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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체육부대(상무) 배구단의 존재가치 [KOVO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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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체육부대(상무) 배구단의 존재가치 [KOVO컵]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8.1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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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한국배구연맹(KOVO)컵 국군체육부대(상무) 돌풍이 매섭다. 지난 시즌 3위 의정부 KB손해보험을 완파한 데 이어 2위 서울 우리카드마저 풀세트 접전 끝에 잡아냈다. 들러리로 여겨졌던 상무의 반전이 이번 대회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더불어 상무 배구단 존재가치가 재조명된다.

상무는 17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의정부·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우리카드(1승 1패)를 세트스코어 3-2로 누르고 2연승을 달렸다. 

같은 날 인천 대한항공(1승 1패)에 진 KB손보(2패)가 3연패를 당하고, 상무가 대한항공에 패할 경우 세 팀이 2승 1패 동률을 이뤄 세트득실률을 따져야 할 가능성도 있지만, 우선 B조 1위를 달리며 4강 진출에 성큼 다가섰다. 상무가 KOVO컵에서 2승째 따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대회 상무의 동기부여가 상당하다. KOVO컵을 마치면 실업연맹전, 아시아배구연맹(AVC)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에 연달아 출전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 국가대표팀 대신 아시아 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게 됐다. 구성원 전원이 좋은 경험을 쌓을 기회의 장이 될 전망이다.

[사진=KOVO 제공]
상무가 KOVO컵에서 2연승을 달렸다. [사진=KOVO 제공]

박삼용 상무 감독은 경기 앞서 "KB손보가 (코로나 이슈로) 준비가 덜 돼 첫 경기를 잡게 됐다. 목표(1승)를 달성한 것이다.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은 워낙 기복이 없는 팀이라 어떻게 공략해야할 지 난감하다. 첫 날처럼 서브 공략이 효과를 보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 좋은 결과 있지 않을까"라고 밝혔는데, 우리카드까지 꺾는 기대 이상 결과를 냈다.

경기를 마치고 그는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체력이 버거운 데도 열심히 뛰어줘 값진 승리를 하지 않았나 싶다. 한국민도 어깨가 아주 좋은 편은 아닌 데도 불구하고 1, 2차전 큰 활약을 해줬다. 다소 리시브가 불안한 감은 없지 않았지만 두 윙 스파이커(레프트) 이시우-김동민이 잘 견뎌줬다"고 총평했다. 한국민은 이날 서브에이스 2개 포함 33점을 몰아쳤고, 이시우가 19점으로 받쳤다. 이시우는 리시브효율 42.19%, 김동민은 60%로 잘 버텼다.

1세트 13-25로 점수 차가 크게 벌어졌다. 기본기가 좋은 우리카드를 상대로는 버거운 게 아닌가 하는 찰나 2세트부터 경기력이 살아났다. 박 감독의 동기부여가 통했다.

그는 "어차피 밑져야 본전 아니냐. 마음 편히 하자. 우리가 누구냐. 군인이니 질 때 지더라도 한 점 한 점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 1세트 압도적으로 이기다보니 우리카드가 2, 3세트 심적으로 느슨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우리가 잘하기도 했지만 운도 따라줬다"고 돌아봤다.

[사진=KOVO 제공]
박삼용 감독은 상무가 배구판에서 하는 가교 역할을 설명했다. [사진=KOVO 제공]

상무는 이번 대회 17명의 선수로 참가했지만 가용인원이 많지 않다. 미들 블로커(센터) 천종범이 부상이라 교체 없이 전진선, 정성환이 붙박이로 뛰고 있다. 세터진 역시 이민욱의 햄스트링이 좋지 않아 이원중 어깨가 무겁다. 최익제는 입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동료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 코칭스태프 역시 박삼용 감독을 비롯해 윤동환 코치, 이진우 트레이너가 전부일 만큼 열악하다.

경험치도 조직력도 다른 팀보다 부족한 게 사실이다. 박 감독은 "각 팀에서 백업으로 뛴 선수들이 많아 노련함이 아쉽다. 또 매년 선수가 교체돼 어려움이 있다. 절대 질 수 없다는 군인정신 하나 가지고 임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한편으론 각 소속팀에서 주전이 아니었기 때문에 상무에서 얻는 기회들이 이 선수들에게 큰 성장의 토대가 되고 있다. 간절함은 보너스다. KB손보에서 외국인선수에 가려졌던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한국민, 주로 원포인트 서버로 뛴 레프트 이시우, 역시 KB손보 소속 김동민이 공격을 이끌고 있다. 센터 전진선, 세터 이원중 모두 풀타임 레귤러로 대회를 소화하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 국제이적동의서(ITC)가 발급되지 않으면서 외국인선수 없이 치르는 만큼 상무도 경쟁력이 생겼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팀에선 주로 백업이다. 기량의 발전보다는 여기선 한 번이라도 더 기회가 있어 의욕적으로 임하기도 하고, 그래서 자신감도 얻는 것 같다"며 "준비가 됐어도 기회가 없으면 기량이 쇠퇴할 수밖에 없는데, 상무가 기량 유지 면에서 가교 역할을 잘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진=KOVO 제공]
한국민은 이번 대회 2경기에서 56점을 몰아쳤다. [사진=KOVO 제공]

지난 시즌 석진욱 안산 OK금융그룹 감독은 경기에 잘 나서지 못하는 어린 선수들과 갓 전역한 선수들을 모아 따로 훈련하며 경기감각을 끌어올렸다. 주전과 비주전에는 훈련비중에서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훈련을 이원화한 결과 주전 레프트 송명근, 심경섭이 학폭 이슈로 빠졌을 때 차지환, 김웅비 등이 제 몫을 해 줄 수 있었다.

외연적으로 확장이 한창인 프로배구는 아직까지 2군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프로농구 D리그 같은 2군리그도 없다. 프로와 왕래가 없지 않은 실업팀들을 위한 대회가 있다고는 하나 연속성이 부족하다. 각 프로 구단은 외국인선수 의존도가 높기도 해 주전으로 기회를 받는 국내 선수들은 손에 꼽는다. 

상무는 프로 선수들의 경력단절을 막고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난해 전역한 허수봉(천안 현대캐피탈)처럼 상무에서 부족했던 파워와 리시브를 키워 소속팀에 돌아가 에이스로 성장하는 선수들도 있다. 이번 대회 역시 관계자들 사이에서 "한국민이 저렇게 잘했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들러리에서 벗어난 상무가 존재가치를 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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