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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규 조규성, 2부리거가 증명한 벤투 철학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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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규 조규성, 2부리거가 증명한 벤투 철학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1.1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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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향한 평가가 뒤집혔다. K리그1(프로축구 1부)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를 외면해 큰 비판을 받았는데, 최근 K리그2(2부)에서 뛰더라도 자신의 축구 철학에만 부합한다면 적재적소로 활용해 내용과 결과 모두 잡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축구 대표팀이 2022 국제축구연맹(FIFA·피파) 카타르 월드컵이 열리는 새해 첫 A매치에서 유럽파 없이도 유럽의 복병 아이슬란드를 완파하고 기분 좋게 출발했다. '벤투호'는 지난 15일(한국시간)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아이슬란드와 친선경기에서 5-1로 이겼다. 

이는 유럽 국가 상대 A매치 최다골차 승리다. 종전 기록은 2002년 5월 국내에서 펼쳐진 스코틀랜드(4-1 승)전이었다. 뿐만 아니라 조규성(김천 상무), 백승호(전북 현대), 김진규(부산 아이파크), 엄지성(광주FC)까지 4명이나 데뷔골을 기록했는데, 이 역시 한 경기 A대표팀 최다 데뷔골 기록. 2000년 4월 아시안컵 예선 라오스전(설기현, 이천수, 심재원, 안효연)과 공동 1위다.

그만큼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이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김천 상무 조규성이 벤투호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날 아이슬란드전과 오는 21일 오후 8시 예정된 몰도바전은 27일 레바논, 2월 1일 시리아를 상대로 벌이는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원정 7~8차전에 대비한 전력 점검의 장이다.

이번 두 차례 평가전에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황의조(지롱댕 보르도), 황희찬(울버햄튼), 황인범(루빈 카잔), 김민재(페네르바체) 등 유럽에서 뛰고 있는 벤투호 핵심 전력은 모두 빠졌다. 소집된 27명 중 골키퍼 김승규(가시와 레이솔)와 센터백 권경원(감바 오사카)을 제외하면 모두 K리거다.

FIFA 주관 A매치 주간이 아니라 비시즌 중인 K리그와 J리그 선수들로만 팀을 꾸렸는데, 이날 선발 라인업 변화 폭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플레이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완승까지 챙겼다.  

아이슬란드전에도 어김 없이 후방에서 시작되는 빌드업 축구를 고수했다. 공을 주로 점유하고 후방에서부터 차근차근 공격을 준비하다 균열이 생기면 빠른 템포와 도전적인 패스로 수비를 흔들었다. 최근 들어 전환 속도를 높이고, 다이렉트 패스 비율을 늘려 효율을 높였는데 이날도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직후 부임한 벤투 감독은 지난 3년 반 동안 이 같은 전술 기본 틀을 꾸준히 유지했다. 상황에 따라 소집되는 명단, 스타팅라인업에 변화는 있었지만 선수단 전원은 늘 같은 철학을 공유했고, 이제는 그 전술이 팀에 완전히 이식됐다는 분석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김진규가 A매치 데뷔전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아이슬란드전에선 그동안 기회가 적었던 국내파 활약이 도드라졌다. 지난 9일 소집해 터키로 출국했으니 손발을 맞춘 시간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지만 완성도 높은 축구를 보여줬다. A대표팀에 꾸준히 발탁되고 있는 송민규(전북)나 분데스리가 출신 권창훈(김천)은 물론 황의조 대신 최전방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조규성, 공격을 진두지휘한 김진규도 인상적이었다. 

조규성(김천)은 자신의 5번째 A매치에서 데뷔골을 기록했다. 지난 11월 황의조가 부상으로 빠진 월드컵 최종예선 2연전에서 헌신적인 플레이와 많은 활동량으로 합격점을 받았는데, 이번엔 마무리까지 성공했다. K리그2 부산 아이파크 주장을 역임한 김진규는 생애 첫 A매치에서 특유의 공격 재능을 뽐냈다. 동료들과 간결한 패스를 주고받으며 정교하게 공격을 전개했다. 후반 들어 쐐기골까지 넣으며 1골 1도움을 기록, 완벽한 하루를 보냈다.

그림 같은 중거리 슛으로 A매치 마수걸이 골을 넣은 백승호, 중앙과 측면을 폭 넓게 오간 이동경(울산)도 가능성을 다시 입증했다. 둘 모두 올림픽 대표팀 출신으로 벤투호에 처음 발을 들인 지는 2년이 넘었다. 백승호는 한동안 벤투 감독 호출을 받지 못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K리그에 온 뒤 꾸준히 뛰며 경기력을 끌어올렸고, 이제는 월드컵 최종 엔트리도 노크하고 있다. 

벤투 감독은 경기 후 "일주일 동안 훈련한 결과를 바탕으로 선수들이 주문한 것에 반응을 잘 해줬다"며 만족해했다. 가용할 수 있는 선수풀을 넓히고 있다. 10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확정을 목전에 둔 현재 23인 최종명단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주축이 빠졌다고는 하나 유로 2016 8강에 오르고,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만만찮은 경기력을 보여준 아이슬란드를 상대로 완승을 거둔 대표팀은 자신감을 제대로 충전했다. 다음 상대 몰도바는 피파랭킹 181위로 아이슬란드(62위)보다 더 떨어져 보다 다양한 선수들이 기회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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