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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웠고 수고했어' 라셈도 팬들도 서로 고맙다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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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웠고 수고했어' 라셈도 팬들도 서로 고맙다 [SQ현장]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12.09 2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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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WE'LL REMEMBER #8. V리그 고별전에 나선 레베카 라셈(24·미국)의 배구화에 적힌 문구였다. 무례한 방출 통보에도 라셈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구단에 크게 실망한 화성 IBK기업은행 팬들은 외국인선수의 그 성실한 태도에 고마움을 느꼈고, 라셈 역시 팬들의 응원이 있어 이역만리 타국에서 부진하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버틸 수 있었다.

라셈은 9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대전 KGC인삼공사와 2021~2022 프로배구 도드람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방문경기에 선발 출전, 블로킹 1개 포함 12점(공격성공률 29.72%)를 기록했다. 상위권 경쟁 중인 KGC인삼공사에 팀은 세트스코어 0-3 완패를 당했다.

라셈은 지난달 27일 서울 GS칼텍스와 경기를 앞두고 갑작스레 퇴출 통보를 받았다. 올 시즌 기록은 14경기 199점, 공격성공률 34.82%로 외국인선수 7명 중 가장 저조했다. 외인 의존도가 높은 V리그에서 기량이 부진한 외인을 중도 교체하는 일은 잦다. 하지만 경기 당일 그것도 출전을 앞둔 상황에 대외적으로 외인 교체 사실을 발표한 사례는 없었기에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사진=KOVO 제공]
라셈은 방출 통보를 받은 이후에도 4경기를 더 소화했다. [사진=KOVO 제공]

라셈은 이후 자주 눈물을 보였다. 여러 감정이 복받치는 와중에도 새 외인 달리 산타나(푸에르토리코)가 전력에 합류하기 전까지 팀에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이날까지 4경기 더 충실히 소화했다. 이날도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지만 부족한 공격력을 메우려는 듯 수차례 몸을 던져 디그를 시도했다. 

외할머니가 한국인인 라셈은 다른 외국인선수들에 비해 부족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수려한 외모와 성실한 태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방출이 확정된 뒤에도 많은 팬들은 그에게 응원 메시지를 아끼지 않았다. 경기 앞서 주관 중계방송사 SBS스포츠에 직접 인터뷰를 요청, 배구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오늘 마지막 경기라 감정이 벅차오른다. 선수들과 마지막 경기 최선을 다해 이기고 싶다. 지금까지 팬들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었다. 성원 보내주셔서 감사하고, 가능하면 한국에 다시 돌아오고 싶다. 돌아오게 된다면 그때도 계속 응원 부탁드린다"며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사랑해"라고 밝혔다.

이날 원정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IBK기업은행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왔다. '고마웠고 수고했어'라는 현수막으로 라셈에 인사를 건넨 팬이 있는가 하면 라셈 얼굴이 새겨진 머플러로 응원 메시지를 전한 팬도 눈에 띄었다.

[사진=KOVO 제공]
라셈은 지난 5일 페퍼저축은행과 마지막 홈경기를 승리로 이끈 뒤 눈물을 보였다. [사진=KOVO 제공]
[사진=KOVO 제공]
V리그에서 큰 관심을 받았던 라셈은 경기력 부진 탓에 중도 교체되는 아픔을 겪게 됐지만 퇴출이 확정된 뒤에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큰 박수를 받았다. [사진=KOVO 제공]

경기 앞서 안태형 IBK기업은행 감독대행은 "라셈이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최종전이긴 하지만 굳이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하진 않았다. 전날 선수들과 미팅에서 '라셈이 웃으면서 갈 수 있게 내일 경기 잘하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그는 경기 후 "이기고 보내면 더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에 나도 선수들도 많이 아쉬워하고 있다"며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지난 5일 광주 페퍼저축은행과 마지막 홈경기에서 14점(공격성공률 41.93%)으로 셧아웃 승리에 앞장선 라셈은 경기 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팀을 떠나야 한다는 걸 알게 된 후로는 매 경기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9일 최종전만 생각한다. 출국 등 그 뒤의 일은 생각하지 않았다"며 "동료들 덕에 긍정적인 생각으로 훈련하고 경기한다. 떠나야 하는 건 아쉽지만 한국에 온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한국에서 좋은 사람을 만났고 멋진 추억을 쌓았다. 정신적으로 무장하는 데 도움도 됐다"며 "V리그는 매우 빠르고 경쟁적이다. 내 배구 인생에 도움이 될만한 경험을 했다"고 웃어보였다.

이날 경기 후 구단은 라셈에 꽃다발과 선물을 증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단체로 기념촬영을 하고 라셈은 선수단 전원과 차례로 포옹을 나눴다. 원정 팬들 역시 라셈의 이름을 외치며 마지막 순간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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