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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벤투호, 어쩌면 더 어려울 레바논전 [월드컵 최종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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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벤투호, 어쩌면 더 어려울 레바논전 [월드컵 최종예선]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9.07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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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월드컵 본선 9회 연속 진출 쾌거를 이룬 아시아의 호랑이. 세계적인 강호들에 이어 세계 6번째로 10회 연속 기록 도전에 나서지만 그 행보가 어딘지 불안하기만 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7일 오후 8시부터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레바논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2차전(tvN, TVING, 쿠팡플레이 생중계)을 치른다.

1차전에서 졸전 끝 이라크와 0-0으로 비겨 더욱 승리가 절실하지만 레바논전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7일 레바논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2차전에 나선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10회 이상 연속 월드컵 본선에 나선 팀은 브라질과 독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스페인 등 5개국에 불과하다.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기회를 맞았다는 것 자체가 한국이 왜 아시아의 호랑이로 불렸는지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다만 최근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2018년 러시아 대회 때도 막판까지 본선행을 장담키 어려웠다. 심지어 감독 또한 최종예선 기간 중 교체됐고 소방수 체제로 월드컵을 치렀다.

같은 우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대표팀은 러시아 월드컵 직후 벤투 감독을 선임했고 월드컵까지 4년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은 이를 확신하기 어렵다. 벤투 감독 또한 안정감을 보이지 못하며 본선행에 대한 확신을 주고 있지 못하기 때문.

무능함의 끝판왕이었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에선 무패 행진을 달리며 순항했다. 물론 벤투 감독은 그보다 전술적 색채가 더 확고하지만 원하는 걸 명확히 보여주지 못해 아직까진 축구 팬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후방부터 빌드업을 통해 만들어가는 축구를 지향하며 친선전에선 이따금씩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으나 아시아 예선은 이야기가 다르다. 정상적인 경기 운영으로는 한계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상대가 극단적인 수비 전술을 펼쳐 패스 위주로 경기를 풀어가기 힘든 여건이기 때문이다.

이라크와 최종예선 1차전에서 한국은 졸전 속 0-0 무승부를 거뒀다. [사진=스포츠Q DB]

 

2차 예선보다 더 강한 상대들을 만나는 게 최종예선이다.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던 슈틸리케호가 해법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기 시작한 것도 최종예선에 들어서면서부터였다. 큰 위기를 겪어보지 못한 벤투호에 대한 걱정이 더욱 커지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

대표팀은 지난 2일 이라크전 이렇다 할 공격을 펼치지 못한 채 승점 1을 추가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역대전적에서 7승 12무 2패로 크게 앞서 있고 홈경기였음에도 내용은 전혀 예상과 달랐다. 패스 플레이를 시도하려 했으나 상대의 촘촘한 수비에 좀처럼 공간이 생기지 않았고 세밀함도 부족했다. 과감한 슛은 찾아볼 수 없었고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레바논전은 더 답답할 수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선 36위 한국이 98위 레바논에 크게 앞서 있고 상대전적에서도 10승 3무 1패로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2차 예선에서 미리 만났던 레바논에 힘을 쓰지 못했던 벤투호다. 2019년 레바논 원정에선 0-0 무승부, 지난 6월 13일 고양에서 열린 2차예선에서도 상대 자책골에 힘입어 2-1 신승을 거뒀다. 

6일 유튜브로 진행된 사전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이반 하섹 레바논 감독은 “수비적으로만 나가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선 승리가 필요하기에 당연한 말이지만 그렇다고 레바논이 라인을 끌어올리고 정상적인 운영을 할 가능성은 극히 작다. 아랍에메리트(UAE)와 1차전에서도 수비적인 전술로 맞서며 상대 공세를 잘 막아내며 0-0 무승부를 거뒀던 레바논이다. 이라크보다 객관적 전력에서 더 떨어지기 때문에 더욱 단단히 문을 틀어잠그려 할 가능성도 크다.

레바논전을 앞두고 파주 NFC에서 결의를 다지고 있는 대표팀 선수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렇다면 벤투 감독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더 적극적이고 빠른 공격을 펼치겠다”는 그는 “우리 플레이를 발전시키고 공격 쪽에서 이라크전보다 잘 플레이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원론적인 이야기를 남겼다.

이어 “선수 여러 명을 바꾸고 포메이션에 변화를 주는 것 말고 다른 것을 해야 한다”며 “더 적극적이고 빠른 공격을 펼치겠다. 중요한 건 처음부터 침착하게 플레이해서 우리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졸전 이후에도 큰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말에서 큰 희망을 찾기도 어렵다.

기대해보자면 유럽파들이 시차 적응을 마치고 보다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반복된 훈련으로 선수들의 호흡이 더 나아지기만을 바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나치게 플랜A에만 집중한다는 지적을 받는 벤투 감독이다. ‘지지만 말자’는 각오로 극단적인 수비 전술을 펼치는 상대에 정상적인 전술로 골을 넣고 승리를 거두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론 고공축구를 펼치기도 하고 과감하게 슛을 쏟아 부어야 할 때도 있다. 결과를 떠나 희망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벤투호에 대한 실망감과 비판 여론이 커지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과연 이번엔 벤투 감독이 우려와 달리 만족스런 결과를 낼 수 있을까. 걱정이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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