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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FC '볼보이 논란' 철퇴, 아름다운 스포츠 문화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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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FC '볼보이 논란' 철퇴, 아름다운 스포츠 문화 위해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2.22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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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손에 땀을 쥐게 했던 2021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 강원FC는 원정 0-1 패배를 딛고 안방에서 선제골을 내주고도 3골을 몰아쳤고 결국 한 골을 더 보태며 감격스런 잔류를 확정했다.

그러나 강원은 그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 못했다. 한 바탕 소란이 일었다. 경기 진행을 돕는 볼보이의 비신사적 행위 때문이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1일 “제22차 상벌위원회를 열고 강원에 제재금 3000만 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강원FC가 대전 하나시티즌을 꺾고 K리그1에 잔류한 승강 PO. 그러나 볼보이의 경기 지연 논란으로 강원은 제재금 3000만 원을 떠안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승강 PO 2차전에서 볼보이들은 강원이 3-1로 앞서자 이후 엉뚱한 방향으로 공을 던지거나 아예 공을 건네지 않는 등 경기를 지연하는 행동을 보였다.

공이 라인 밖으로 흘러가는 걸 쳐다보지도 않았고 심지어 품에 공을 품고 있음에도 대전 선수들에게 공을 건네지 않는 노골적인 태도를 보였다.

답답해하던 대전 선수는 직접 공을 가지러 왔고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대전 하나시티즌 벤치에서도 볼보이의 태도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대기심이 볼보이에게 빨리 공을 전달하라고 말하기도 했으나 그들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경기 뒤 비판이 들끓었다. 볼보이의 경기 지연 행위 문제가 이렇게 공론화된 건 처음. 이례적 논란에 이영표 강원 대표도 직접 나서 사과문을 내기도 했다.

프로축구연맹은 “경기 감독관이 하프타임과 후반 진행 중 강원 구단 관계자에게 볼보이들의 행위 개선과 신속한 경기 재개를 지시했으나 이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영표 강원 대표는 사과문을 게재하며 고개를 숙였다. [사진=연합뉴스]

 

볼보이는 통상 홈팀 유스 선수들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해외 축구에서도 일부러 공을 건네지 않는다거나 지연하는 행위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대체적으로 이 부분이 크게 문제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어린 볼보이들의 귀여운 일탈 정도로 보는 시선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구단이 개입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연맹은 “상벌위원회는 해당 경기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강원 구단이 사전에 볼보이들에게 홈경기 운영 매뉴얼에 따른 행동 지침을 충실히 교육하지 않았다”며 “경기감독관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하지 않아 볼보이들의 행위를 사실상 묵인한 점 등 사안 발생에 대한 구단의 책임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고 징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경기 진행 방해를 놓고 이전의 가벼운 사례부터 중징계 사례까지를 살펴본 결과 중징계에 가깝다고 판단했다”며 징계 수위를 강하게 결정한 이유도 전했다.

심지어 당시 볼보이를 맡은 이들은 지역 학교인 강릉제일고 선수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 선수로서 꿈을 키워가는 이들이 자칫 그릇된 스포츠정신을 학습하지 않을까 우려가 커진다.

볼보이의 행동이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지만 그에 대한 반발 행위도 절대 폭력적이어서는 안 된다. 대전 팬들은 볼보이의 태도에 격앙돼 페트병을 던지는 등 위험한 행위를 했는데, 연맹은 대전에도 제재금 200만 원을 부과했다.

한 골이 간절했던 대전 하나시티즌 선수들이 패배 후 팬들에게 인사하고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전은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벌위에 앞서 입장문을 내고 강원 구단과 프로연맹에 책임을 따져 물었다. “홈 구단은 원정팀 관중의 소요를 유발할 수 있는 비상식적 행위를 의도적, 조직적, 반복적으로 자행했다”며 “해당 상황을 야기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홈 구단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와 팬들이 이해할 수 있는 합당한 조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

또 “경기 주최자인 연맹은 경기에서 반복적인 불공정 행위가 계속됨에도 하프타임에 주의 요청 외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서 “명백한 책임 규명과 분명한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연맹은 강원이 구단 자체적인 움직임을 보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구단이 경기 감독관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점은 묵인, 방조에 가깝지만 명시적으로 볼보이들에게 (경기를 지연하라는) 특정한 지시를 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며 “상벌위에서는 볼보이를 주로 구단 유스팀 선수들이 맡는 만큼 볼보이 활동 교육과 개선을 위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프로스포츠엔 안방과 원정이 있다. 다양한 측면에서 홈어드밴티지가 작용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스포츠라는 틀 안에서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단 한 골로 한 시즌 농사가 결정될 수 있는 승강 PO였기에 더욱 정정당당해야 했다. 승자는 패자를 위할 줄 알고 패자는 결과에 깨끗이 승복할 줄 아는 게 진정한 스포츠의 아름다움이다. 그런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경기였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강원은 뼈아픈 징계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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