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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쫓는 SK, 소통으로 일군 '승리의 맛' [프로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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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쫓는 SK, 소통으로 일군 '승리의 맛' [프로농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2.20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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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16점 차까지 벌어졌으나 포기하지 않았다. 막판에 강한 서울 SK가 또 한 번 특유의 뒷심을 자랑하며 승전고를 울렸다. 토끼의 질주에도 굴하지 않고 거북이처럼 꾸준히 발걸음을 옮기며 결국 승리하는 농구를 펼치고 있다.

전희철 감독이 이끄는 SK는 19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와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88-83 역전승을 거뒀다.

힘겹게 거둔 2연승. 수원 KT가 18승 6패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 2위 SK 또한 16승 7패, 7할에 육박하는 승률(0.696)을 보이며 매서운 추격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SK가 19일 전주 KCC전 역전극을 이뤄내며 2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사진=KBL 제공]

 

SK는 문경은 전 감독 시절부터 포워드 농구로 재미를 봤다. 국가대표 가드 김선형을 위시해 외국인 선수와 포워드 최준용, 안영준, 김민수(은퇴), 최부경 등이 제 역할을 해줄 때 SK를 막아서기란 쉽지 않았다.

문제는 부상과 기복. 핵심 선수들의 부상이 잦았고 이러한 영향 탓인지 완전체로 팀을 꾸리기 힘들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가장 큰 차이는 그동안 그토록 바랐던 완전한 팀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는 것. 1라운드부터 최준용이 날아올랐고 안영준과 김선형이 동반 활약을 펼쳤다. 자밀 워니는 리그 최고 수준 빅맨으로 맹위를 떨쳤다.

전희철 감독은 지휘봉을 처음 잡았으나 누구보다 팀을 잘 파악하고 있었고 건강한 선수들과 함께 쾌조의 스타트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SK에 묘한 기류가 흘렀다. 경기 초반 유독 힘을 쓰지 못하는 현상이 반복된 것. 안양 KGC인삼공사전 3점슛 18개를 내주며 허무하게 패한 건 차치하더라도 지난 18일 9위 창원 LG를 상대로도 초중반까지 어려움을 겪었다.

초보 감독 전희철(오른쪽)을 위시한 SK는 강력한 우승후보인 수원 KT를 바짝 쫓고 있다. [사진=KBL 제공]

 

이날도 마찬가지. 상대는 2연패 중인 8위 KCC였으나 SK는 경기 초반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1쿼터를 15-22로 뒤진 채 시작했고 2쿼터 중반엔 17-33로 16점 차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위기감을 느낀 뒤 진짜 SK의 농구가 시작됐다. 빠른 트랜지션을 앞세운 공격이 활발해졌다. 워니는 우직하게 골밑에서 점수를 쌓아갔고 수비 집중력도 높아졌다. 점수 차를 좁히고 시작한 3쿼터 SK 스피드가 더 살아났다. 스틸과 적시에 터진 3점슛까지 더해져 결국 64-64 동점을 만들었다.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던 4쿼터 종료 1분 37초 전 워니의 고난도 훅슛이 적중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스틸에 이어 최준용의 레이업슛은 결정적이었다. 86-83. 마지막 기회를 노리는 KCC의 희망을 김선형이 꺾어놨다. 마지막 감각적인 드라이브인으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워니가 25점 14리바운드, 김선형이 17점 10어시스트 5리바운드로 공수에서 팀을 이끌었고 최준용(17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과 안영준(12점 4리바운드 3어시스트 2스틸)도 힘을 보탰다.

이기고도 고민이 커진 전희철 감독. 슬로스타터가 됐다며 고충을 토로한 전 감독은 “열심히 안 하는 건 아닌데 1쿼터 경기력이 좋지 않다”며 “스타팅 라인업을 바꿔보고 있는데도 결과가 비슷하다. 단발성 공격이 많고, 약속이 맞지 않는 것도 있었다. 고민을 더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승리의 주역 김선형(왼쪽)은 "소통의 중요성은 늘 강조하지만 선수들이 이제는 '맛'을 알았다"면서 활발한 대화를 승리의 비결로 꼽았다. [사진=KBL 제공]

 

그러나 중요한 건 승리를 따내고 있다는 점. 김선형은 소통에서 답을 찾았다. “소통을 이 정도로 많이 한 건 처음인 것 같다”며 “선수들이 보통 자기 역할에 몰두하느라 주로 내가 포인트가드로서 혼자 짊어지면서 했는데 잘 되거나 안 되는 것을 경기 중에 얘기하는 게 운영에도 도움이 많이 됐다. 소통의 중요성은 늘 강조하지만 선수들이 이제는 ‘맛’을 알았다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소통을 바탕으로 선수들간 믿음도 더 굳건해지고 있다. 최준용은 “동료들의 얼굴을 보면 다 믿음이 간다. 그 덕분에 자신이 있었고 지고 있을 때도 웃으면서 했다”고 전했다.

더욱 단단해진 SK는 시즌 전부터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KT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KT 간판 허훈 또한 “SK를 잡아야 우승할 수 있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았다. 시즌이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서 체력적 부담에 따른 부상 등 다양한 변수가 나타날 때 어떻게 버텨낼 수 있는지에 따라 향후 전망이 갈릴 수 있다. 다만 미리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소통을 통해 잘 극복해나가고 있는 SK이기에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와도 한결 손쉽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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