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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의 K리그 귀환, 그 이유와 의미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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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의 K리그 귀환, 그 이유와 의미 [SQ포커스]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2.04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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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아디다스가 K리그(프로축구)로 돌아왔다. 잠시 한국 축구판을 떠났던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귀환은 많은 팬들을 들뜨게 한다.

유명 글로벌 브랜드가 주는 힘이 있다. 특히 체육계에서 아디다스, 나이키 등 메가 업체의 후원을 받는다는 것은 상징적으로 의미하는 바가 작지 않다. 직관적으로 그 종목 단체 혹은 구단이 지닌 브랜드 가치를 나타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원사 규모나 레벨이 구단의 지위와 위상 등과 비례한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K리그를 대표하는 현대가(家) 두 구단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는 2022시즌부터 아디다스와 스폰서십을 체결, 4년간 동행한다고 전했다.

아디다스는 지난 2017시즌을 끝으로 수원 삼성, 울산과 파트너십을 끝냈다. 아디다스가 K리그를 주관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을 지속적으로 후원해오고 있지만 지난 4시즌 동안 주로 K리그2(2부)에 머문 부산 아이파크를 제외하면 아디다스나 나이키 등 메가 브랜드가 만든 유니폼을 입는 구단은 없었다. 부산은 아디다스 제품을 취급하는 대행사로부터 물품을 구매하는 방식이었다.

아디다스는 최근 울산 현대, 전북 현대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울산 현대 제공]

◆ 현대가(家) 택한 아디다스

그동안 아디다스가 K리그 구단을 외면한 배경은 명확하다. K리그에 투자할 만한 가치를 못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올 초 아디다스가 현대가와 손잡은 것은 물론 휠라가 제주 유나이티드, 강원FC와 스폰서십을 맺고, 프로스펙스가 FC서울과 계약하며 11년 만에 K리그 팀을 후원하는 등 스포츠 브랜드들이 K리그를 향한 투자를 속속 늘리고 있다는 점은 눈길을 끌기 충분하다. K리그의 가치가 소폭이나마 상승하고 있음을 대변하는 까닭이다. 

김광국 울산 대표는 “아디다스와 4년 만에 다시 함께 하게 돼 기쁘다"며 "국가와 리그를 대표하는 울산 선수들이 K리그와 아시아를 넘어 영광의 순간을 만들어내며 후원사 아디다스와 팬들에게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구단 관계자는 "지난해 아디다스 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브랜드의 제안도 있었다. 최근 K리그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음을 체감한다.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브랜드가 어느 곳일지 고심한 끝에 아디다스와 함께 하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 4시즌간 우승 경쟁을 벌인, K리그를 이끄는 두 구단 현대가(家)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는 분석이다. [사진=전북 현대 제공]

전북 역시 "글로벌 리딩 스포츠 의류 브랜드 아디다스와 다시 손 잡게 돼 기쁘다"며 "다가올 시즌에도 트로피를 들어 올려 함께 역사를 써 내려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피터 곽 아디다스코리아 대표는 "이번 파트너십은 세계 최고 스포츠 브랜드와 K리그 명문 구단의 만남으로, '스포츠로 하나 되는 힘'을 보여줄 수 있는 도전과 혁신의 여정"이라고 화답했다. 아디다스는 울산을 4년 만에, 전북을 19년 만에 다시 서포트한다.

지난 2018년 수원 삼성은 토종 브랜드 자이크로와 2년간 30억 원(매년 용품 12억 원+현금 3억 원)에 달하는 대형계약을 맺었지만, 품질 하락 및 납품 연기 등 부정적인 이슈 탓에 골머리를 앓았다. 현금 후원은 긍정적인 요소임에 틀림 없지만 정작 경기력 지원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측면에서 결여가 발생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이종권 한국프로축구연맹 홍보팀장은 "아디다스가 최근 러닝이나 스트리트 섹션에 집중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 와중에 현대가 양 팀의 스폰서로 참여한다는 건 그만큼 현대가가 K리그에서 갖는 상징적 가치를 높이 산다는 걸 의미한다"고 바라봤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탱고 어워드, K리그 주니어리그 등 여러 방면에서 K리그를 후원하고 있는 아디다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아디다스, K리그 후원 통해 얻는 건?

프로 구단과 스포츠 브랜드 간 스폰서십 계약을 십여년째 지켜본 관련사 A 대표는 "아디다스는 축구가 몸통인 브랜드지만 최근 몇 년 축구 쪽 비중을 줄였다"면서 "그런 와중에도 아디다스는 K리그에 꾸준히 관심을 보였다. 공인구를 비롯해 유스 파트 등에서 K리그를 돕고 있다. 의지는 십수년째 있었는데, 내부 정책 탓에 그 규모를 조율 중이었다. 이번에 좋은 기회로 현대가와 함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실 기업 입장에선 K리그 후원이 수익 창출로 귀결되진 않는다. 아디다스의 경우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데 K리그를 통한 홍보 효과를 기대할 레벨이 아니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K리그 및 구단 후원은 아디다스가 국내 축구 판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으며,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요소로서 더 크게 작용한다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테면 아디다스는 몇 년 전부터 구단보다 선수 개인을 후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국내에선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대표적인데, 손흥민 한 명을 후원하는 게 K리그 전체를 뒷받침 하는 것보다 훨씬 마케팅 효과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아디다스는 2012년부터 K리그 공인구를 지원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아디다스-현대가 간 계약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관계자 B 씨는 아디다스코리아에서 본사를 설득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귀띔한다. 단순히 최근 K리그 인기도 오르고, 분위기가 좋으니 투자해야 한다는 명분만으로 일이 성사됐다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최근 1~2년간 성적, 유니폼 판매량, 평균관중, 시청률 등을 지표화 해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투자 가능성을 살폈다는 후문이다. 

관계자 B씨는 "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과정이다. 아디다스가 수원 삼성을 후원하던 시절에는 홈경기 관중 4만~5만 명이 들 만큼 인기 있는 구단이었고, 유니폼 판매 수요도 제법 있는 편이라 아시아에서 높은 등급을 받고 스폰서십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실제로 K리그보다 큰 자금이 융통되는 J리그에도 아디다스 후원을 받는 팀은 많지 않다. 요코하마 마리노스를 비롯해 2개 구단 정도만 아디다스와 손잡고 있다. 상위권 몇몇 구단이 나이키와 계약하긴 했지만, 중국처럼 리그 전체가 나이키 유니폼을 입는 게 아닌 이상 몇몇 구단만 선택을 받고 있다.

당연히 한국과 일본의 사정이 다르다는 것도 인지해야 한다. 요코하마의 경우 판매량에서 한국 구단들과 비교 불가다. 새 유니폼이 출시되면 기본 4만~5만 장은 나가고, 시즌 도중 이벤트성으로 나오는 특별판도 잘 팔린다. 이에 비해 한국에선 수요는 많지 않은 반면 팬들 눈높이는 까다롭기 때문에 후원사로서 큰 메리트를 느끼기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 증언이다.

5시즌 만에 아디다스 후원을 받는 K리그 구단이 생겼다. 전북은 19년 만에 아디다스 유니폼을 입는다. [사진=전북 현대 제공]

◆ 메가 브랜드와 K리그 구단, 상생 위해선

A 대표는 "프로축구 관전은 다른 문화생활과 비교하면 비용이 저렴한 편이다. 후원사는 1년에한 번 나오는 유니폼 퀄리티에 보다 신경 쓰고, 팬들은 그 유니폼을 구입함으로써 구단에 충성심을 보여준다면 선순환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며 "코로나와 맞물려 글로벌 스폰서들이 앞다퉈 구단을 후원하려는 시대는 끝났다. 유니폼이 예전과 비교해 2만~3만 원 오른 데 불만을 가진다면 이는 사실 판매량 대비 어불성설"이라고 진단했다.

연맹은 "중국처럼 K리그 구단 전체가 아디다스와 계약하는 식이라면 모두가 아디다스 협찬을 받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현물뿐만 아니라 현금 후원을 받는 구단도 있고, 국내 토종 브랜드와 관계를 쌓고 있는 구단들도 있어 현실적으로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근 K리그의 분위기가 좋은 건 사실이다.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고 있음은 여러 지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K리그가 지금처럼 스스로의 가치를 꾸준히 높이고, 상품성을 키울 때 메가 브랜드도 K리그에 눈길을 줄 것이다.

2일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이 발표한 전 세계 프로리그 순위에서 K리그는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22위를 차지했다. 2011년부터 11년 연속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서 최고 자리를 지켰다. IFFHS는 전 세계 축구클럽 랭킹도 매겼는데, 울산이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61위에 오르고 전북이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 함께 101위로 뒤를 이었다. 현대가 두 클럽이 아시아 '2강'으로 인정받았다고도 볼 수 있다.

아디다스의 귀환은 K리그 브랜드 가치 상승과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사진=울산 현대 제공]

K리그는 국제대회에서도 계속 좋은 성적을 내고 있기도 하다. 최근 ACL 2개 대회 연속 결승에 팀을 올렸고, 지난 시즌에는 4개 구단 모두 16강에 오르며 부활을 노래했다. 이런 활약에 힘입어 2023시즌부터는 본선에 3개 팀이 직행하고, 한 팀만 플레이오프(PO)를 거치게 됐다. 최근 4년간 점수를 합산해 산정하는 동아시아 지역 클럽랭킹 1위를 탈환하면서 ACL 배정 티켓이 기존 2+2장에서 3+1장으로 늘어났다.

울산의 새 시즌 아디다스 유니폼이 공개된 후 공식 쇼핑몰에서 유니폼 판매량이 조금 늘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후원사와 구단 간 윈윈 효과가 서서히 증대돼야만 선순환도 가능하다. 그동안 부족하다고 지적받았던 후원사 관리에서도 보다 높은 전문성을 보여줘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달 거제 전지훈련에서 만난 홍명보 울산 감독은 "글로벌하고 상징적인 브랜드의 후원을 다시 받게 됐다는 건 그만큼 대중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더 많은 팬들이 관심 가질 수 있게, 즐거워할 수 있도록 현장의 모든 구성원들이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 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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