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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익수 감독, FC서울 부임 과제는 '정신개조'? [K리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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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익수 감독, FC서울 부임 과제는 '정신개조'? [K리그1]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9.07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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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K리그1(프로축구 1부) 최하위에 처진 FC서울이 감독 교체를 단행했다. 지난 시즌 광주FC를 승격시킨 뒤 대번에 상위스플릿까지 올린 박진섭(44) 감독이 야심차게 부임했지만 10개월 만에 성적 부진에 책임 지고 물러났다.

서울은 6일 "후임으로 안익수(56) 선문대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박 감독과 함께 강명원 단장도 자진 사임했다. 지난 2018년에 이어 다시 강등권에 몰린 서울이 수뇌부 교체를 통해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은 지난해 감독을 두 차례나 바꾸며 대행 체재로 팀을 운영하는 등 진통을 벌였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것은 물론 리그에서도 하위스플릿에서 마감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광주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은 박진섭 감독과 3년 계약하며 안정을 꾀했지만 부진의 터널은 길었다.

박 감독은 전날 전북 현대와 홈경기에서 3-4로 패한 뒤 경기장 앞에서 팬들과 만나 성적 부진에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고, 그것이 팬들과 마지막 만남이 됐다.

K리그의 젊은 지략가로 통했던 박진섭 감독이 FC서울 지휘봉을 잡고서 10개월 만에 물러났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의 젊은 지략가로 통했던 박진섭 감독이 FC서울 지휘봉을 잡고서 10개월 만에 물러났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안익수 감독은 구단 수석코치 출신으로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부산 아이파크, 성남FC,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등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2018년부터 선문대를 지휘하며 2020년 U리그 왕중왕전, 2021년 춘계대학연맹전·추계연맹전 우승을 일구며 대학가를 호령했다.

2010년 서울 수석코치 시절 K리그 우승을 경험한 안 감독은 오는 12일 또 다른 친정팀 성남을 상대로 데뷔전을 치른다. 7일 선수단과 첫 인사를 나눈 후 훈련을 진행하며 신체제 출범을 알렸다. 현재 6승 7무 14패(승점 25)로 12위인데, 11위 성남(승점 27)을 잡을 경우 탈꼴찌가 가능해 동기부여가 상당할 전망이다.

서울은 시즌 앞서 나상호, 팔로세비치, 박정빈 등을 영입하며 공격진을 강화, 재도약을 꿈꿨다. 하지만 4월부터 7월까지 12경기(5무 7패) 동안 승리 없이 부진하며 위기에 몰렸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지동원, 가브리엘, 여름, 채프만 등 전방위에 걸쳐 굵직한 이름들을 데려와 스쿼드를 보강하며 반격에 나섰다. 후반기 들어 3경기 무패(2승 1무)를 달린 것도 잠시 다시 6경기 무승(1무 5패) 극심한 난조에 빠졌다.

전북전에는 U-22 선수가 8명이나 출전명단에 들었다. 주축 선수들 대부분이 부상으로 결장했다고 밝혔지만 박진섭 감독이 선수단 기강 확립에 실패한 게 아니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서울은 K리그1 선수단 총 연봉 3위다. 우승을 다투는 전북 현대, 울산 현대에 이어 3번째로 높은 몸값을 자랑하지만 올 시즌 경기 내용도, 결과도 만족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스타플레이어가 즐비하지만 경기력이 신통치 않다.

안익수 감독이 7일 서울 선수단과 첫 훈련을 진행했다. [사진=FC서울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안익수 감독이 7일 서울 선수단과 첫 훈련을 진행했다. [사진=FC서울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축구계에선 FC서울이 '배 부른 베짱이'라며 간절함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제주 유나이티드전 패배 뒤 기자회견에서 박진섭 감독은 "선수들이 나태하다고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아야만 했다. 최근 현영민 JTBC 해설위원도 서울 경기를 중계하다 "프로라면 끝까지 뛰어야 하는데 서울 선수들은 지고 있어도 그런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고 꼬집기도 했다.

참다 못한 서포터즈 역시 5일 전북전에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G긋지긋한 Sㅓ울다움', '사무실엔 곰팡이 풀밭 위엔 베짱이' 등 현수막을 내걸고 항의했다. 경기가 끝나자 선수단 버스가 나가는 본부석 주차장 출입구에 모여 침묵의 시위를 벌였다.

안익수 감독은 만년 중위권이던 선문대를 3년 만에 최상위 레벨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U리그 왕중왕전을 시작으로 대학축구 메이저대회를 3연속 제패했다. 선수 개인능력보다 수비에 중심을 두고 조직력을 키워 결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과거 뛰어난 카리스마로 '호랑이' 별명을 얻었던 만큼 서울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정신력 재무장을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

2018년 황선홍, 2020년 최용수에 이어 올해 박진섭까지 서울은 어느새 스타 감독들의 무덤이 됐다. 안익수 감독과 계약기간 3년에 사인했는데, 최근 몇년째 계속되고 있는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이번 위기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3년 전 승강 플레이오프(PO)까지 벌여야 했던 흑역사를 되풀이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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