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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최철원-아산 이기현, '노잼' 우려 지운 선방쇼 [K리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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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최철원-아산 이기현, '노잼' 우려 지운 선방쇼 [K리그2]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21.10.2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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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동기부여가 떨어진 양팀 경기에 불을 붙인 건 다름 아닌 부천FC 골키퍼 최철원과 충남아산 골키퍼 이기현의 '선방쇼'였다. 90분 내내 멋진 세이브를 주고받으며 잔잔하게 흘러갈 수 있었던 경기를 ‘꿀잼’으로 만들었다.

부천과 아산은 지난 23일 경기도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1 하나원큐 K리그2(프로축구 2부) 35라운드 경기서 0-0으로 비겼다. 공방 끝에 0의 균형을 깨지 못해 승점 1을 나눠 갖는데 그쳤다.

페널티킥 선방을 포함, 여러 차례 선방쇼를 보여준 아산 이기현 골키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페널티킥 선방 포함, 여러 차례 선방쇼를 보여준 아산 이기현 골키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대다수가 지루한 경기를 예상했다. 승격 플레이오프(PO) 진출이 일찍 좌절된 두 팀은 순위에 큰 의미를 두지 못했다. 부천은 늘 그렇듯 어린 선수들을 대거 라인업에 포함시켰다. 아산은 박세진 퇴장징계로 베스트 라인업을 꾸리는 것부터 어려움이 따랐다.

장기간 무관중 경기를 끝내고 부분 유관중으로 전환됐지만 육성응원 금지로 적막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경기 초반 양 팀 경기력도 답답했다. 아산이 주도권을 잡았으나 공격 과정이 세밀하지 못했다. 부천은 상대 공세에 밀려 전진하는 데 부담을 느꼈다.

승부를 치열하게 끌고 간 건 양팀 골키퍼였다.

부천에선 최철원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김천 상무 전역 후 주전 자리를 꿰찼다. 김천에서 2경기 2실점, 부천에서 12경기 16실점. 올 시즌 경기당 평균 1.29실점으로 준수한 성적을 냈다.

최철원은 전반 초·중반이 넘어가는 시점부터 바빠졌다. 아산이 서서히 주도권을 잡고 공격에 고삐를 당기기 시작한 것. 위기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스리백 라인을 조정했다. 또 페널티박스 안에만 머물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와 상대 롱볼을 차단했다.

194㎝ 큰 키에서 나오는 공중볼 처리는 수준급이었다. 이날 부천은 상대에 코너킥 5개와 프리킥 15개 등 세트피스를 많이 내줬다. 아산이 박민서와 알렉산드로를 향해 적극적으로 크로스를 붙였는데, 그때마다 최철원이 끊어냈다.

최철원은 아산의 결정적인 찬스를 막으며 통곡의 벽이 됐다. 하이라이트는 전반 31분 나왔다. 부천의 공격이 끊긴 뒤 상대 역습을 맞았다. 아산 박민서가 골문이 빈 것을 보고 장거리 슛을 시도했다. 당황할 법도 했으나 최철원은 재빠르게 따라가 손끝으로 공을 쳐냈다. 부천 팬들 탄성이 터져나올 정도로 절묘한 펀칭이었다. 그는 후반에도 아산 공세 속에 철벽 면모를 보여줬다. 실점이나 마찬가지인 2~3차례 위기를 선방으로 넘겼다.

확실히 자신감이 올라온 모습이었다. 경기당 선방률을 75%까지 끌어올렸다. 커버 플레이에도 빈틈이 없었다. 90분 내내 선방을 이어간 최철원은 축구 통계매체 소파스코어 기준 평점 8.2를 받아 두 팀 통틀어 가장 높은 평점을 기록했다.

부천 수문장 최철원 골키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부천 수문장 최철원 골키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아산은 이기현으로 맞섰다. 20경기를 소화한 박한근이 이날 벤치에서 대기했고 이기현이 골문을 지켰다. 경기당 실점률 1.14로 최철원보다 나은 기록을 갖고 있었다.

다만 4개월 만의 출전이라는 점은 불안요소였다. 시즌 초반 주전으로 나섰다. 개막전을 시작으로 18라운드까지 14경기를 뛰었다. 박한근과 경쟁에서 한발 앞서 있었다. 하지만 18라운드 김천 원정경기에서 전반 1분 만에 수비가 준 백패스를 놓쳐 선제골을 헌납하는 실수를 한 이후 한동안 피치를 밟지 못했다.

이기현은 오랜만의 출전에 분풀이라도 하듯 실력을 뽐냈다. 심지어 부천은 그의 친정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는 “여기(부천종합운동장)서는 꼭 이기고 싶었다. 옛 추억도 있지만 현재에 집중하려 했다”고 밝혔을 정도로 이번 라운드 필승 각오를 다졌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주며 최후방을 담당했다.

특히 세컨드 볼 집중력이 돋보였다. 상대는 이날 안태현을 축으로 오른쪽 측면에 힘을 줬다. 그가 빠르게 아산 수비를 뚫어낸 뒤 크로스를 올리거나 중앙으로 직접 치고 들어와 슛을 시도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때마다 이기현이 잘 버텨줬다. 침투하는 부천 공격수들에게 공을 넘겨주지 않으려 세컨드 볼 처리에 심혈을 기울이며 실점 위기를 최소화했다.

이기현 선방의 백미는 후반 31분 나왔다. 한용수가 거친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내준 것. 키커는 부천 최다 득점자 박창준. 그러나 이기현은 끝까지 킥에 집중해 세이브에 성공했다. 그는 “올 시즌 페널티킥을 한 번도 막아보지 못했다. 마음을 내려놓고 골키퍼 코치 사인대로 움직였다. 차기 전 각도를 넓히기에 구석으로 찰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길게 뛰었고, 잘 맞아떨어졌다”며 선방 비결을 밝혔다.

후반 막판 수적 열세에 놓인 아산은 이기현 지휘 아래 수비수들이 유기적으로 후방 라인을 조직, 상대 전진을 효과적으로 막았다. 그 역시 꾸준한 선방으로 팀에 보탬이 됐다. 아산이 원하던 승점 3은 얻지 못했지만, 1점이라도 따낸 건 이기현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경기 전 걱정했던 대로 0-0 무승부 결과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경기 내용은 알찼다.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치열했던 두 팀 골키퍼 대결에 부천종합운동장엔 90분 내내 긴장감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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