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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주 품은 한화이글스, 왜 1차 지명 위너인가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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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주 품은 한화이글스, 왜 1차 지명 위너인가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8.27 1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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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2022년 KBO리그(프로야구) 신인 1차 지명이 마무리됐다.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를 제외하고는 현행 제도 취지에 맞게 지역 인재들을 영입했는데, 정작 가장 재미를 본 건 한화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화와 삼성 제외 8개 구단은 지난 23일 각 지역 연고 소속 선수를 선발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상 “전년도 8~10위 구단은 1차 지명일의 1주일 이내 전년도 성적 역순으로 연고지와 관계없이 1차 지명이 가능하다”고 돼 있는데, 한화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타 지역 유망주를 택했다. 

한화는 26일 광주진흥고 3학년 문동주(18)를 지명했다. 

한화 이글스는 26일 2020년 KBO 신인 1차 지명권을 광주진흥고 문동주에게 행사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한화는 왜? 문동주는 누구?

그만큼 지역 연고에 확실한 유망주가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도 부산고 출신 내야수 정민규(18)를 택했으나 아직까지는 1군에도 데뷔하지 못했다.

그러나 문동주는 조금 다르다. 올해 실전 무대에서 속구 최고 시속 154㎞를 뿌린 전망이 밝은 우투수 자원이다. KIA는 고민이 많았다. 문동주가 끝까지 눈에 걸렸지만 결국 야수진 보강을 더 급하게 여겨 ‘제2의 이종범’이라 불리는 전도유망한 내야수 자원 광주동성고 김도영(18)를 택했다. 한화가 지역 내 유망주에 1차 지명권을 행사하지 않자 문동주를 데려갈 것이라는 관측이 뒤따랐다. 그리고 한화는 선택은 예상대로였다.

신장 188㎝ 체중 92㎏의 건장한 체구를 지닌 문동주는 올해 고교 무대 11경기에서 1승 4패 평균자책점(ERA) 2.76으로 활약했다. 48⅔이닝을 소화하며 삼진을 72개나 잡아냈는데 볼넷은 단 10개에 그쳤다. 강력한 강속구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승부를 즐기며 제구력도 갖췄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이어 다시 주황색 유니폼을 입게 됐다며 이를 ‘운명’이라고 말한 문동주는 “코치님과 선배님들께 많은 걸 배워 매년 15승 이상씩 하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16년 전이 오버랩된다. 2005년 1차 지명에서 SK(SSG 전신)는 동산고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대신 포수 이재원을 영입했다. 2차 지명 1순위 롯데 자이언츠마저 그해 부진했던 류현진 대신 나승현을 데려가자 한화는 류현진을 품에 안았고 이 선택은 야구계에 두고두고 회자되는 일화를 남겼다.

문동주는 최고 시속 150㎞를 웃도는 속구를 뿌리며 고교 무대에서 주목을 받았다. 한화의 리빌딩의 한 축을 맡을 전망이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문동주 또한 류현진을 떠올렸다. 당초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를 롤 모델로 꼽았던 그는 “지금은 류현진 선배님이 나의 롤 모델이다. 지명 순간 바뀌었다”며 “비슷한 면이 많은 것 같다고 느꼈다. 입단 과정도 그렇고 150㎞를 넘게 던진다는 것과 피지컬도 점점 닮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리빌딩 외치는 한화, 문동주에 심준석까지?

한화는 리빌딩을 외치고 있다. 수년 간 한화는 ‘만년 꼴찌’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했는데 지난 시즌을 마치고 베테랑을 대거 정리하며 변화의 바람을 예고했다.

시즌을 앞두고 팀 최초로 외국인 감독은 카를로스 수베로를 부임시켰다. 순위는 여전히 꼴찌지만 몇몇 젊은 자원들의 괄목할 만한 성장으로 희망을 부풀리고 있다.

문동주 영입은 리빌딩 행보에 있는 한화엔 가속 페달을 밟는 것 같은 효과를 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운다. 한화의 팀 ERA는 4.79로 전체 7위. 그러나 토종 선발진의 활약은 아쉽다. 확연한 성장세를 그리고 김민우를 제외하면 확실한 카드가 없다. 문동주 합류가 더욱 반가운 배경이다.

나아가 내년 시즌까지 바라보게 된다. 2023년 신인드래프트는 전면 드래프트로 바뀌는데 올 시즌 최하위가 유력한 한화는 내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지명권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27일 기준 한화는 33승 56패 4무로 9위 KIA에 6.5경기 뒤진 최하위다.

한화가 큰 이변 없이 올 시즌을 꼴찌로 마무리한다면 내년 드래프트에서 고교 1학년 때부터 고교무대를 호령한 덕수고 파이어볼러 심준석을 선발할 수 있다. 최소 투수진은 하위권과는 거리를 두게 될 수 있다.

한화를 이번 1차 지명에서 진정한 승자로 평가하게 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삼성 라이온즈는 27일 10개 구단 중 가장 마지막으로 서울고 내야수 이재현을 1차 지명으로 영입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1차 지명 완료, 한화 외 또 다른 위너는?

이날 삼성도 서울고 내야수 이재현(18)을 택하며 10개 구단이 모두 1차 지명을 마쳤다. 7년 연속 투수를 택했던 삼성은 미래 주전 유격수 자원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으로 이재현을 택했다. 올 시즌 주말리그 등 22경기에서 타율 0.373에 도루도 8개 기록했을 정도로 다재다능한 자원이다.

그러나 한화 외 가장 주목을 받는 건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 KIA 타이거즈다. 이번 1차 지명에서도 투수 쏠림 현상이 이어졌다. 10명 중 투수는 7명이었다. 이 중에서도 좌투수는 단 2명이었는데, 두산 이병헌(18·서울고)과 LG 조원태(18·선린인터넷고)였다.

이병헌은 최고 시속 151㎞를 뿌리는 투수로 다양한 변화구를 완성도 높게 쓰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서울 연고 1순위 지명군을 가진 두산은 주저 없이 그를 택했다. 팔꿈치 수술 후 재활 중임에도 그를 택한 건 그만큼 좌투수에 대한 갈망이 강했다는 걸 방증한다. 기량에 대해선 의구심이 없지만 부상에서 얼마나 잘 회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LG는 2순위 지명권을 갖고도 당초 생각했던 조원태를 품에 안았다. “투구 메커니즘과 변화구 구사 능력이 좋고 빠르고 힘 있는 속구를 던지는 공격적 성향의 투수”라는 자체 평가다.

KIA 타이거즈 김도영은 '제2의 이종범'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벌써부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T 위즈는 유신고 우투수 박영현(18)을 택했는데, 올해 12경기 38⅔이닝에서 5승 1패 탈삼진 56개 ERA 0.46으로 가장 돋보이는 성적을 써냈다. SSG는 인천고 잠수함 투수 윤태현(18)을 영입했는데 그 또한 지난해 인천고에 봉황대기 창단 첫 우승트로피를 안기며 ‘최동원상’을 수상했을 만큼 기대감이 남다르다.

KIA 또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문동주를 내준 게 내심 아쉽지만 그를 포기하면서까지 지명할 정도로 김도영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KIA는 “홈에서 1루까지 3초96에 도달할 정도로 스피드와 순발력이 압도적”이라며 “입단 후 팀 내야 수비와 타선 강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선수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야수로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2022 시즌이 마무리 된 시점에서 어떤 선수가 가장 환한 미소를 띄고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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