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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때녀' 사오리, "수어도 축구도 결국 소통이죠" [SQ인터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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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때녀' 사오리, "수어도 축구도 결국 소통이죠" [SQ인터뷰②]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10.02 0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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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스포츠Q(큐) 글 김의겸·사진 손힘찬 기자] 사오리 후지모토(32·일본)가 '골 때리는 그녀들'을 통해 주목 받으면서 그가 업으로 삼는 '수어 아트'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외국인 최초로 한국 수어 자격증 1차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내년 예정된 실기시험에도 붙으면 처음으로 외국인 수어 통역사가 된다. 수어 아티스트로서 농인들의 언어인 수어를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시작한 도전이다.

'골때녀'를 계기로 자신이 지금껏 쌓아온 작업물들도 주목받고 있다. 수어는 말로 하지 않아도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축구와 닮았다. 지난 4월부터 시작해 '골때녀' 시즌 1이 진행된 5개월 동안 '반(半) 축구인'으로 살아오면서 깨달은 게 있단다.

"수어도 축구도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수어는 말 없이 손짓, 표정으로 소통이 가능한 매개다. 그리고 축구도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잖나? 감독부터 팀원들과 피치에서 하나 돼 소통한다는 점이 같더라."

*이 인터뷰는 ①편에서 이어집니다.

사오리는 "수어도 축구도 결국 소통"이라며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전했다.
사오리는 "수어도 축구도 결국 소통"이라며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전했다.

◆ 자칭 '수어 아티스트', 계기는 패럴림픽 

'수어 아트'라는 말은 기존에도 있었지만 이를 전문적으로 하는 이를 지칭하는 '수어 아티스트'라는 개념은 옅었다. 사오리 말을 빌리면 '단순히 노래를 통역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농인과 청인 모두 함께할 수 있도록 돕는 퍼포먼스를 펼치는 사람'이다. 농인들은 멜로디와 박자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손 동작의 디테일뿐만 아니라 표정과 몸의 텐션 등도 중요한 표현요소가 된다.

사오리와 수어의 첫 만남은 2018 동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이었다. 당시 홍보대사로 성화 봉송에도 참여했는데, 아이스하키 경기가 열린 현장에서 큰 감명을 받았단다.

"아이스하키 경기장에서 넘어져도 벌떡벌떡 일어나는 선수들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스포츠는 전 세계 사람들이 하나가 돼 열광할 수 있는 콘텐츠라는 걸 피부로 느꼈다. 메달리스트 인터뷰를 할 때도 많았는데, 선수들이 내게 소식을 전해줘 고맙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넬 때면 오히려 내가 더 감사했다."

스포츠를 통해 수어를 업으로 삼게 됐는데, 다시 스포츠를 통해 더 높이 또 넓게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사오리는 "선수들의 불굴의 의지에 감동 받아 나도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현장에서 한국 수어를 처음 보게 됐다. 농인들이 수어로 대화를 나누고, 폐막식 중계화면에 수어 통역사가 함께 등장하는 걸 보면서 처음 흥미를 느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알아보니 각 나라 수어가 다르더라. 한국어를 잘한다는 점 외에 나만이 갖고 있는 특색이 부족하다고 여기던 때다. 외국인인 내가 한국 수어를 배우면 좀더 희소성을 갖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수어 학원에 등록, 공부하기 시작했다."

원래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 JYP 엔터테인먼트 일본 지사에서 근무한 바 있는 그다. 한국 뮤지컬 배우들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현장 및 무대 통역 일을 겸하기도 했다. 한국 문화 특히 K-POP에 빠삭했던 그가 수어라는 소통 창구를 만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골때녀' 덕에 소통 창구가 늘었다. 이제는 스포츠와 접점도 늘어날 전망이다.

◆ '골때녀'로 영역 확장, '축구로도 소통해요'

그렇게 스포츠 현장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수어 아티스트로 활동하게 됐다. 그리고 3년이 흐른 지금 다시 스포츠를 통해 이름을 알리게 되면서 활동영역을 넓힐 기회를 잡았다. 자연스레 스포츠와 접점도 많아질 전망이다.

"K-POP 뿐만 아니라 의미있는 음악들을 수어로 보여주고 싶다. 전 세계 음악과 스포츠를 연계해 농인과 청인이 다르지 않고 함께 하는 존재임을 알려주고 싶다. 가령 올림픽, 월드컵, 미식축구 등 큰 공식행사에서 수어로 테마송을 만들어 전 세계인과 공유할 수 있지도 않을까. 음악과 스포츠는 결국 떼려야 뗄 수 없는 콘텐츠 아닌가."

현재 소속사와 함께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에선 K-POP 수어 아트 영상을 주로 다루고 있지만 이제는 축구와 관련한 채널도 개설하려는 계획이다. 축구를 매개로 팬들과 현장에서 소통하겠다는 욕심이 담겼다. 축구 역시 수어와 마찬가지로 몸으로 나누는 대화다. 다국적 선수들이 모인 FC월드클라쓰가 방송을 통해 이를 증명하기도 했다.

사오리는 자신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며 새로운 문을 열었듯, 자신의 활동이 다른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감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사오리는 '할 수 있다'라는 뜻의 수어 동작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골때녀'를 계기로 사오리라는 아티스트를 처음 알게 된 분들이 많다. 매일 축구 유니폼을 입고, 공을 들고 연습하러 다니는데 알아보고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아졌다. 수어든, 축구든 내게는 완전히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일이었다. 최선을 다해도 될까 말까한 것들이었는데, 이렇게 내게 세상과 함께할 새로운 문을 열어줬으니 감사한 마음이다."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재능으로 늘 최선을 다 하는 모습, 하루하루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누군가에게 희망과 열정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아가 수어 아티스트 사오리를 이해해주고 지지해주는 전 세계 농·청인들을 위한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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