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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탈출 대구FC, 승원 없어도 성원 있으매 [K리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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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탈출 대구FC, 승원 없어도 성원 있으매 [K리그1]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21.11.0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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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대구FC 장성원(24)이 정승원(24) 그림자를 지우며 팀을 위기 속에서 건져냈다.

대구는 6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1 하나원큐 K리그1(프로축구 1부) 35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수원FC를 2-1로 이겼다. 전반 7분 라스에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전반 19분과 31분 에드가 연속골로 경기를 뒤집었다. 승점 3을 추가한 대구는 리그 4경기 연속 무승 부진을 끊고 3위를 지켰다.

대구 미드필더 장성원. [사진=대구FC 제공]
대구 미드필더 장성원. [사진=대구FC 제공]

위기의 대구다. 파이널라운드 돌입 전 3경기에서 2무 1패로 승리를 따지 못했다. 무난하게 3위를 확보할 것처럼 보였으나 쫓기는 입장이 됐다. 지난주 파이널라운드 첫 경기에선 제주 유나이티드에 0-5 대패를 당해 팀 분위기가 처졌다.

대패 후 팬들 속을 다시 뒤집는 ‘노(NO)마스크’ 논란도 벌어졌다. 박한빈과 황순민, 정승원이 핼러윈을 맞아 대구 동성로의 한 거리를 방문한 모습이 포착됐다. 이들은 만취해 마스크를 쓰지 않고 헌팅을 다니거나 비속어를 내뱉는 등 행동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경기장 안팎으로 흔들리고 있다. 특히 올 시즌 주전 미드필더로 출전하던 정승원은 논란 이후 공식입장을 전하지 않고 있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이병근 감독도 “아직 정승원과 깊은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대구가 가장 크게 우려한 부분이다. 지난 라운드에서 확인했듯, 최근 측면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실력이 확실한 자원이 구설수로 전력에서 이탈하는 것은 큰 손실이다.

위기의 순간 이병근 감독은 장성원을 재차 믿고 회심의 카드로 던졌다. 사실 장성원은 로테이션 자원으로 분류된다. 시즌 초반 정승원이 계약 문제와 부상으로 나서지 못했을 때 주전으로 활약한 이후로는 대부분 교체로 투입됐다. 이번 시즌 리그 21경기에 출전해 도움만 1개 기록했다. 앞선 FC서울전과 제주전에선 배후공간 커버에 잡음을 내고, 턴오버도 다수 기록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에드가(오른쪽)가 자신의 득점을 도운 장성원(왼쪽)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에드가(오른쪽)가 자신의 득점을 도운 장성원(왼쪽)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장성원은 이날 각성한 듯 정승원 대신 오른쪽 측면을 확실히 책임졌다. 윙백으로 시작했지만 전반 초반부터 공격 지역에서 활발히 움직였다. 둔탁하긴 해도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과감하게 라인을 밀고 들어갔다.

동점골 시발점이 장성원이었다. 전반 19분 속도를 살려 그대로 측면을 파고든 뒤 골키퍼와 센터백 사이에 떨어지는 절묘한 크로스를 올렸다. 에드가가 발만 갖다 대며 골망을 흔들었다. 장성원이 만들어낸 득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전골 역시 그가 활발하게 움직여 상대 수비를 흔들어 놓은 덕에 나왔다. 세징야와 라마스가 중원에서 유기적인 패턴 플레이를 이어갔으나 두터운 수비진을 단박에 뚫어내긴 어려웠다. 결국 측면에서 동료가 함께 흔들어야 했는데, 장성원이 나섰다. 자신을 마킹하던 수비수를 중앙으로 끌어놓고, 효과적인 침투로 상대 수비 라인을 허물었다. 적극적으로 위협적인 크로스와 전진패스로 세트피스를 만든 결과 전반 31분 에드가의 역전골이 터졌다.

수비에서도 큰 보탬이 됐다. 대구는 후반 20분 이진용이 퇴장으로 피치를 벗어나 수적 열세에 놓였다. 수원이 공격적인 교체카드 활용으로 몰아치면서 위기가 이어졌다. 

장성원은 흔들리지 않았다. 예측 수비로 상대 전진패스를 차단하고, 상대 공격수 퍼스트터치가 길었을 때 빠르게 걷어냈다. 후반 중·후반 체력 부담 탓인지 1~2차례 공간을 내주는 모습을 노출했지만 기민하게 커버했다.

경기 템포를 조절하는 노련함 역시 빛났다. 10명이 싸운 대구는 맞불을 놓기보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에 집중했다. 장성원은 전반과 달리 오버래핑을 최소화하고, 온 더 볼 상황서 시야를 넓혀 압박받지 않는 선수에게 공을 전달해 소유시간을 늘렸다. 강한 압박 속에서 영리하게 공을 지켜냈다.

장성원은 90분 내내 일정한 에너지 레벨을 보여주며 승리에 이바지했다. 이병근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장성원이 몸이 좋지 않아 병원까지 다녀왔다는 비화를 밝혔다.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풀타임 활약하며 팀을 부진의 수렁에서 꺼냈다. 뒤숭숭하던 선수단 분위기를 잡고 새바람을 일으킨 건 덤이다.

결국 정승원은 선수단 징계 규정에 따라 벌금을 냈고, 잔여 경기 출전 정지를 받아 올 시즌 더 이상 경기장에서 볼 수 없다. 그러나 장성원이 정승원을 대신해 꾸준한 활약을 보여준다면 대구는 당면 과제인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티켓에도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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