 12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7이닝 무실점 호투, 시즌 9승 째를 수확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놀라운 일은 아니다. 시즌 초반부터 활약을 펼친 백정현은 5월 마지막 등판 이후 9경기에서 패배 없이 6연승 질주 중이다.

2007년 삼성에 입단한 백정현은 통산 45승 38패 24홀드 ERA 4.58로 리그를 대표할 만한 투수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선발 10승도 없었다. 2019년 8승(10패)이 최다였다.

그러나 올 시즌 완전히 변모했다. 놀라운 페이스를 보이던 백정현은 이날도 두산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다. 큰 위기는 없었다. 1회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6회 박계범에게 안타를 내줬지만 그마저도 병살로 주자를 지웠다.

최고 시속은 140㎞ 초반대로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투심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을 골고루 던지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다. 특히 공을 숨겨나오는 디셉션이 뛰어나다는 점에서도 국제무대에서도 상대 타자들을 생소하게 만들 수 있어 대표팀 선발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도쿄올림픽 최종 엔트리에서 백정현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과거와 달리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 한국을 대표할 만한 좌투수들이 부재해 걱정이 컸다.

두산 타선을 꽁꽁 틀어막는 백정현의 호투는 도쿄올림픽에 대한 아쉬움을 더욱 키운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그럼에도 김경문 감독은 “마땅한 좌투수가 없다”며 신인 이의리(KIA 타이거즈)를 선택했고 부상에서 회복한지 얼마 되지 않은 차우찬(LG 트윈스)를 함께 선발했다. 한현희(키움 히어로즈)가 도중 이탈하자 신인 김진욱(롯데 자이언츠)까지 뽑았다.

물론 백정현은 과거 부상 이력으로 병역 면제를 받았으나 김 감독은 병역 이행 여부와는 무관하게 잘할 수 있는 선수를 뽑겠다고 밝혔다. 백정현을 외면한 게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의리가 2경기에서 162구를 던지며 가능성을 보였다고는 하지만 차우찬과 김진욱의 쓰임은 많지 않았다. 

한국 투수들은 한 번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백정현은 탈삼진은 60개로 많지 않지만 영리하게 타자들을 상대하며 ERA 1위에 올라 있다. 그만큼 위기 관리에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는 방증. 주자가 있을 때 피안타율(0.195)이 없을 때(0.254)보다 더 좋았다. 위기에서 더 강해지는 백정현이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대회 2연패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로 나선 대표팀이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각종 사건·사고와 더불어 한국 야구에 대한 실망감이 극도로 커진 상황이다. 원칙적으로, 성적에 의해 공정하게만 선발이 됐더라면 이만큼 야구 팬들의 공분을 사진 않았을 것이다. 올림픽 이후에도 이어지는 백정현의 호투가 더욱 씁쓸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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