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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세어라 추신수, 홈런포 특별한 의미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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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세어라 추신수, 홈런포 특별한 의미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8.30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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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미국땅에서 홀로 3남매를 키우는 아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소식. 추신수(39·SSG 랜더스)에겐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당장이라도 미국으로 출국하려 했지만 그의 아내 하원미 씨는 추신수를 만류했다.

일각에선 추신수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떠나려 했던 그는 다시 한 번 마음을 고쳐먹었다. 하 씨가 화까지 내며 추신수를 설득시켰다.

결국 한국에 남기로 한 추신수. 2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1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홈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솔로포 포함 3타수 1안타 1볼넷 1타점으로 팀의 9-0 대승에 기여했다.

SSG 랜더스 추신수가 29일 KIA 타이거즈전 솔로홈런을 날리고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단순히 1타점 이상의 의미가 있는 홈런포였다. 경기 후 추신수는 “미국이었다면 당장 달려갔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서에선 가족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더라도 팀도 고려해야 한다. 되게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김원형 감독의 배려도 있었다. 추신수는 “감독님이 먼저 가보라고 하셨다. 구단도 30분 만에 비행기 표를 알아봐주셨다. 팀이 힘든데 선수 한 명을 보내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선수들도 많이 걱정했다. 다들 가야 한다고 했다”며 “3시간의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정말 감사했다. 감동 받았다”고 전했다.

일부 팬들은 추신수의 프로의식 결여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지만 그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프로의 진짜 자세가 무엇인지를 보여줬던 선수다. 감독들은 그의 프로 정신에 박수를 보내곤 했다. 뛰어난 실력은 물론이고 베테랑임에도 앞장서 노력하는 자세는 귀감을 사기 충분했다.

그런 추신수에게도 이번 만큼은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아내가 확진 판정을 받아 아이들을 돌볼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 외로울 아내는 물론이고 아이들 또한 이런 상황은 처음이기에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내 하 씨는 그대로 지켜보지 않았다. 추신수는 “‘(아내가) 미국에 오지 말고 팀에 남아 야구를 하라’고 했다. 굉장히 화를 냈다. 잘 이겨낼 수 있다고 하더라”며 “아내도 미국에서 우리 경기를 항상 챙겨 본다. 팀도 안 좋고 나도 타격 컨디션이 안 좋은데 미국에 다녀오면 다시 컨디션을 올리기 힘든 걸 알고 있더라”고 전했다.

추신수(오른쪽)는 아내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에 구단의 배려 속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려 했지만 아내의 만류로 결국 한국에 남았고 이날 솔로포를 날렸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SSG는 46승 45패 1무로 6위. 최근 10경기 3승 6패 1무로 주춤하고 있는데, 여전히 4위 키움 히어로즈와 승차는 1경기로 가을야구 희망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지난달 타율 0.310으로 활약한 추신수는 이달 0.233으로 흔들렸다. 미국을 다녀올 경우 다시 컨디션을 점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해 배려한 것.

추신수는 “내 마음이 편하려면 가는 게 맞는데 내가 가서 와이프가 받는 부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팀과 감독님, 선수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직장인데 가족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큰 아들) 무빈이가 동생들을 데려다주는 등 수고를 해줘야 할 것 같다. 미안한 마음도 있다”고 했다.

마음을 굳게 다잡고 나선 경기. 추신수는 11경기 만에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시즌 타율 0.252 15홈런 45타점 47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848. 여전히 기대치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이따금씩 터지는 대포와 높은 출루율(0.399) 등으로 묵묵히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가족 문제로 혼란스런 상황에서도 팀의 배려와 아내의 희생 등으로 마음을 굳게 먹은 추신수의 대포 한 방 속엔 고마움과 책임감 등이 고루 섞여 있었다.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더욱 단단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전해주는 한 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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