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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드베데프-라두카누 우승, 세대교체 장 된 2021 US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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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드베데프-라두카누 우승, 세대교체 장 된 2021 US오픈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9.1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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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2021 US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750만 달러·673억 원)는 세대교체 변곡점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남자단식에선 다닐 메드베데프(25·러시아)가 노박 조코비치(34·세르비아)의 그랜드슬램 대업 달성을 저지했고, 여자단식에선 19세 에마 라두카누(영국)가 무실세트 우승이라는 전무한 기록을 썼다. 

세계랭킹 2위 메드베데프가 13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남자단식 결승에서 조코비치를 세트스코어 3-0(6-4 6-4 6-4)dm로 누르고 우승했다.

앞서 열린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을 휩쓴 조코비치가 이번에도 우승했을 경우 1969년 로드 레이버(호주) 이후 52년 만에 한 해 4대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는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메드베데프가 보란 듯이 훼방을 놓았다.

다닐 메드베데프가 조코비치의 그랜드슬램을 저지하며 생애 첫 메이저 정상에 섰다. [사진=EPA/연합뉴스]

1987년생 조코비치가 다시 그랜드슬램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조코비치는 지난달 2020 도쿄 올림픽 남자단식 4강에서 탈락한 데 이어 US오픈에서도 준우승에 머물며 대기록을 눈앞에서 놓쳤다. 남자단식 최다우승 '단독' 1위 타이틀 획득도 다음으로 미뤄졌다. 조코비치와 이번 대회 불참한 라파엘 나달(5위·스페인), 로저 페더러(9위·스위스)는 모두 메이저 단식에서 20회씩 정상에 섰다.

반면 메드베데프는 2019년 US오픈, 올해 호주오픈에 이어 세 번째로 나선 메이저 단식 결승에서 마침내 샴페인을 터뜨렸다. 특히 1월 호주오픈 결승에서 조코비치에게 당한 0-3 패배를 그대로 갚아줬다. 서브에이스 16-6, 공격성공 38-27, 실책 31-38 등 내용 면에서도 완승을 거뒀다. 우승상금 250만 달러(29억2500만 원)를 획득했다.

그동안 조코비치, 페더러, 나달을 일컫는 '빅3'가 메이저 남자단식을 삼분해왔는데, 지난해 이 대회에서 1993년생 도미니크 팀(6위·오스트리아)이 형님들 틈을 비집고 왕좌에 등극했다. 이어진 올해 3차례 메이저 트로피를 모두 조코비치가 들어올렸는데, 1년 만에 다시 1996년생 메드베데프가 세계를 제패하며 세대교체 가속화를 알렸다.

그랜드슬램을 노린 조코비치는 결승 앞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예고했으나 초반부터 무기력했다. 1세트를 내준 그는 2세트 두 차례 연속 메드베데프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할 뻔했지만 실패하자 라켓을 코트 바닥에 내리치며 분을 감추지 못했다. 3세트 메드베데프가 일찌감치 게임스코어를 4-0으로 벌리며 조코비치의 추격을 뿌리쳤다.

조코비치는 경기 후 "지금 메이저에서 우승할 자격이 있는 선수가 있다면 바로 메드베데프"라며 "앞으로 이 무대에 자주 서게 될 것"이라는 축하 인사를 건넸다. 3세트 2-5로 밀린 상황에서 그는 유니폼을 갈아입고 마음을 다잡으며 4-5까지 추격하기도 했다. 조코비치의 반격에 팬들의 기립박수 격려가 쏟아지자 한동안 수건을 얼굴에 감싸쥐고 눈물을 닦아낸 그는 "오늘 이기지 못했지만 여러분 응원 덕에 내 가슴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다. 코트에서 매우 특별한 감정을 느낀 행복한 사람"이라고 전했다.

노박 조코비치가 팬들의 응원에 눈물을 보였다. [사진=AP/연합뉴스]

전날 여자단식에선 사상 초유의 10대 선수 간 결승전이 열렸다. 

2002년생 라두카누(150위)가 동갑내기 레일라 페르난데스(73위·캐나다)와 맞대결해 2-0으로 승리하며 생애 첫 메이저 우승 영광을 안았다. 1999년 세리나 윌리엄스(미국·17세 11개월) 이후 가장 어린 나이로 US오픈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섰다. 2004년 윔블던을 제패한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17세) 이후 최연소 메이저 여자단식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놀라운 건 라두카누가 예선부터 시작해 본선까지 휩쓸었다는 점이다. 메이저 남녀단식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이다. 예선 3경기와 본선 7경기 모두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무실세트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7월  윔블던에서 처음 메이저 본선에 나서 4회전에서 여정을 마쳤던 그가 바로 다음 대회에서 '테니스 여제' 대관식을 치렀다. 종전 150위였던 라두카누는 세계랭킹을 30위 안쪽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라두카누는 앞서 학업을 병행한 탓에 주니어 경력이 특출나지 않은 데다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출전 경력도 거의 없다. 이전까지 국제테니스연맹(ITF) 주관 대회에만 나서다가 올해 들어 처음 WTA 투어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앞서 나선 3차례 투어 대회 중 2번 1회전에서 탈락했다.

키 175㎝ 오른손잡이인 그는 서브 최고시속 177㎞로 힘을 앞세우는 스타일은 아니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정교한 샷을 바탕으로 한 기술적인 테니스로 이번 대회 벨린다 벤치치(12위·스위스), 마리아 사카리(18위·그리스) 등 강자들을 꺾었다.

에마 라두카누(오른쪽)와 레일라 페르난데스. 두 10대 선수가 US오픈 여자단식 결승에서 맞붙었다. [사진=AFP/연합뉴스]

여자단식에선 윌리엄스(22위)가 2017년 호주오픈에서 마지막 메이저 트로피에 입을 맞춘 이래 17차례 메이저에서 선수 12명이 돌아가며 정상에 서는 춘추전국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라두카누와 결승에서 맞선 페르난데스 역시 차기 주자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오사카 나오미(3위·일본), 안젤리크 케르버(17위·독일), 엘리나 스비톨리나(5위·우크라이나), 아리나 사발렌카(2위·벨라루스) 등 톱랭커들을 줄줄이 물리치고 우승을 노크했다. 

루마니아 출신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라두카누는 어머니의 '중국식 가르침' 덕에 강한 정신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한다. 영국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중국인은 자부심이 강하지만 남들에게 자신이 잘났다고 내세우지 않고, 자기 자신을 믿는 데 집중한다"면서 "그런 어머니 밑에서 자란 나는 중국의 문화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라두카누는 우승 소감을 전하면서도 같은 나이의 준우승자 페르난데스를 치켜세우는 일을 잊지 않았다. "페르난데스는 계속 대단한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라며 "앞으로 자주 투어 대회에서 만나 결승전을 펼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다문화 배경을 가졌기 때문에 라두카누의 스타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이미 영국에서도 큰 스타로 발돋움했는데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을 것이란 전망이 따른다. 현지 전문가들은 라두카누가 앞으로 광고 수익 등을 통해 벌어들일 가욋돈이 1억 파운드(1620억 원)는 될 것이라며 들떠있다. 현재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시간에 3만 명 꼴로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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