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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유희관, 꾸준히 불탔던 '모닥볼러'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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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유희관, 꾸준히 불탔던 '모닥볼러'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1.18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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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모두가 빠름을 추구할 때 ‘느림의 미학’을 알려줬던 두산 베어스 투수 유희관(36)이 커리어를 마감하기로 했다.

두산은 18일 “유희관이 구단에 현역 은퇴 의사를 밝히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통산 100승을 챙긴 느린 공의 대명사. 빠른 공 투수가 대우 받는 야구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던 두산 프랜차이즈 스타는 이제 물러나야 할 때라 느끼고 새로운 삶을 열기 위해 옷을 벗기로 했다.

두산 베어스 유희관이 18일 은퇴 의사를 결정했다. [사진=스포츠Q DB]

 

장충고-중앙대를 거쳐 두산 유니폼을 입은 유희관. 최고 시속이 130㎞ 중반도 넘지 못하는 그에게 많은 기회가 찾아올 리 없었다. 결국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했고 더 정교히 제구를 다듬으며 때를 기다렸다.

2013년 기회를 잡았다. 시즌 초 불펜으로 가능성을 보여주던 유희관은 더스틴 니퍼트의 부상으로 갑작스럽게 선발 기회를 잡게 됐고 당시 김진욱 감독의 시선을 사로 잡으며 로테이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그해 10승(7패)을 차지하며 왼손 선발이 간절했던 두산의 숨통을 틔워줬고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전력으로 발돋움한다.

구속은 여전했으나 공 하나 차이로 스트라이크 존을 넘나드는 정교한 제구력과 다양한 변화구, 과감한 승부수 등으로 프로야구의 돌연변이로 등극했다. 시속 150㎞ 가까운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을 ‘파이어볼러’라고 하는데 이와 대척점에 서 있는 유희관을 두고 야구 팬들은 ‘모닥볼러’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이후 승승장구했다. 10승이 보장되는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스트라이크 존이 좁아지거나 상대에 철저한 분석 등으로 인해 부진하기도 했으나 2019년 11승 8패 평균자책점(ERA) 3.25로 완벽히 부활했다. 명실상부 KBO 최강팀으로 군림하는 두산에서 유희관은 없어선 안 될 선수였다.

두산 전성기 중심에 서 있던 유희관(가운데). [사진=스포츠Q DB]

 

뛰어난 입담과 주체할 수 없는 끼 등으로 두산의 비공식 미디어 담당 선수였다. 각종 미디어데이 등에 대표 선수로 나서 재치 있는 발언으로 이슈 몰이를 했다. ‘잘할 때 유희관’은 KBO를 대표하는 스타였다.

그러나 2020년 유희관은 KBO리그 역사를 통틀어 단 3명만 올라섰던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투수 대열에 합류하고도 웃지 못했다. ERA 5.02가 치솟았고 리그 최고 수준의 야수진과 넓은 잠실구장 덕에 10승을 챙겼으나 실력은 그렇지 못한 투수라는 오명도 썼다.

팀은 매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이젠 가을야구에서도 쉽게 나설 수 없는 존재가 돼 있었다. 2021년 4승을 추가하며 통산 100승 문턱을 넘어섰지만 시즌 성적은 4승 7패 ERA 7.71.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매 시즌 스토브리그에서 핵심 선수 이탈을 경험한 두산. 다가올 시즌엔 스트라이크 존이 확대되며 유희관의 반등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은퇴였다. 통산 성적은 281경기 1410이닝 101승 69패 ERA 4.58.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통산 100승 투수. 느린 공으로 두산 프랜차이즈 스타로 거듭났던 유희관(오른쪽)이 후배들을 위해 은퇴를 택했다. [사진=연합뉴스]

 

유희관은 “오랜 고민 끝에 은퇴를 결정하게 됐다. 우선 좋을 때나 안 좋을 때 한결 같이 응원해주신 모든 팬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작년 시즌 뒤 많은 고민을 했다. 후배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제는 후배들을 위해 물러나야 할 때라는 생각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후배들이 잘 성장해 베어스의 미래를 이끌어줬으면 한다. 비록 마운드는 내려왔지만 언제나 그라운드 밖에서 베어스를 응원하겠다”며 “야구를 통해 받은 사랑을 평생 잊지 않고 살아가겠다. 구단주님, 김태형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프런트, 동료들, 모든 팬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앞서 은퇴한 KT 위즈 이대은(33)은 방송 활동을 펼칠 것으로 알려졌다. 입담으로는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유희관이기에 해설위원을 비롯한 방송 활동 등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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