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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보어 오재일 김재환, 홈런서 답을 찾다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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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보어 오재일 김재환, 홈런서 답을 찾다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9.1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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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영양가 없는 홈런’이라는 말이 있다. 승부가 이미 한 쪽으로 기울어진 뒤 터져나온 홈런포를 두고 일부 팬들이 비아냥거리는 표현이다. 때론 크게 뒤져 있는 경기에서 ‘홈런 한 방보다 안타가 낫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지난해 홈런 1위 NC 다이노스는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뤄냈고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잘 던지던 한국 투수들은 홈런 한 방에 와르르 무너져내리곤 했다.

9일 전국 5개 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에선 무려 12개 대포가 쏟아져 나왔다. 왜 홈런이 중요한지 확인할 수 있는 한 방들이 유독 많았다.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가 9일 KIA 타이거즈전 8회 동점 솔로포를 날리고 3루 베이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그동안 부진했던 거포들의 홈런이 연달아 터져나왔다. 박병호(키움 히어로즈)를 비롯해 오재일(이상 35·삼성 라이온즈), 김재환(두산 베어스)와 외국인 타자 저스틴 보어(이상 33·LG 트윈스)까지 팀이 간절히 기다려온 대포 한 방을 선사했다.

5차례나 홈런왕에 올랐던 박병호는 9일 KIA 타이거즈전 팀이 2-3으로 끌려가던 8회말 우측 담장을 넘기는 동점 솔로 아치를 그렸다. 지난해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타율은 0.223 홈런은 21개에 그쳤다. 박병호가 2012년 이후 30홈런을 넘기지 못한 건 처음이었다.

올해 부진은 더 심각했다. 타율은 0.211. 최근 10경기 타율은 0.133으로 좀처럼 타격감을 회복하지 못했다. 간판 타자의 부진에 지난해 5위로 가을야구 막차를 탔던 키움은 올 시즌에도 하위 팀들에 거센 추격을 받으며 힘겹게 5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이날 홈런 한 방은 의미가 남달랐다. 홍원기 감독은 박병호를 수훈 선수로 지목했다. 박병호 스스로 만족할 만한 한 방이었다. 박병호의 시즌 14호포는 김혜성, 변상권, 김웅빈이 연속 안타로 역전을 이뤄내며 더 빛을 발했다.

LG 트윈스 외국인 타자 저스틴 보어는 한 달 가량 만에 시즌 2호포를 날렸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LG 새 외국인 타자 보어의 한 방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화 이글스전에서 1회 130m 대형 만루포를 터뜨렸다. 지난달 11일 팀 합류 후 2경기 만에 홈런으로 기대감을 끌어올린 뒤 2번째 홈런이 나오기까지 한 달 가까운 기다림이 필요했다.

기대가 컸으나 실망스러웠다. 타율 0.162. 출루와 장타력 어떤 것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날은 8번 타자에 배치됐다. 류지현 감독은 경기 전 이상적인 그림이 아니라며 씁쓸함을 나타냈다.

2군행 가능성까지 제기되던 상황. 보어가 힘을 냈다. 4연패를 끊어내는 영양가 만점 활약이었다. 류 감독의 말처럼 보어가 이 홈런을 계기로 타격감을 끌어올릴 수 있기를 LG 팬들도 간절히 바라고 있다. KBO리그에 적응하며 작은 변화를 기하고 있는 과정에서 나온 홈런이라 더욱 기대감을 실어준다.

오재일도 모처럼 만에 웃었다. 올림픽에 다녀온 뒤 후반기 2할 타율에 허덕이고 있던 그는 8월 16경기에서 단 하나만 기록했던 홈런을 연이틀 쏘아 올렸다. 특히 이날 KT 위즈전에선 9회말 2사 1,3루에서 끝내기 스리런포(16호)를 날리며 3연패에 빠져 있던 팀을 구해냈다.

올림픽 이후 부진했던 삼성 라이온즈 오재일(가운데)도 이날 끝내기 홈런을 날리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올림픽에서 극심한 부진에 빠졌고 많은 야구 팬들의 지탄을 받았다. 이 영향 때문인지 중심타자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9월 첫 경기 홈런을 날린 뒤에도 3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치는 등 기복을 보이던 오재일은 전날 롯데 자이언츠전에 이어 다시 한 번 대포를 쏘아 올리며 부활 조짐을 보였다.

잠실 홈런왕 출신 두산 김재환도 팀에 3연승을 안기는 스리런 홈런을 날렸다. 1회초 나온 부터 나온 홈런으로 리드를 잡은 두산은 승리를 이끌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달 26일 이후 11경기 만에 나온 홈런. 올 시즌 타율 0.275 19홈런 74타점으로 기대 만큼 제 역할을 하지 못했으나 가을야구 진출을 노리는 7위 두산에 김재환의 부활은 그 어떤 소식보다 반가운 일이다.

홈런 한 방이 부활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거포들은 홈런으로 답해야 하고 홈런이 나와야 상대 투수들이 부담감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부진 속 나온 한 방은 의미가 남다르다. 홈런 타자의 존재는 후속 타자들에 대한 우산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홈런 타자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

무엇보다 담장 밖으로 타구를 날리는 습관은 이들에게 큰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다. 잘 나가던 이들의 장기 부진은 심리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홈런 타자들에게 가장 좋은 심리 치료제는 결국 홈런이다. 다시 큰 타구를 날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야 말로 이들에겐 진정한 부활의 촉진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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