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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동행, 호잉과 KT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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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동행, 호잉과 KT 이야기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11.19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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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김의겸·사진 손힘찬 기자] 한국시리즈(KS) 주인공이 된 박경수만큼이나 제러드 호잉(32·미국)도 반전 가득한 한 해를 보냈다. 야구를 그만두려고 했던 호잉에게 KT 위즈가 손을 내밀었고, 호잉은 기대에 십분 부응하며 통합우승에 힘을 보탰다.

호잉은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프로야구) KS 4차전 중립경기에 5번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 투런 홈런 포함 5타수 4안타 3타점을 올리며 8-4 승리에 앞장섰다.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호잉은 KS 제패에 "믿기지 않는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한화 이글스에서 방출되고 미국에 돌아갔을 때 다시는 야구를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며 "운 좋게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계약을 하게 됐고, 어쩌다보니 다시 KBO리그로 돌아와 우승까지 하게 됐다"며 감격에 젖었다.

호잉
제러드 호잉은 KT 통합우승의 마지막 퍼즐이 됐다.

호잉은 이날 두산이 6회말 2점을 내면서 6-3으로 추격하자 8회초 투런 아치를 쏴올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어 승리를 예감한 듯 배트를 던지고서 다이아몬드를 그렸다. 이날 안타를 칠 때마다 더그아웃을 바라보며 화끈한 세리머니로 동료들의 사기를 올리는 일도 잊지 않았다.

경기 후 그는 "너무 기뻐서 한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 원래는 배트를 내려놓는데 이번에는 플립을 했다. 어렸을 때부터 꿈꾸던 파이널 시리즈에서 홈런을 치고 배트까지 던지니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고 돌아봤다. 그의 인생 첫 배트플립이었다.

호잉은 한화에서 지난 시즌까지 3년 동안 타율 0.284 52홈런 197타점 171득점을 생산한 뒤 한국 생활을 마무리했다. 올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토론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던 그는 6월 중순 빅리그에 콜업되기도 했다. 하지만 2경기 동안 3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되자 팀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때 조일로 알몬테(도미니카공화국) 대체자를 물색하던 KT의 부름을 받게 됐다. 

입단하며 "1위 팀에서 뛰게 돼 너무 신난다"며 "12년 동안 프로에서 우승해본 적이 없는데, 올해 KT가 우승하도록 돕고 싶다"며 의욕을 감추지 않았던 그. 호잉은 톨레도 대학 진학 이후 우승을 해본 경험이 없었다. 마이너리그에서도 준우승만 3번 했다. 3년 전 타율 0.306 30홈런 110타점으로 활약하며 한화가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할 수 있게 도운 그가 이번엔 KT의 마지막 퍼즐이 돼 KS 우승 소원을 성취했다.

호잉
정규시즌 중반 합류해 입단 초기 부침을 겪은 호잉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살아났고, 한국시리즈에서 제 몫을 했다.

다시 KBO리그로 돌아온 그의 수비와 주루 능력은 변함 없었다. 부상으로 계약을 해지한 알몬테(타율 0.271 7홈런 36타점)와 비교해 더 좋은 타격 성적을 낸 건 아니지만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와 센스있는 주루 능력을 보여줬다. 또 동료들과 좋은 케미를 보여주며 팀에 녹아들었다.

올해 정규리그 68경기에서 타율 0.239 11홈런 52타점을 올렸다. 입단 직후에는 실전감각이 떨어져 타격이 부진해 고전했지만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첫 10경기 타율 0.162에 그쳤다. 8월 타율 0.188로 시작해 9월 0.244, 9월 0.270으로 살아났다.

그리고 KT가 창단 이래 처음 치른 KS에서 15타수 6안타 타율 0.400 1홈런 4타점으로 활약했다. 안타 6개 중 4개가 장타(2루타 3개, 홈런 1개)였다. 지난 시즌 타격 4관왕에 오르며 KT를 포스트시즌(PS)으로 이끈 뒤 MVP까지 거머쥔 멜 로하스 주니어(한신 타이거즈)와 비교하면 화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2021시즌 호잉은 KT 에 딱 필요했던 마지막 퍼즐이었다.

호잉은 끝으로 "팀도 원한다면 내년에도 KT에서 뛸 준비가 돼있다"면서 "오늘은 내년 걱정을 하기보다 우승한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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