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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하나 마사-이현식, 승격에 인생 건 '탈강원' 2인조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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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하나 마사-이현식, 승격에 인생 건 '탈강원' 2인조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12.08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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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강원FC 출신 두 테크니션이 친정팀에 비수를 꽂았다. "승격에 인생을 걸겠다"는 마사(26)의 외침에 이현식(25·이상 대전 하나시티즌)이 장단을 맞췄다.

이현식은 8일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1 하나원큐 K리그(프로축구) 승강 플레이오프(PO) 홈 1차전에 선발 출전, 후반 6분 결승골로 1-0 승리를 이끌었다. 

골을 도운 건 마사. 3-4-3 전형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된 둘은 시종일관 뛰어난 기술로 강원 수비진에 부담을 안겼다. 후방으로부터 건네받은 공 흐름을 살려 역습으로 연결했다. 순간적인 기지로 압박에서 벗어나고 공간을 만들어내면서 기회를 창출했다.

후반 5분께 둘이서 이날 유일한 골을 합작했다. 마사가 왼쪽 측면에서 수비와 몸싸움을 이겨내고 페널티박스 안까지 진입, 뒤에서 쇄도하던 이현식에게 공을 건넸다. 이현식이 수비 방해 없이 정확하게 차 넣으며 골망을 출렁였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마사(등번호 7)의 도움을 받은 이현식(등번호 17)의 결승골로 대전 하나시티즌이 승강 플레이오프(PO)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공교롭게 둘 모두 강원에서 뛰던 선수들이다. 

이현식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강원에서 주전급으로 활약하다 올 시즌 앞서 대전으로 이적했다. 올해 29경기에서 5골 6도움을 기록하며 팀 내 최다도움을 생산했다.

일본 국적으로 2019년 안산 그리너스에서 K리그에 데뷔한 마사 역시 지난해 수원FC 승격을 이끈 뒤 강원의 부름을 받았지만 반 시즌 만에 대전으로 임대됐다. 대전서 후반기에만 9골을 터뜨리며 에이스 노릇을 했다. 활약에 힘입어 2년 연속 K리그2 베스트11에 드는 영예를 안았다.

특히 마사는 지난 10월 안산전에서 해트트릭으로 승리를 견인한 뒤 한국어로 "나는 실패한 축구선수였다. 하지만 오늘처럼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경기가 있다. 승격에도 인생을 걸겠다"는 밝혀 큰 울림을 낳았다. 이날 홈 서포터즈 역시 '승격! 그거 인생 걸고 합시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응원에 나선 배경이다.

이날 승리로 대전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지금껏 총 7차례 치러진 승강 PO에서 1차전 승리한 팀은 승격이든, 잔류든 모두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2차전 원정경기에서 보다 주도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현식(등번호 17)과 마사(오른쪽 두 번째) 모두 강원FC 출신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경기 후 이민성 대전 감독은 "원래도 두 선수가 공격 전개에 큰 역할을 한다. 오늘도 둘이 해낸 데 고맙게 생각한다"며 "비겨도 된다는 마음이 가장 위험하다. 2차전도 우리 패턴대로 가겠다.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게 공격 축구다. 그걸 죽이면서까지 수비적인 축구는 하진 않을 거라고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마사와 이현식 역시 마찬가지. 마사는 한국어로 "만일 우리가 원정에서 무승부하면 승리할 수 있지만 더 압도적으로 승리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현식도 "오늘 이겼지만 2차전이 남았다는 걸 모두 인지하고 있다. 비기는 축구는 할 생각이 없다. 꼭 승리해 기분 좋게 승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줬다.

친정을 상대한 만큼 둘의 각오는 남달랐다. 의욕이 넘치면 때로 일을 그르치기도 하지만 이날 그들에겐 동기부여로 작용했다.

마사는 "상대를 전혀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솔직히 경기를 앞두고 뭔가 끓어오르는 게 있었다. 평소보다 의식하는 바람에 평정심을 잃고 오버페이스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이현식은 "강원을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 몰랐다. 승리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골까지 넣어 기쁘다. 나는 골만 넣었다. 만들어준 마사에게 고맙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승격에 인생을 걸었다"는 말은 올 시즌 K리그가 낳은 최고의 캐치프레이즈가 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승격에 인생을 걸었다"는 말은 올 시즌 K리그가 낳은 최고의 캐치프레이즈가 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현식은 마사가 한국어로 "승격에 인생을 걸겠다"고 외쳤던 울림이 팀 전체를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마사가 시즌 중반 합류했는데, 팀에 빨리 녹아들려고 노력했다. 많은 대화를 나눈 덕에 좋은 콤비플레이가 나온 것 같다"며 "마사가 그런 인터뷰를 하고난 뒤 많은 팬이 유입됐다고 들었다. 우리도 많은 울림을 받았다. 이후 경기력도 좋아지고 성적도 나온 것 같다"며 고마워했다.

이민성 감독 역시 "지도자를 하면서 선수들에게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외국인 선수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데 선수들도 코칭스태프들도 스스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우리 팀을 하나로 뭉치게 만든 한마디였다. 나 자신부터 반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마사도 화답했다. "동료들의 의식이 많이 바뀐 것 같다. 몸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머릿속으로 어떤 플레이로 어떤 결과를 내야할지 생각해야 한다. 그건 선수들의 자유인데, (인터뷰 이후) 그런 쪽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며 동료들의 긍정적인 변화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다시 한국말로 "아마도 우리는 오늘보다 컨디션이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한 달 쉬고 경기했다. 일요일에는 우리가 활동량이나 퍼포먼스 면에서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공격적인 축구를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가 다시 한 번 인생을 걸고 나설 2차전은 오는 12일 오후 2시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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