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05-27 22:06 (금)
리바운드왕 라건아, 한국농구 전인미답의 길
상태바
리바운드왕 라건아, 한국농구 전인미답의 길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1.20 10: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482경기 5236리바운드. 경기당 평균 10.9개. 라건아(33·전주 KCC)가 11시즌 동안 한국프로농구(KBL)에서 뛰며 세운 기록이다.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꾸준했는지를 방증하는 지표다.

라건아는 19일 전라북도 전주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오리온과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홈경기에서 31분54초간 뛰며 14점 20리바운드 활약하며 86-71 팀 승리를 이끌었다.

더불어 서장훈(48·은퇴)의 프로농구 역대 최다 리바운드 기록이던 5235개를 넘어서며 한국 농구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

전주 KCC 라건아(가운데)가 19일 고양 오리온전 역대 최다 리바운드 신기록을 세우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KBL 제공]

 

2012년 울산 현대모비스 유니폼을 입고 처음 KBL 무대를 밟은 라건아. 당시 이름은 리카르도 라틀리프였다. 미국 태생으로 한국 무대에 진출한 외국인 선수였다. 첫 두 시즌엔 로드 벤슨에 밀려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3년차이던 2014~2015시즌 라건아는 핵심 선수로 도약했다. 20.1점과 함께 처음 두 자릿수 리바운드(10개)를 잡아내며 스리핏(3연패)을 달성했다.

이후 탄탄대로를 걸었다. 2015~2016시즌부터 서울 삼성 유니폼을 입었는데, 삼성은 라건아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수준이었다. 출전시간도 평균 35분에 가까울 정도로 커다란 비중을 차지했다.

데뷔 3년차부터 6년 연속 평균 20득점 이상을 기록했고 동시에 7시즌 연속 더블더블 시즌을 이어갔다. 더 이상 KBL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거듭났고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2018년 1월 특별 귀화를 통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후 아시안게임과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 월드컵 등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경쟁하는 외국인 선수들에 비해 크지 않은 신장으로도 골밑을 지배하고 있는 라건아(가운데). 11시즌 동안 꾸준한 활약으로 KBL 리바운드 제왕으로 등극했다. [사진=KBL 제공]

 

국내 선수로 분류되긴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외국인 선수에 더 가깝다. 라건아를 보유한 팀은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2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할 수 있지만 동시에 경기에 출전 가능한 건 라건아 포함 1명뿐이다. 사실상 외국인 선수와 같은 쓰임. 3년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특별귀화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새 팀을 찾아야 하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그렇기에 공식 ‘리바운드 제왕’으로 거듭난 그의 업적이 더욱 위대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 선수로서 6시즌 동안 활약했고 이후에도 사실상 외국인 선수로 분류되면서도 11시즌 동안 꾸준히 KBL 대표 선수로 뛸 수 있었던 건 압도적인 실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라건아의 신장은 199.2㎝. 빅맨으로선 다소 아쉬운 체격 조건임에도 215㎝에 달하는 윙스팬과 단단한 체구를 바탕으로 골밑을 장악했다. 그보다 더 큰 빅맨들이 즐비했으나 라건아는 KBL에 머무는 내내 득점과 리바운드에서 늘 상위권에 머물렀다.

집요하게 골밑을 파고들었고 정교한 미들슛과 동 포지션 대비 뛰어난 기동성을 바탕으로 롱런할 수 있었다. 30분 이상을 뛰어도 좀처럼 지치지 않는 체력도 강점이고 최근엔 3점슛 능력도 끌어올리며 스스로 생존법을 찾았다.

무엇보다 라건아의 가장 큰 장점은 리바운드 능력. 이날도 제임스 메이스, 이승현 등과 경쟁하면서 20개 리바운드를 잡아냈고 서장훈을 넘어 KBL 리바운드의 상징이 될 수 있었다.

경기 도중 리바운드 달성 기념 상패를 받고 있는 라건아(왼쪽에서 2번째). [사진=KBL 제공]

 

페이스를 보면 더 놀랍다. 서장훈이 16시즌 688경기에서 5235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냈는데, 라건아는 11시즌 482경기만에 이 기록을 갈아치웠다. 괜히 골밑의 지배자로 불리는 게 아니라는 걸 방증하는 수치.

3위는 은퇴한 애런 헤인즈(4442개), 현역 중엔 리온 윌리엄스(서울 SK)가 3796개로 그 뒤를 따르고 있는데 당분간 쉽게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은 리그 최우수선수(MVP) 출신 송교창의 복귀전이기도 했다. 13분간 뛰며 8득점 3리바운드로 경기 감각을 조율하는 수준이었지만 복귀 효과인지 KCC는 힘을 내며 10연패 사슬을 끊었다.

KCC는 11승 21패, 9위. 송교창을 비롯해 많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젠 반등을 노린다. 6강 플레이오프(PO) 마지노선인 6위 오리온과 격차는 4경기.

라건아로서도 높이를 더하고 득점 부담을 덜어줄 송교창의 복귀는 천군만마와 같다. 남은 시즌 라건아를 위시한 KCC의 골밑 장악력이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