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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만 7명, 방패로 잔류 이끈 성남FC [K리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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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만 7명, 방패로 잔류 이끈 성남FC [K리그1]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21.11.29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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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경기 종료를 알리는 심판 휘슬이 울렸을 때 성남FC 진영엔 수비수 7명이 남아있었다. 골키퍼 김영광 역시 1인분 이상 담당했다. 극단적인 인해 전술로 잔류를 이끌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성남은 지난 27일 경기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1 하나원큐 K리그1(프로축구 1부) 37라운드 광주FC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전반 30분 안진범이 결승골을 터뜨렸고, 남은 시간 리드를 잘 지켰다. 승점 44를 기록한 성남은 다음날 열린 FC서울-강원FC전이 무승부로 끝나 잔여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1부 잔류를 확정했다.

성남 중앙 수비수 권경원.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성남 중앙 수비수 권경원이 수비를 지휘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위기의 성남이었다. 이번 라운드 승점 3이 절실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승점 41을 기록, 잔류를 확신하기 어려웠다. 물론 경쟁팀 광주와 강원에 비해선 상황이 나았지만 직전 라운드에서 서울에 0-3 대패해 분위기가 급격히 떨어졌다. 연패로 이어질 경우, 최종전 결과도 장담하기 어려웠다.

중요한 경기 성남은 가장 잘하는 플레이를 꺼내들었다. 바로 수비 축구. 36라운드를 치른 시점까지 44실점으로 최소실점 공동 5위를 달리고 있었다. 리차드가 부상으로 빠졌으나, 최근 퍼포먼스가 대단한 권경원과 마상훈이 센터백 라인을 맡았다. 최지묵과 이시영 풀백 조합 또한 힘을 보탰다. 일단 후방에 힘을 주고 신중하게 나서며 기회를 엿봤다.

빠르게 결과물을 만들었다. 선 수비 전략으로 안정을 찾으니 상대가 쉽게 공략하지 못했다. 이후 역습 상황에서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어냈고 선제골을 적중했다. 안진범이 전반 30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오버헤드킥으로 득점을 뽑아내 리드를 잡았다.

광주는 다급해졌다. 성남은 1골 지키기에 대단히 능한 팀이기 때문. 올 시즌 성남이 리그에서 기록한 10승 중, 1골 차 승부가 8차례나 됐다. 심지어 1-0 승리만 4번이다. 경기 후 기자회견서 김호영 광주 감독은 “성남이 내려설 것이라 예상했다”고 밝혔을 만큼 상황은 급격히 성남에 유리하게 돌아갔다.

성남은 전반 중반부터 박수일을 윙백, 최지묵을 센터백으로 활용해 수비 시 3-5-2에 가까운 형태를 취했다. 박수일과 이시영이 빠르게 후방으로 내려와 기민한 커버 플레이를 보여줬다. 이들은 오버래핑을 최소화하고 수적 열세를 피하는 데 집중했다.

상대가 같은 공격 패턴만 활용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광주는 측면으로 공을 방출한 뒤 빠른 크로스로 재미를 보려 했다. 전반 33분 헤이스의 날카로운 헤더가 나오는 등 몇 차례 위기가 따랐지만, 이를 간파한 성남 수비수들이 집중력을 높였다. 풀백들이 빠르게 측면 공격수를 마크해 크로스를 자유롭게 올리지 못하게 했고, 중앙 수비수들은 즉각 공을 걷어내며 이날 도합 클리어링 40개, 볼 차단 11개를 기록했다.

전반 30분 안진범 결승골을 잘 지킨 성남.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반 30분 안진범 결승골을 잘 지킨 성남.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후반엔 작정하고 수비 숫자를 늘렸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투입된 광주 조나탄을 제어하기 위해 후반 7분 안영규가 피치로 들어왔다. 공격수 이중민과 교체됐기에 어느 포지션을 맡을지 의문이었다. 김남일 감독 선택은 센터백이었다. 풀백을 담당했던 박수일을 다시 한 칸 올려 최지묵을 측면 수비에 가깝게 돌렸다. 안영규를 스리백 한 축으로 기용해 안영규-권경원-마상훈으로 이어지는 라인이 조나탄을 집중 마킹했다.

김남일 감독의 다음 선택도 수비수였다. 미드필더 안진범을 빼고 이창용을 투입했다. 이젠 사실상 포백 라인 전원이 센터백 자원으로 이뤄졌다. 물론 이창용이 수비형 미드필더에 가깝게 플레이했으나 상대가 강공을 유지한 탓에 센터백 라인에 가담하는 횟수가 늘었다. 풀백 최지묵도 마찬가지로 중앙 지향적으로 움직였다.

이날 패할 경우 뒤가 없는 광주는 장신 공격수 허율까지 투입하며 몰아쳤다. 성남은 공격 라인에 뮬리치만 남겨두고 전원이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와 수비했다. 공격 시작점이 될 수 있는 김종우가 중원 지역에서 전진패스를 넣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6명의 수비가 번갈아 압박을 넣어 상대 공격을 측면으로 강제했다.

마지막 교체카드마저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을 동시에 소화하는 이종성이었다. 물론 후반 추가시간에 들어와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성남이 얼마나 간절히 한 골을 지키고 싶어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남일 감독은 극단적인 수비 전술을 두고 “계획대로 경기가 풀렸다. 힘과 높이에 강점이 있는 허율이 나올 거라 예상해 철저히 대비했다. 교체 투입됐을 때 불안했다. 그래서 수비 숫자를 늘렸다. 선수들이 집중력을 보여줬고, 교체 타이밍도 괜찮았다. 안영규와 이창용 등 들어간 선수들이 제 역할을 다해줬다”며 계획했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수비진이 전부 뚫렸을 땐 김영광이 엄청난 선방쇼로 팀을 구했다. 전반 7분 페널티박스 안에서 이순민과 엄원상의 3연속 슛을 차례로 막아냈다. 후반 32분엔 조나탄과 일대일 상황을 맞았지만 동물적인 감각으로 세이브하며 승리를 도왔다.

김 감독의 적극적인 교체카드 활용, 수비수 7명의 간절함과 골키퍼 김영광의 선방쇼가 맞물려 승점 3을 확보한 성남은 최종전에서 져도 강원(승점 40)에 역전을 허용하지 않는다. 성남이 시즌 내내 자랑하던 방패로 잔류를 만들어낸 결과라 한층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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