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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 승률 1위 롯데, 무엇이 달라졌기에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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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 승률 1위 롯데, 무엇이 달라졌기에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9.09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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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2017년 이후 롯데 자이언츠의 가을은 쓸쓸하기만 했다. 암흑기 시절이 떠올랐다. 지난해 5할 가까운 승률을 올렸지만 가을야구는 역시 남의 잔치였다. 올 시즌은 다를 수 있을까.

시즌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는 가을 초입. 롯데가 힘을 쥐어짜고 있다. 최근 10경기 6승 2패 2무로 45승 51패 3무. 아직은 8위에 머물고 있지만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5위 키움 히어로즈와 승차를 4경기까지 좁혔다.

연이틀 이승헌(23)과 김진욱(19)을 임시선발로 내보낼 정도로 상황이 좋진 않지만 3위 삼성 라이온즈를 잡아내는 등 똘똘 뭉쳐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마무리 투수 김원중은 후반기 11경기에서 10세이브를 쓸어담으면 뒷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지난 7,8일 대구 원정에서 삼성과 2021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2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우세 3연전을 완성시켰다. 첫 경기엔 데이비드 뷰캐넌, 8일엔 원태인이 선발로 나섰다. 둘은 평균자책점(ERA) 2.76, 2.69로 이 부문 6위와 5위에 나란히 랭크돼 있는 투수들. 반면 롯데는 후반기 첫 등판하는 이승헌(5.40)과 101일 만에 선발 기회를 얻은 고졸 신인 김진욱(6.75)을 등판시키고도 승리를 챙겼다.

이 둘이 승리를 직접적으로 책임진 건 아니다. 이승헌은 1실점하며 준수한 투구를 펼쳤으나 4이닝 만에 물러났고 김진욱은 아웃카운트 3개만을 잡아냈다.

아이러니하게도 후반기 롯데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롯데는 올림픽 브레이크 이후 시작된 후반기 13승 7패 2무로 전체 승률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중심에 단단해진 뒷문이 있다.

전반기 ERA 6.05로 최하위였던 불펜이 후반기 놀랍게 변신했다. 22경기에서 불펜진은 3승 1패 11세이브 22홀드를 기록했다. 특히 필승조 세 투수의 반등은 경이로울 정도다. 

지난해 클로저로 변신하며 25세이브를 올린 김원중은 전반기 블론세이브 5개로 이 부문 1위였다. 최준용은 어깨 부상으로 전반기 도중 대열에서 이탈했다. 구승민도 난조를 겪었다.

전반기 부상으로 이탈했던 최준용은 1세이브 5홀드로 후반기 롯데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그러나 후반기엔 다른 투수가 된 듯한 투구를 펼치고 있다. 김원중은 11경기에서 ‘제로 행진’을 펼치고 있다. 연속 무실점 투구를 펼치며 단 6개의 안타만을 허용했다. 동시에 세이브는 10개나 추가했다. 

김원중이 많은 세이브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건 그의 앞에서 던진 투수들의 호투 덕이다. 후반기 복귀한 최준용은 1세이브 5홀드, 구승민은 4홀드를 더하고 있다. 여기에 전날 임시선발로 나섰던 김진욱도 8경기에서 1승 4홀드를 기록했다. 강윤구도 11경기에서 한 점도 내주지 않고 3홀드를 보탰다. 2018년 입단 후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도규 11경기 1승 1홀드 ERA 2.31로 큰 힘을 더하고 있다.

특히 8일 경기에선 롯데의 벌떼야구 힘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김진욱이 오프너로 나서 1이닝만을 책임졌고 이후 등판한 이인복이 4⅔이닝 3실점으로 잘 버틴 후 김도규(⅓이닝)-구승민-최준용-김원중(이상 1이닝)이 릴레이 호투를 펼치며 5-4 승리를 지켜냈다. 구승민은 승리, 최준용은 홀드, 김원중은 세이브를 챙겼다.

어쩌면 후반기 선전은 탄탄히 마련된 과정에 의한 결과일 뿐일 수 있다. 조금 더 넓게 보면 롯데는 단기간 성적을 내기 위한 게 아닌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팀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래리 서튼 감독 부임 후 어린 선수들이 대거 기용하며 가능성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롯데의 밝은 미래를 예상해볼 수 있는 단면이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지난 7일 승리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신인 포수 손성빈이 맹활약했고 젊은 투수들은 연이은 호투를 펼치며 승리를 이끌었다. 래리 서튼 감독은 경기 후 “어린 선수들을 성장시킨 노력, 그 프로세스가 경기장에서 꽃핀 경기”라며 “무척 특별한 밤이었다. 스카우트팀과 육성팀을 칭찬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해 성민규 단장 부임 후 롯데는 ‘프로세스’를 강조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더 좋은 팀이 되기 위해 어린 선수들을 길러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5월 서튼 감독 부임과 함께 1군에서도 어린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조금씩 결과물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러한 노력이 잘 나타난 게 7일 삼성전이었다. ‘유망주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던 롯데였기에 이러한 변화는 꽤나 고무적이다.

더불어 중심을 잘 지켜주는 베테랑들의 역할도 달라진 롯데를 설명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불혹의 에이스 이대호를 비롯해 전준우와 손아섭 등은 여전한 클래스를 자랑하며 팀 타선을 이끌고 있다. 

롯데의 후반기 돌풍이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일 것으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다. 달라진 롯데가 4년 만에 가을야구를 정조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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