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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 혹은 기회, 재수생 서건창 관건은? [2022 프로야구 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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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 혹은 기회, 재수생 서건창 관건은? [2022 프로야구 FA]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1.26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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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1년 전 스토브리그. 예비 자유계약선수(FA) 서건창(32)은 강수를 들고 나왔다. 2021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게 되는 그가 스스로 연봉을 1억 원 가까이 삭감한 것. FA 시장에서 더 인기 있는 매물로 거듭나기 위한 영리한 선택이었다.

인생사 새옹지마. 서건창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올 시즌 중반 키움 히어로즈에서 트레이드로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게 됐고 그의 과감한 선택은 방향성을 잃은 허무한 수가 됐다.

아쉬움 가득한 서건창은 다시 한 번 자신을 믿고 도전에 나선다. 과연 옳은 결정일까. 이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선 무엇이 수반돼야 할까.

LG 트윈스 서건창(오른쪽)이 FA 신청 자격을 얻고도 1년 뒤 다시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스포츠Q DB]

 

2008년 육성선수로 LG에 입단한 서건창은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한 채 방출됐고 현역병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입단 테스트를 거쳐 넥센 히어로즈(키움 전신) 유니폼을 입게 됐다.

어쩌면 서건창에겐 전화위복이 된 것처럼 보였다. 2012년 넥센에서 다시 시작한 서건창은 가능성을 보이며 준수한 기량을 보였고 2014년 201안타를 날리며 KBO리그 역사를 새로 썼다. 128경기 체제에서 써낸 기록이라는 게 더 놀라웠다.

승승장구하며 ‘서교수’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서건창. 이후에도 정교한 타격 기술로 리그를 대표하는 톱타자로 거듭났다.

문제는 부상 등으로 수비력이 약해지고 타격에서도 침체기를 겪으면서 시작됐다. 2020년 서건창은 타율 0.277로 2013년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을 써냈고 팀에서도 입지가 흔들렸다.

연봉 3억5000만 원을 받고 있던 서건창은 키움에서 제시한 3억2000만 원이 아닌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이보다 9500만 원 더 삭감된 2억2500만 원을 받겠다는 것. 추후 FA 시장에서 더 나은 대우를 받겠다는 복안이 깔려 있었다.

시즌 중 갑작스런 트레이드로 LG 유니폼을 입은 서건창. 올 시즌은 성적이 좋지 못했고 서건창은 자신에 대한 믿음과 함께 1년 더 LG와 동행하기로 했다. [사진=스포츠Q DB]

 

FA 선수들은 A,B,C 등급으로 분류되는데 높을수록 보상 규정이 까다로워진다. 즉 타 팀이 선수를 데려가기 위해선 그만큼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 A등급 선수를 타 구단이 영입하기 위해선 20인 보호선수 외 1명과 직전 연도 연봉 200%를 원 소속구단에 건네든, 연봉 300%를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B등급은 보호선수 인원이 25명으로 늘고 이와 함께 지급해야 할 보상금도 전년도 연봉 100%로 제한됐다. 혹은 보상선수 없이 전년도 연봉 200% 보상금을 지급하면 된다.

A등급이 유력했던 서건창은 스스로 몸값을 낮춰 B등급을 책정 받겠다는 판단을 했지만 갑작스럽게 LG 유니폼을 입게 되며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키움에서와 달리 LG에선 고액연봉자로 분류돼 A등급이 된 것. 더구나 올해 서건창은 타율 0.253으로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정상급 활약을 펼치지 못한 A등급 서건창으로선 FA 시장에 나왔다가는 자칫 미아가 되거나 울며 겨자먹기로 원치 않는 조건에 LG에 남게될 수도 있었다.

이에 서건창은 ‘재수’를 택했다. 예비 FA라는 자격을 유지키로 했고 내년 시즌을 마친 뒤 다시 시장의 평가를 받겠다는 것이었다.

LG 이적 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던 서건창. 과거의 기량을 얼마나 끌어올릴지에 서건창의 향후 야구 인생이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스포츠Q DB]

 

우선 지난해 택한 결정은 결과적으로 해피엔딩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2022시즌 성적에 모든 게 달렸다. 서건창은 통산 타율 3할이 넘는 교타자. 날카로운 타격감을 되찾아 LG 테이블세터 역할을 확실히 해준다면 시장에서 원하는 평가를 받게 될 수 있다.

반등이 ‘FA 대박’을 위한 유일한 길이다. 류지현 LG 감독도 서건창의 잔류에 고마움을 표했고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과거의 정교한 타격 기술을 다시 되찾을 필요가 있다. 수비에서도 확실히 자리매김하며 여전히 가치가 큰 선수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서건창의 내년 시즌 전망은 반반으로 나뉘는 모양새다.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처럼 부활할 수 있을까, 에이징 커브(노쇠화로 인한 급격한 실력 저하) 우려가 현실로 증명될까.

어느 때보다 더 절박하게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만약 내년에도 반등하지 못한다면 FA 재수는  더 심각한 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이면 서건창도 30대 중반이 되고 최악의 경우 에이징 커브까지 확인된다면 가치는 올해보다도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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