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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2 최초 ACL' 전남드래곤즈, 영예와 실리 사이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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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2 최초 ACL' 전남드래곤즈, 영예와 실리 사이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1.2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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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K리그2(2부) 소속 최초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출전하게 된 전남 드래곤즈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시즌 리그와 대륙 최고 별들의 잔치를 병행해야 한다. 그들은 현재 영예와 실리 사이 그 어딘가 서 있다.

전경준 전남 감독은 25일 경남 남해에서 열린 2022 하나원큐 K리그(프로축구) 전지훈련 기자회견에서 "승격 경쟁과 ACL을 어떻게 병행할 것이냐 많이 묻는데, 두 가지 큰 틀에서 준비 중이다. 시즌을 치르면서 그 안에 세밀함을 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시즌 K리그2 4위를 차지한 전남은 3위 대전 하나시티즌과 승격 준 플레이오프(PO) 단판 원정경기에서 0-0으로 비기면서 승격이 좌절됐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 우승하며 2부 소속으로는 처음 ACL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수원FC, 포항 스틸러스, 울산 현대 등 K리그1(1부) 파이널A에 든 팀들을 차례로 제압해 결승에 올랐다. 대구FC와 결승에선 1차전 0-1로 졌지만 2차전 4-3 극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우승 샴페인을 터뜨렸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전경준 감독이 2022시즌 리그와 ACL을 병행하기 위한 전략을 전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제주에서 ACL을 경험했던 김현욱은 "K리그2의 경쟁력을 보여주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장기전(리그)과 단기전(FA컵)에서 모두 나름대로 경쟁력을 입증한 시즌이었다. 하지만 새 시즌 아시아 각국 우승팀들이 출전하는 더 큰 무대로 나아간다. 반면 이름값 굵직한 국내 선수를 영입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전력이 크게 나아지진 않았다는 평가 속에 우려를 키운다.

전경준 감독은 "전체 스쿼드를 놓고 봤을 때 어떤 포지션에 더 힘을 주고, 어디에 위험 부담을 안고 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힘을 준 포지션은 전보다 나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포지션에선 잘 버텨야 한다. 비싸고 좋은 선수들은 데려오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단점을 최대한 보완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단은 2022 ACL 조 편성 결과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BG빠툼(태국)과 유나이티드 시티(싱가포르) 등 동남아 팀들과 더불어 멜버른 시티(호주)와 함께 B조에 묶였다. 체격 면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동남아 팀들을 두 팀이나 상대한다. 일본, 중국 팀들을 피해 K리그 클럽들이 전통적으로 강했던 호주 클럽을 만난다는 점도 호재다. 

전 감독은 "조 편성 결과 구단은 16강 진출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역으로 우리를 만난 상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상대 팀들이 'K리그2 수준이 이 정도야?' 하면서 놀랄 수 있도록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골키퍼 김다솔은 고참으로서 팀을 이끌어야 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장성재는 젊은 선수들이 많아 파이팅 넘치는 팀 분위기를 전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 시즌 34경기에 출전해 3골 4도움을 기록한 간판 윙어 김현욱은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2018시즌 이후 4시즌 만에 ACL로 돌아왔다. "지난 시즌 말 유종의 미를 거둬 기분 좋게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2부 최초로 ACL 경험하는 게 영광스럽고 기대가 많다"며 "제주에 있을 때는 형들이 낸 좋은 성적에 숟가락을 얹었는데, 이번엔 나도 직접 힘을 보태 만든 ACL 진출인 만큼 열심히 해 경쟁력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부주장 골키퍼 김다솔은 "우리는 K리그2가 아니라 K리그를 대표해 나간다. K리그1(1부) 출신도 많고, ACL을 뛰어본 선수들도 많다. 반대로 ACL을 경험해 보지 못해 동기부여가 강한 선수들도 있다"며 "개인적으로 리그와 FA컵 우승은 해봤다. ACL 우승도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장성재는 어린 선수들의 패기가 도움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어린 선수들이 많이 왔다. 분위기가 밝고 파이팅 넘치는 분위기다. K리그2라고 무시받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경험이 많은 (김)현욱이 형, (김)다솔이 형과 잘 이끌어 좋은 성적을 내려고 잘 준비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전남을 향한 물음표는 스쿼드의 두께에서 나온다. ACL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고 힘을 쏟다보면 정작 승격을 위한 순위 경쟁에서 처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21 FA컵에서 1부 팀들을 연달아 격파하고 챔피언에 등극한 전남 드래곤즈.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2021 FA컵에서 1부 팀들을 연달아 격파하고 챔피언에 등극한 전남 드래곤즈.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전경준 감독은 "지난 시즌 리그에서 2연승은 해도 3연승까지 가본 적이 없다. 결국 리그는 누적의 힘이다. 스쿼드든 개인능력이든 버텨내고 이겨서 1점씩 쌓아야 한다. 국내선수 보강이 어려운 만큼 새로 영입한 외인들이 기존의 발로텔리를 도와 제 역할을 해준다면 그런 누적의 힘이 더 생기지 않을까"하고 바랐다.

전남은 지난 시즌 11골 3도움으로 주포 역할을 한 발로텔리 외 외국인선수를 모두 교체했다. 전경준 감독 말을 빌리면 전남은 외인 수급을 위해 200~300명 가까이 지켜봤다. 스웨덴리그에서 두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윙어 플라나(코소보)를 영입했고, 일본 출신 홀딩 미드필더 영입에도 근접한 상황이다. 

전경준 감독이 팀에 부임한지 햇수로 4년째다. 그는 "처음에는 팀 장점을 찾기 굉장히 힘들었다. 구단에 속된 말로 '월급도둑이 너무 많다'고 하기도 했다. 지금은 너무나 감사하게 선수들이 가성비 최대치를 해주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우리가 잘하는 건 실점하지 않고 넣는 것이다. 잘 막아도 못 넣고 비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좀 더 공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감독은 최대 3개 팀까지 승격이 가능하게 된 2022시즌이 승격 적기라고 봤다. FA컵 우승과 ACL 진출로 탄력 받은 이때가 일정상 가장 타이트하지만 역설적으로 승격을 위한 최고의 시기라고 진단했다. "FA컵 우승하면서 가장 좋은 환경에 처한 것 같다. 이 기회를 놓치면 힘들어 질 수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올라가는 게 중요하다"고 힘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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