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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울산행? 홍명보와 각별한 동행 [K리그 이적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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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울산행? 홍명보와 각별한 동행 [K리그 이적시장]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1.11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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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그리고 8년 후. 각별한 사제의 동행이 다시 시작될 전망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울산 현대 관계자는 10일 FC서울을 떠난 박주영(37) 영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방문 후 돌아온 그의 자가격리가 끝나는 대로 메디컬테스트 등을 통해 이적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K리그1 B그룹에 머물던 FC서울에서도 정리 대상이었던 박주영이 우승 경쟁을 벌이던 울산으로 이적한다는 게 어딘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홍명보(53) 감독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K리그에선 FC서울에서만 머물던 박주영이 옛 스승이 있는 울산 현대로 이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박주영은 한국 축구를 대표하던 공격수였다. ‘천재’로 불리며 청소년대표팀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그는 2005년 FC서울에서 데뷔해 신인상까지 거머쥐었다. 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거듭났고 대표팀에서도 자리를 잡아갔다. 2008년까지 서울에서 뛴 박주영은 그해 프랑스 AS모나코로 이적하며 전성기를 이어간다.

축구를 배우러 간 그는 날아올랐고 팀 공격 전체를 이끌며 ‘박코치’라고 불렸다. 마지막 시즌엔 12골을 몰아치며 뛰어난 득점 본능을 과시했다.

아스날 이적 후부터가 문제였다. 당시 아르센 벵거 감독의 러브콜을 받고 이적해 축구 팬들을 설레게 했지만 많은 출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이후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었으나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던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을 와일드카드로 과감히 선발했다. 심지어 박주영은 당시 모나코 공국으로부터 10년 장기 체류 허가를 받으며 병역 기피 의혹을 샀던 터였다. 홍 감독은 박주영을 선발하며 “박주영이 군대에 안간다고 하면 내가 대신 가겠다”고 밝힐 정도로 제자에 대한 애착을 나타냈고 결과적으로 일본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2012 런던 올림픽 신화’ 주역이 됐다.

과거 깊은 인연을 맺었던 홍명보 감독(왼쪽)과 박주영. 울산에서 다시 호흡을 맞출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이후 셀타비고, 왓포드 등을 거치면서도 팀 내 입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A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홍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다시 한 번 박주영을 발탁했다.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는 뽑지 않는다는 원칙을 어긴 것이어서 더욱 논란이 크게 일었다.

결국 반전 없이 월드컵에서 실망스런 경기력을 보였고 홍 감독도 1무 2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많은 비판 속에 대표팀에서 물러났다.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를 역임하던 홍 감독은 지난해 울산 감독으로 취임한다. 지난해 시즌 말미까지 경쟁을 벌이다 아쉽게 전북 현대에 우승 트로피를 내줘야 했지만 리더십은 인정을 받았다.

사우디 알샤바브를 거친 박주영은 2015년 서울로 복귀했다. 두 차례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과거 박주영에게 기대했던 경기력이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11시즌 간 서울에서 총 314경기에서 90골 32도움을 기록했으나 끝이 예고돼 있었다. 지난해 9월 소방수로 부임한 안익수 감독 체제 하에 박주영의 출전 기회가 더 줄었고 시즌 후 팀은 박주영에게 유스팀 지도자로서 함께 할 것을 제안했다. 현역 연장 의지가 강했던 박주영은 이별을 택했다.

30대 후반 제자와 다시 동행하게 된 홍명보 감독. 누구보다 박주영을 잘 알고 있기에 어떻게 부활시킬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새 소속팀을 물색하던 박주영은 울산과 접촉했다. 간절했던 박주영은 계약 조건 세부 내용을 구단에 위임했다. 결국 울산과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과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2012년, 2014년과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대표팀처럼 박주영의 합류가 울산에 득이 될지는 미지수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많은 나이와 과거와 같지 않은 경기력도 우려를 자아낸다.

일각에선 기대감을 나타내는 이들도 있다. 홍 감독이 누구보다 박주영 사용법을 잘 알고 있기 때문. 마침 울산도 스트라이커 보강을 고려하던 중이었는데, 베테랑 공격수의 리더십과 영리한 움직임이 팀 공격에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게다가 박주영과 계약 조건이 울산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게 없어 홍 감독으로서도 기대감 있는 모험을 걸어볼 만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박주영과 홍명보 감독의 특별한 동행. 런던 신화를 썼던 2012년 혹은 쓰라린 기억만을 안겨준 2014년 중 어느 쪽에 가까운 결말을 맺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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