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7:37 (목)
'이강철 매직' 3년, KT는 이렇게 강팀이 됐다 [SQ포커스]
상태바
'이강철 매직' 3년, KT는 이렇게 강팀이 됐다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1.19 01: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고척=손힘찬 기자] 창단 후 4년 연속 하위권에 머문 KT 위즈. 이강철(55) 감독의 손이 닿자마자 팀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부임 후 3년 만에 드디어 KT는 통합우승이라는 마법의 결실을 얻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는 18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1 신한은행 SOL(쏠) KBO(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4차전에서 8-4 승리, 팀 창단 후 첫 우승 대업을 이뤘다.

1군 입성 후 4년 동안 바닥권에만 머물던 KT는 어떻게 프로야구 최정상에 설 수 있었을까.

부임 후 3년 만에 KT 위즈에 우승 트로피를 안긴 이강철 감독.

 

◆ 힘겨운 시작, 이강철과 운명적 만남

창단 후 퓨처스리그(2군)을 거쳐 2015년 1군에 올라온 KT. 우승감독 조범현,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김진욱 감독을 차례로 사령탑으로 앉혔지만 항상 끝은 아름답지 못했다.

10-10-10-9. KT의 첫 4년간 성적. 1군 합류 후 2년 만에 가을야구에 나선 NC 다이노스와는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다. NC는 창단과 함께 유례없는 전력 강화 기회를 얻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으나 KT는 달랐다. 경험 많은 감독 지도 하에도 큰 성과를 내지 못했던 이유다.

이강철 감독을 만난 KT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부임 첫해인 2019년 KT는 71승 71패 2무로 5할 승률을 달성했다.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 NC와 승차는 불과 2경기. 성적을 내기 위해 조급해하기보다 어린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며 성장을 도왔고 이러한 선순환이 성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선수들에게 이기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노력했고 전임 감독들 아래서 만들어진 밑그림을 완성시키기 위한 길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지난해엔 개막 첫 30경기 동안 승률 0.367로 최악의 출발을 보였음에도 불펜진 의존도를 크게 높이는 강수로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버텼고 그 결말은 창단 첫 가을야구라는 해피엔딩이었다. 선수단과 충분한 교감을 했고 굳건한 신뢰를 얻어 이뤄낼 수 있는 성과였다.

가을야구에서 아픔이 있었으나 큰 자산이 됐다. 올 시즌을 준비하며 선발진 구상에 더 힘을 둔 이유다. 그 덕에 KT는 타이브레이커(1위 결정전)까지 가는 끝에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 감격을 누릴 수 있었다.

시즌 때와 달리 과감한 승부수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김태형 두산 감독을 제치고 우승 감독이 됐다.

 

◆ 과감한 승부사 변신, 여우 울린 명장 탄생

한국시리즈는 정규리그와는 분명히 다르다. 앞서 초보 사령탑들이 평소와 달리 조급함을 나타내며 가을 강자 두산 앞에 무너져 내렸다. 사령탑에 오른 뒤엔 처음 나서는 큰 무대임에도 이강철 감독은 달랐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이지만 은퇴 후 KIA 타이거즈-넥센 히어로즈(현 키움)-두산을 거치며 긴 시간 코치로서 충분한 경험을 쌓았다. 지난해 두산과 플레이오프에서 당한 패배도 성장 동력이 됐다.

가을야구 최종 매치를 앞두고 이강철 감독은 유한준(40)과 함께 박경수(37)를 전면에 세웠다. 큰 무대에서만큼은 베테랑이 해줘야 할 몫이 크다고 믿었던 까닭. 그러나 4번 타자를 맡아온 유한준과 달리 박경수는 타율 0.192로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냈던 터라 우려도 뒤따랐다.

그러나 박경수는 한국시리즈 주인공이 됐다. 감독의 믿음에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 수비에선 몸을 던져 호수비쇼를 펼쳤고 3차전에선 결승 홈런까지 날리며 누구보다 빛났다.

반면 시즌 중 1선발급 활약을 펼친 고영표는 불펜으로 전환시키는 강수를 뒀다. 결과적으로 선발 4명이 모두 승리를 거뒀고 고영표는 2차전부터 3경기 연속 등판해 KT의 승리를 지켜냈다.

우승 세리머니에서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는 이강철 감독(위).

 

번트가 익숙지 않은 제러드 호잉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하고 타격감이 좋지 않은 타자 타석 때 히트 앤드 런을 지시해 성공시키는 등 ‘작두’를 타는 것 같은 용병술을 보여줬다. 상황에 맞는 수비시프트로 상대 핵심 타자들을 울리기도 했다. 마운드 운영도 돋보였다. 3차전 투구수가 69구에 불과하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를 5⅔이닝 만에 강판시키는 강수를 두며 결국 성공을 거뒀고 일각에서 혹사 얘기가 나올 정도로 필승조 비중을 높이면서도 4연승으로 깔끔하게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경기 중 잦은 변화보단 묵직하게 선수들을 믿고 맡기는 스타일의 운영을 하는 이 감독이지만 가을 무대에선 과감한 변화와 승부수를 띄웠고 그 결과 팀을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려 놓은 김태형 두산 감독을 제치고 올해 최고의 감독으로 우뚝 섰다.

◆ 믿고 따르는 덕장과 함께, 명실상부 강팀이 된 KT

이 감독은 수훈 선수를 뽑아달라는 질문에 늘 ‘팀 KT’를 강조했다. 그만큼 원팀 정신을 강조했고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선수들이었기 때문. 우승을 확정한 뒤 이 감독은 고생해준 선수들을 일컬어 “새끼들”이라고 했다. 마치 자녀를 키우듯 애지중지하며 깊은 애정으로 팀을 이끌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통합우승의 비결을 묻자 “기존 조범현 감독과 전임 감독이 선수들에 기회를 많이 줘 선수들이 성장했다”고 전임 사령탑들에게 공을 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고영표는 불펜 전환에 서운함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이 감독은 긴 설득 끝에 그의 마음을 돌려놨다. 과감한 결단을 내리면서도 선수들의 마음까지도 살피는 세심함이 돋보였다.

시즌 부진에도 박경수에게 과감한 기회를 준 이강철 감독(아래). 박경수는 시리지 MVP로 선정되며 이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시즌 내내 부진하던 박경수에게 기회를 줬고 제자는 확실한 보답을 했다. 3차전 불의의 부상으로 이날은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던 박경수에 대해 이 감독은 “시상 전 여기까지도 정말 잘해줬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해 아쉽지만 시리즈 MVP로 보상받게 됐다. 움직일 수만 있어도 대타라도 세우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며 “MVP라는 상을 주셔서 대신해서 감사드린다. 큰 경기는 역시 베테랑 믿고 해야된다는 생각을 했는데 경험이 중요하단 걸 또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박경수는 “감독님은 선수들이 알아서 움직일 수 있게끔 하는 능력자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특히 고참들을 먼저 움직이게 한다”며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행동으로도 느낄 수 있다. 내가 말년에 1할을 쳤는데, KS MVP를 받을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하고 이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냈다.

우승을 떠나 선수들이 스스로 따르고자 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지도자다. 박경수는 “감독님께서 어떤 일을 가지고 고참들과 상의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후배들을 끌고 가려고 했다”며 “더 좋은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분위기를 형성해주셨다. 그렇게 되려면 고참들도 잘 해야겠죠. 그런 문화가 잘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만년 꼴찌로 불리던 KT는 어느새 KBO리그에서 가장 강한 팀이 됐다. 이 감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그는 팀을 바닥부터 차근차근 바꿔놨다. 아직도 팀은 젊다. 이 감독은 “엄상백도 군대에서 좋은 기량으로 제대하면 내년이 또 기대된다”며 “가능성 있다고 생각한 선수들에 기회를 많이 줬는데 잘 성장해줬다”고 전했다.

KT는 2015년 1군 합류 후 442승을 거뒀는데, 그 중 이강철 감독 부임 후 절반이 넘는 228승을 수확했다. 승률로 따져도 이강철 감독 부임 전 KT는 37.5%, 이후엔 54.3%로 놀라운 반등을 이룬 데 이어 한국시리즈 우승반지까지 꼈다. 이강철 감독과 더 강력해진 KT가 써나갈 역사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