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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징야 빠진 대구-뮬리치 뛴 성남, 답답하긴 매한가지 [K리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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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징야 빠진 대구-뮬리치 뛴 성남, 답답하긴 매한가지 [K리그1]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21.09.0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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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지루한 공방이었다. 주전 스트라이커 유무에 차이를 보인 성남FC와 대구FC. 하지만 똑같은 빈공을 낸 결과, 승부의 추를 기울이지 못했다.

성남과 대구는 지난 4일 경기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1 하나원큐 K리그1(프로축구 1부) 순연 21라운드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두 팀 모두 승점 3이 절실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답답한 경기력으로 0의 균형을 깨는데 실패했다.

올 시즌 대구 공격을 이끌고 있는 세징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올 시즌 대구 공격을 이끌고 있는 세징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일주일만의 리턴매치. 양 팀은 지난 8월 28일 26라운드 맞대결을 가졌다. 홈팀 대구가 승리를 챙겼다. 점유율 39-61로 일방적으로 밀렸으나 공·수 집중력을 높여 3-1까지 점수 차를 넉넉히 벌렸다. 좋은 분위기를 잇고자 하는 대구와 설욕에 나선 성남 모두 가용 전력을 모두 꺼내드는 팽팽한 접전이 기대됐다.

뚜껑을 열어보니 스타팅 라인업에 변화가 있었다. 성남에선 주전 스트라이커 뮬리치가 벤치에서 대기했고, 부쉬가 최전방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김남일 감독은 “뮬리치가 최근 상대 집중 견제에 부담을 느낀다. 반면 부쉬가 살아나는 중이다. 뮬리치는 상황에 따라 투입하겠다”고 설명했다.

대구는 에이스 세징야가 부상으로 아예 명단에서 빠졌다. 이병근 감독은 “햄스트링 검사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세징야도 출전 의지가 강해 훈련을 함께했다. 기본적인 것은 괜찮았는데, 마무리 슛이나 패스에서 통증을 호소했다. 그래서 대구에 두고 왔다”고 결장 이유를 밝혔다. 이어 “정치인 같은 선수들이 활약해야 우리가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 현재 에드가나 세징야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신예들이 분발해줬으면 좋겠다”며 이날 선발 출전한 공격수들의 선전을 요구했다.

두 감독 기대와 달리 양 팀 공격은 '고구마' 그 자체였다. 대구 공격은 단순하다. 철저히 선 수비 후 역습에 기반을 둔다. 그 기점을 담당하는 선수가 세징야다. 스리백이 상대 공격을 끊고 세징야에게 공을 연결하면, 그가 상대 배후 공간을 노리는 식으로 역습에 나선다.

그런데 이날은 상대 수비를 흔들면서 기회를 창출하거나 득점을 터뜨릴 선수가 없었다. 윗선으로 공을 보낼 때 스피드를 살리는 움직임 역시 부족했다. 후방에서 2선까지 순차적으로 패스가 연결되기보다 3선에서 최전방으로 한 번에 연결하는 패스가 늘어났고, 2선을 거치더라도 점유율을 늘리는데 그칠 뿐 템포가 떨어졌다. 정승원은 측면으로 빠져 플레이했으며, 라마스는 양질의 패스를 연결했지만 정적이었다.

결국 장신 공격수 에드가의 포스트 플레이에 의존하면서 단순해졌다. 측면과 후방에서 밋밋한 크로스가 연거푸 올라왔다. 에드가는 공에 머리를 맞추는데 급급했다. 상대 집중 견제에 묶인 에드가가 2선으로 내려가거나, 측면으로 빠지는 움직임을 보여주며 상황을 타개하려 했지만 미봉책일 뿐이었다. 그가 전방에서 내려오니 유일한 활로였던 포스트 플레이마저 잡음을 냈다.

후반전 안용우와 이근호가 들어오면서 대구는 반짝 살아났다. 윙백 안용우가 사실상 윙 포워드처럼 라인을 올려 전진했고, 이근호는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상대 수비를 헤집었다. 하지만 여전히 기점 역할을 해줄, 세징야같은 플레이를 펼칠 선수는 부족했다. 근본적으로 공격을 풀어나가기 어렵다는 문제를 타개하지 못한 대구는 90분 내내 제대로 된 득점 기회를 잡지 못한 채 무득점으로 마쳤다.

대구 김진혁(왼쪽)과 공중볼 싸움을 펼치는 성남 뮬리치(오른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대구 김진혁(왼쪽)과 공중볼 싸움을 펼치는 성남 뮬리치(오른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성남은 부쉬를 최전방 공격수로 배치하고 이시영을 윙포워드로 놓는 변칙 전술을 택했다. 공격수 줄부상 여파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했으나, 기동력이 뛰어난 선수라 뮬리치가 선발로 나섰을 때와 달리 윗선의 속도감을 더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시영이 전반 9분 만에 부상으로 피치를 빠져나가는 변수가 발생했다. 회심의 전술 변화가 어그러질 위기였다. 다행히 교체 투입된 박수일이 비슷한 역할을 수행해 속도감 있는 공격 기조를 꾸준하게 유지했다.

스피드에 강점이 있는 선수들이 아기자기한 패스를 이어가고, 끊임없이 대구 스리백 뒷공간을 노렸다. 전반 16분 이날 성남이 보여주려던 플레이의 집약체와 같은 장면이 나왔다. 중원에서 짧은 패스로 상대 미드필드진을 무너뜨린 뒤, 스리백 사이 공간을 뚫는 빠른 전진으로 강재우가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맞았다. 그는 골키퍼 키를 넘기는 로빙슛을 시도했지만 골대를 맞고 나오며 아쉬움을 삼켰다.

여기에 뮬리치가 들어오면 더 강력한 공격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을 조성했다. 상대 수비 2~3명을 묶을 수 있으니 측면 플레이가 한층 더 살아날 여지가 충분하고, 결정력 면에서도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였다.

김남일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뮬리치를 투입했다. 하지만 성남 공격은 오히려 답답해졌다. 뮬리치 의존도가 왜 높은지 보여주는 대목. 성남 수비진과 미드필드진은 공을 잡으면 뮬리치에 시선이 향했다. 상대 집중 견제에 묶여있는 그를 향한 무리한 투입이 이어졌다. 다른 선수들이 적절히 빈 곳으로 침투했지만 후방과 중원에선 일단 전방으로 공을 때려 넣고 봤다.

미드필더 움직임 또한 전반과 달랐다. 공을 방출하고 나서 따라가는 움직임이 부족했다. 뮬리치와 부쉬 등 1선 자원들이 수적 우위를 살리지 못해 공격을 펼치는데 한계가 있었다. 대구 스리백은 전반보다 수월하게 수비했다. 정태욱이 작정하고 뮬리치를 막고, 홍정운과 김진혁은 성남 공격수 침투만 신경쓰면 됐다.

뮬리치 개인적으로도 답답한 경기였다. 슛은 한 차례도 없었고, 볼 터치마저 21번에 불과했다. 후반 막바지엔 부쉬와 콤비 플레이서 잡음을 내는가 하면 키핑에서 잦은 실수가 나왔다. 결국 성남도 90분 내내 부지런히 뛰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무득점에 묶였다.

대구는 세징야 빈자리가 어느 때보다 큰 경기였고, 성남은 뮬리치 투입이 독이 된 경기였다. 양 팀은 90분 내내 상대 골문을 두드리려 애썼지만 미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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