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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타전 그 후, '한국농구 부활' 위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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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타전 그 후, '한국농구 부활' 위해선?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1.1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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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 3300명은 선수단의 유쾌한 퍼포먼스와 다양한 소통 노력에 열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 해 건너 뛰었던 올스타전에 대한 걱정도 따랐지만 기우였음을 보여줬다.

지난 16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KBL) 올스타전. 사상 최초 대구에서 열린 별들의 잔치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팬 투표로 뽑힌 올스타 24명은 댄스와 세리머니 등 사전부터 올스타전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한국 농구는 죽었다’는 우려의 시선을 불식시키는 축제의 장이었다.

16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올스타전.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 3300명은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기뻐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농구대잔치 시절과 허재, 이상민, 문경은 등 한국 농구를 대표하던 이들이 활약하던 프로농구 출범 초기엔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특히 이상민을 위시한 몇몇 스타들은 ‘오빠 부대’라는 말을 만들어낼 정도로 인기 몰이를 했다.

그러나 이후 관심은 점점 식어갔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 이들과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걸출한 실력의 국내 스타 부재, ‘고인물 잔치’라는 오명을 쓴 농구계 내부의 구식 행정 등까지. 최고의 겨울 스포츠 종목이라는 위상은 프로배구에 넘겨주게 된 지 오래였다.

선수들 또한 위기감에 사로잡혔다. 각종 예능프로그램을 섭렵하며 신규 팬들 유입을 도운 허웅(원주 DB)과 허훈(수원 KT) 형제를 비롯해 이대성(고양 오리온)과 이관희(창원 LG) 등도 한국 농구 부활을 외치며 각종 노력을 다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선수들은 다양한 노력을 했다. 댄스 배틀 예능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로 인한 댄스 열풍을 코트에 끌어왔다. 유튜브 채널 KBL TV를 통해 올스타전을 앞두고 치열하게 댄스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줬고 본 행사에서도 신인급 선수들, 각 팀 대표선수들로 꾸려진 허웅-허훈 크루의 댄스 배틀 등으로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입장 퍼포먼스도 흥미로웠다. 24명 각각의 개성과 특징에 맞게 등장곡과 함께 퍼포먼스를 펼쳤는데 영화 주토피아의 나무늘보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어온 허훈은 이 분장과 함께 익살스러운 표정연기를 펼치며 박수를 받았다. KBL 공식 댄싱머신 김선형(서울 SK)은 비의 레이니즘에 맞춰 능숙하게 춤을 추더니 깜짝 복근 공개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다른 선수들은 모두 멈춰있고 허훈(왼쪽에서 2번째)과 허웅(왼쪽에서 3번째)만이 펼친 '오징어게임 아이솔레이션' 등 다양한 이벤트는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이대성은 홀로 진정성 담은 메시지를 들고 나와 오히려 웃음을 자아냈다. 피켓을 들고 등장했는데 ‘진짜 한국 농구를 위해서 한 번만 하자’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농구 인기 부활을 위해 누구보다 진심인 이대성이 평소 동료 선수들에게 인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주저하지 말자며 하는 말이었다.

경기 내에서도 흥미를 유발하는 많은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오징어게임 아이솔레이션 퍼포먼스, 허재 감독의 깜짝 심판 변신, 허훈 등의 끊임없는 귀여운 트래시토크 등. 특히 신규 유입팬들에겐 더 없이 풍성한 올스타전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올스타전의 꽃이라고 불리는 덩크슛 콘테스트의 질적 하락이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국내, 외국인 선수 부문으로 나눠 실시했는데 이전 대회들과 비교할 때 수준이 크게 떨어졌다. 미국프로농구(NBA)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해도 선수들이 준비가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 정도였다. 덩크 성공 자체가 드물었다. 일부 농구 팬들 사이에선 ‘덩크 가능 콘테스트’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경기 내용도 비슷했다. 120-117로 경기 막판까지 승자를 알 수 없었던 명승부긴 했으나 올스타전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남았다. 올스타전은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총출동하는 이벤트 경기다. 각자의 특기를 살려 화려한 플레이로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게 목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에 완전히 충실하진 못했다.

하윤기가 호쾌한 덩크를 꽂아넣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 눈호강할 정도의 덩크가 많지 않았다. 변준형, 허훈, 김선형 등 화려한 드리블과 스피드를 앞세운 돌파가 주특기인 선수들도 크게 특색을 보여주진 못했다.

덩크슛 콘테스트는 아쉬움을 남겼다.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듯 실패가 속출했다. 그 가운데 퍼포먼스와 내용 둘다 잡으며 국내 덩크왕에 등극한 하윤기.

 

물론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 출전 선수를 100% 팬 투표로 결정한 탓에 외국인 선수가 없었던 것. 앨리웁 덩크 등 패스가 좋은 가드들의 강점을 살리기도 어려웠다.

올스타전은 그야말로 이벤트 경기다. 종목을 불문하고 선수들은 화려한 퍼포먼스와 다양한 팬서비스를 펼치지만 동시에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을 최우선시한다. 덩크슛은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는 하지만 부상 우려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현재 특수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선수들 스스로 한국 농구의 부활을 외치며 어떤 노력이든 하겠다는 각오였기에 경기 내 화끈한 퍼포먼스가 부족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선수 선발 방식 또한 다시 고민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팬들을 위한 경기를 펼치자는 취지로 팬 투표 100% 방식을 선택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보여줄 수 있는 플레이가 제한되는 역효과도 뒤따랐다. 팬 투표에 중점을 두면서도 감독 추천 등으로 인한 선수 선발도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결정적인 3점슛 포함 21점을 넣으며 팀 승리를 이끌어 MVP로 선정된 허웅은 “나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올스타전을 행복하게 보내고 가서 너무 좋다”면서 “오늘 경기를 통해 한국 농구가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봐서 행복하다. 앞으로 많은 사랑 주시면 책임감 있게 보답하겠다.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MVP를 수상한 허웅(가운데)은 "오늘 경기를 통해 한국 농구가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봐서 행복하다"고 뿌듯해 했다.

 

허웅의 말처럼 분명 가능성을 확인한 올스타전이었다. 수도권에서 먼 대구에서 펼쳐졌음에도 티켓 3300장이 예매 오픈 5분 만에 동이 났다. 허웅과 허훈을 위시한 선수들의 인기는 과거 오빠 부대 시절을 연상케 할 정도로 연예인 팬덤과 비슷한 양상을 띌 만큼 열정적이다. KBL TV나 각 구단 유튜브 채널 영상 조회수나 댓글 등을 봐도 최근 몇 년 전과도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음을 읽어볼 수 있다. KBL과 구단, 선수들도 직접 나서 팬들과 더 가까이 소통하며 때론 망가지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다만 또 하나 잊지 말아야할 게 있다. 한국 농구가 침체기에 빠졌던 가장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 경기력에 있다. 아무리 적극적인 소통과 팬서비스를 펼쳐도 비판 여론이 나올 수 있다는 걸 올스타전을 통해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

결과에 더욱 초점이 실리는 정규리그는 더욱 중요하다. 기존 팬들은 물론이고 아무리 신규 팬들이 유입된다한들 경기력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오래도록 유지를 하기 힘들다. 

고무적인 건 최근 변준형, 허훈, 김선형 등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들이 늘어가고 있고 국내 덩크왕 하윤기를 비롯한 국내 선수들도 화끈한 덩크슛 등으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건 국제대회 성적.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인기가 급등했던 때를 돌이켜보면 올림픽과 월드컵 등에서 선전이 뒷받침됐었다. 물론 두 종목에 비해 신체적 조건의 한계가 큰 농구이기에 많은 욕심을 부리긴 어렵겠지만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려 세계적인 수준 팀들을 상대로도 해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심어준다면 떠나갔던 농구 팬들의 마음도 충분히 돌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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