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9-18 14:17 (토)
신유빈 누른 전지희, 베테랑의 성장론 [여자탁구]
상태바
신유빈 누른 전지희, 베테랑의 성장론 [여자탁구]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9.10 11: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2020 도쿄 올림픽을 통해 '삐약이'로 거듭난 신유빈(17·대한항공)이 실업 무대 첫 대회에서 한국 여자탁구 최강자 전지희(29·포스코에너지) 벽을 넘지 못했다. 전지희는 본인의 존재가 신유빈의 성장을 이끌어 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전지희는 9일 강원 인제 다목적경기장에서 열린 2021 춘계 회장기 실업탁구대회 기업부 여자단식 8강에서 신유빈을 세트스코어 3-1로 이겼다.

첫 두 세트 전지희가 여유있게 따내면서 싱거운 승부가 예상됐다. 하지만 신유빈이 3세트 11-2로 반격했고, 4세트도 4차례나 듀스 접전을 벌인 끝에 전지희가 겨우 승리했다. 올림픽을 경험하고 돌아온 신유빈 기세에 전지희가 혼쭐난 셈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지희는 경기 후 "올림픽도 아닌데 긴장됐다"며 "(3세트) 유빈이 공격을 초반부터 제대로 받아내지 못했다. 나로서는 답 없는 세트였다"며 혀를 내둘렀다.

[사진=월간탁구/연합뉴스]
전지희가 신유빈과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사진=월간탁구/연합뉴스]
[사진=월간탁구/연합뉴스]
신유빈은 올림픽을 경험한 뒤 기량이 한층 성숙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월간탁구/연합뉴스]

이로써 전지희는 신유빈과 맞대결 2전 전승을 달렸다. 지난 3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스타 컨텐더 단식 8강에서 승리한 데 이어 2연승. 지난 6월 올림픽 직전 이벤트 성격으로 열린 비공식 올림픽 모의대회에서도 신유빈을 눌렀다.

최강자 자존심을 지킨 그는 한국 여자탁구 '현재'로서 '미래'가 될 신유빈의 가능성을 치켜세우는 일을 잊지 않았다.

전지희는 "유빈이가 점점 발전하고 있다. 과거의 유빈이를 생각하면 안 된다"면서 "특히 올림픽 뒤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스물아홉인 나는 이제 얼마나 더 현역으로 뛸지 모른다. 하지만 유빈이는 한국 탁구 미래다. 유빈이가 성장해야 한다"며 "내가 쉽게 안 밀리는 게 유빈이 성장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나도 언니들과 부딪치며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전지희에게도 신유빈이 무럭무럭 자라는 게 도움이 된다. 단식에서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무서운 후배임과 동시에 대표팀에선 복식조로 호흡을 맞추는 파트너이기도 하다. 둘은 이달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과 11월 미국 휴스턴에서 개최되는 세계선수권에서도 짝을 이룬다.

유남규 한국실업탁구연맹 부회장은 "전지희가 최근 몇 년간 국내 대회에서 이토록 경기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면서 "신유빈에게 져서는 안 된다는, 국내 1위 타이틀을 내줘선 안 된다는 절박감이 전지희에게서 느껴졌다"고 흥미로워했다.

[사진=월간탁구/연합뉴스]
신유빈을 쫓고 있는 김나영. [사진=PP라이프/연합뉴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전지희와 신유빈을 동시에 지도한 추교성 여자탁구 대표팀 감독도 "신유빈의 기량이 올라오면서, 전지희도 자극 받아 많이 발전했다"고 흡족감을 나타냈다.

전지희가 버텨주고, 신유빈이 더 크면 2024 파리 올림픽 메달 전망은 밝아질 수밖에 없다. 전지희는 "아직 국가대표로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한 번도 결승에 오른 적이 없다"면서 "유빈이와 함께 결승에 올라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한편으로 신유빈은 이제 자라나는 탁구 꿈나무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대회에서 신유빈은 한 살 어린 김나영(16·포스코에너지)과 명승부를 벌였다.

김나영 역시 신유빈처럼 고교 진학 대신 실업팀 입단을 택한 기대주다. 올 초 중학교 졸업 직후 포스코에너지와 계약했다. 어머니가 대전 호수돈여중 등에서 코치로 활동한 양미라 씨, 아버지가 김영진 한국수자원공사 감독이니 탁구인 피가 흐르는 것도 신유빈과 닮았다.

전문가들은 김나영이 지금의 성장 속도를 유지하면 2~3년 안에 신유빈과 라이벌 구도를 이룰 가능성 높다고 보고 있다. 한동안 정체됐다는 평가가 따랐던 한국 여자탁구에 신유빈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쟁 체제가 생겨나고 있어 다음을 기대케 한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