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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번 넘어진 김수지, 모든 걸 바꾸고서야 [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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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번 넘어진 김수지, 모든 걸 바꾸고서야 [KLPGA]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9.06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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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투어 5년 차, 114번의 도전. 김수지(25·동부건설)가 드디어 정상에 섰다. 우승 하나만을 바라보고 길고 긴 시간을 버텼고 끝내 그 어떤 것보다 달콤한 열매를 맛보게 됐다.

김수지는 5일 경기도 용인시 써닝포인트 컨트리클럽(파72·6722야드)에서 열린 2021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총 상금 7억 원)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쳤다. 초반부터 선두를 지킨 김수지는 합계 15언더파 201타로 이소미(22)를 2타 차로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김수지가 5일 2021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KLPGA 제공]

 

2017년 데뷔한 김수지. 크게 주목 받은 골퍼는 아니었다. 상금랭킹 20위 안에 들어본 적도 없던 그는 지난해 상금랭킹이 84위로 떨어지며 시드전을 거쳐야 했다.

너무도 힘겨운 시간이었다. 생즉필사 사즉필생. 마음을 고쳐잡고 변화를 시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수지는 “시드전에 너무 가기 싫었지만 되든 안 되든 바꿔서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했다”며 “고집하던 것을 버리고 스윙과 골프에 대한 생각과 태도, 대회에 나가는 자세 등 모든 것을 바꿨다”고 밝혔다.

효과는 생각보다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팔 근육을 단련하고 몸도 불렸는데, 김수지는 “작년 225~230야드에 불과했던 비거리가 올해 245야드로 늘었다”며 “시드전이 너무너무 힘들었는데 약이 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부진으로 시드전에 나섰던 김수지는 많은 부분에 변화를 주며 비거리 증가 효과 등으로 올 시즌 진일보했다. [사진=KLPGA 제공]

 

긴 고생의 끝이 보였다. 지난 6월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거둔 공동 2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였던 김수지는 프로 데뷔 115번째인 이번 대회에서 날아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김수지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자랑했다. 1라운드 개인 18홀 최소타인 9언더파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인 그는 2·3라운드 내내 선두를 지키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첫 트로피의 의미를 더했다.

일찌감치 우승을 예감케 했던 김수지는 이날 1번 홀(파4)을 보기로 시작했지만 3번 홀(파5)과 4번 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냈고 7번 홀(파4)에서도 한 타를 줄이며 기세를 이어갔다. 후반 10번 홀(파4)과 16번 홀(파3)에서도 버디를 보태며 첫 우승을 자축했다.

예감이 좋았다. 김수지는 “(어머니께)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며 “자신이 있어서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고 미소지었다.

김수지(왼쪽)는 박인비, 전인지, 김효주 등이 참가하는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기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사진=KLPGA 제공]

 

114차례 대회에서 웃으며 마무리한 건 손에 꼽기도 어려웠지만 이번 만큼은 달랐다. 그만큼 성장해 있었고 3라운드 전부터 우승을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그럼에도 정작 정상에 오르자 모든 것이 생소했다. 우승 후에도 “아무 생각이 안 난다”던 그는 “상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르다. 물도 너무 차갑고 꽃도 너무 많이 맞았다. 언니, 동생들이 한 명 한 명 안아줘서 정말 고마웠다”고 얼떨떨해 했다.

고생 끝에 낙이 왔으니 이젠 꽃길을 마음껏 즐길 차례다. 김수지는 “이제 1승을 했으니 2승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또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다음 대회는 오는 9일부터 경기도 블랙스톤 이천에서 열리는 KB금융 스타챔피언십. 총 상금 12억 원에 달하는 큰 대회다. 김효주는 물론이고 박인비와 전인지도 초청선수로 참가해 더욱 이목이 집중되는 대회. 이번 대회 절정의 기량을 보인 김수지가 세계적인 선수들과 물러섬 없는 한 판 대결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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