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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돌린 벤투, 손흥민 김민재 등 지쳐가는 선수들 [한국 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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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돌린 벤투, 손흥민 김민재 등 지쳐가는 선수들 [한국 이란]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0.08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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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아찔했던 경기였다. 막판 손흥민(29·토트넘 홋스퍼)의 극적인 결승골이 아니었더라면 들끓는 비판 여론을 마주할 뻔했다.

파울루 벤투(52)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7일 경기도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시리아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3차전 홈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2승 1무(승점 7)로 조 2위를 지켰으나 100% 만족할 수는 없는 경기였다. 아쉬운 골 결정력은 물론이고 선수들의 체력 저하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손흥민(왼쪽)이 결승골 이후 다리에 통증을 느끼고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경기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당초부터 해외파들에 대한 체력 문제가 이슈였다. 손흥민과 황의조(29·지롱댕 보르도)는 최근 몇 년간 누구보다 많은 비행거리를 경험했고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꾸준히 뛰었다. 올 여름 소속팀을 옮긴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과 김민재(이상 25·페네르바체) 등에 대한 걱정도 잇따랐다.

실제로 지난달 소집 때에도 이 문제로 한 차례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벤투호 황태자 중 하나인 남태희(30·알 두하일)가 이라크전 이후 부상으로 소집 해제됐고 2차전이었던 레바논전 손흥민은 근육 이상으로 결장, 황의조 또한 몸상태가 좋지 않아 45분만 뛰었다.

이날은 후반 초반 황인범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다. 후반에도 한국의 공세가 이어졌지만 추가골을 넣는데 번번이 실패했다. 큰 위기는 없었고 안정적으로 승점 3을 지키는 것 또한 괜찮은 전술처럼 보였다.

벤투의 첫 교체는 후반 11분. 측면 공격수 송민규(전북 현대)를 이재성(마인츠)로 바꾸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황의조. 후반 24분 이동준을 내보내며 휴식시간을 줬다. 이 사이 손흥민과 김민재가 통증을 나타내기도 했다. 손흥민에 대한 혹사 논란은 2018년 이후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김민재도 최근 터키 현지에서 혹사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많은 경기에 나서고 있었다.

올 여름 이적 후 소속팀에서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있는 김민재 또한 경기 도중 통증을 호소했다.

 

경기 도중 장딴지 부분을 어루만졌던 것에 대해 김민재는 “잠시 스트레칭을 한 것”이라며 “큰 문제는 아니”라고 말했다. 전술적으로도 실점 방지가 더 중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수비 핵심인 김민재를 빼주는 것엔 부담이 컸을 수밖에 없다.

다만 손흥민은 달랐다. 한국은 오는 12일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이란 원정에 나서는데 손흥민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경기다. 경기 도중 통증을 나타냈고 선제골 이후 집중력이 흐트러진 상황에서 동점골을 내줬다는 점을 고려하면 손흥민을 빼고 수비를 강화하는 교체를 해볼 만한 상황이었다.

동점골을 내준 직후 손흥민이 결승골을 터뜨려 승리하기는 했으나 애초에 수비를 강화하며 분위기를 환기해줬다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던 실점이었다. 이전까지 큰 위기도 없었고 심지어 실점 상황에서도 수비가 더 많았다. 앞서가는 상황에서 방심한 결과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잘 참아왔던 손흥민은 결승골 이후 통증을 호소하며 경기장을 빠져나오기도 했다.

물론 벤투 감독은 선수들이 지쳐있다는 말에 크게 동의하지 않았다. 후반 막판으로 갈수록 선수들의 체력저하가 눈에 띈다는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팀의 문제를 분석할 때 체력만 이야기하는 옳지 않다. 다른 파트와 함께 분석을 해야 한다. 경기 운영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가장 안 좋았던 상황은 첫 골 이후 전술적인 부분이었다. 체력적인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경기 후 손흥민(왼쪽에서 4번째)을 격려하고 있는 벤투 감독.

 

지쳐보이는 선수가 있었음에도 이른 교체를 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답변하기 상당히 어렵다”며 “어떤 선수를 말하는지 알려주면 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체력의 중요성은 잊지 않았다. 역대 2무 5패로 약세를 보였던 이란 원정을 앞둔 벤투 감독은 “이란은 피지컬도 강하고 경험 있고 기술 좋은 선수들이 많은 좋은 팀”이라며 “터프하고 어려운 팀을 상대하는 건 우리에겐 하나의 도전이 될 수 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선수들이 최선의 방법으로 회복하는 것과 다음 경기 전술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잠시 1위로 올라섰으나 밤 사이 이란이 아랍에미리트(UAE)를 잡아내며 다시 2위로 내려섰다. 강력한 전력은 물론이고 아자디스타디움은 해발 1273m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 적응이 쉽지 않다. 일방적인 홈 관중의 응원, 익숙하지 않은 잔디 등도 이란 원정이 ‘원정팀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이유 중 하나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선수단의 피로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안전 등을 고려해 이란 원정에 전세기를 띄우기로 결정했다.

다만 전세기를 띄우고 회복에 힘을 쏟는다고 한들 지쳐 있는 선수들이 단기간에 완전한 컨디션을 되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정 선수들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보이는 벤투 감독의 성향이 이란 원정을 앞둔 대표팀에 또 하나의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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