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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여자축구 성장세, 중국-일본 안 두렵다 [아시안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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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여자축구 성장세, 중국-일본 안 두렵다 [아시안컵]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2.0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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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이제 중국도 일본도 두렵지 않다. 이번 대회에선 호주를 상대로도 승리를 따냈으니 아시아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 강호로 성장했다는 평가다. 우승은 실패했지만 분명히 쾌거였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6일(한국시간) 인도 나비 뭄바이의 D.Y. 파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결승에서 중국에 2-3으로 져 준우승을 차지했다.

1975년 시작한 여자 아시안컵에 한국은 1991년부터 출전하기 시작했다. 이번 대회 처음으로 결승에 올라 내친김에 우승까지 노렸지만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다. 종전 최고 성적은 2003년 3위였다. 앞서 4강에 4차례(1995·2001·2003·2014년) 들었지만 결승까지 간 적은 없었다.

2010년 17세 이하(U-17) 대표팀이 U-17 월드컵에서 우승하고, U-20 대표팀이 U-20 월드컵 3위에 오른 바 있지만 성인 대표팀 기준으론 이번 대회 준우승이 2015 캐나다 월드컵 16강 이후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된다. 대회 최고성적을 거둠과 동시에 내년 예정된 2023 국제축구연맹(FIFA·피파) 호주·뉴질랜드 월드컵 티켓을 안고 금의환향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이 아시안컵 사상 처음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날 전반을 2-0으로 앞서며 우승 꿈에 부풀었다. 득점 장면은 '고강도'를 강조하는 한국의 달라진 축구, 새롭게 장착한 장점을 보여주는 장면의 연속이었다. 

전반 27분 상대 압박에 수세에 몰렸지만 오른쪽 측면에서 활로를 개척했다. 패스 플레이로 차근히 전진, 상대 수비 측면 배후를 파고 들었다. 이금민(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의 낮은 크로스를 최유리(인천 현대제철)가 마무리했으니 특유의 패스 플레이가 빛났다.

이어 전반 추가시간에는 상대 페널티박스 밖 오른쪽에서 강력한 전방압박으로 성과를 냈다. 공을 탈취한 이금민이 조소현(토트넘 홋스퍼)에게 패스하는 과정에서 수비 손에 공이 닿아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지소연(첼시)이 침착하게 차 넣으며 대회 5호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후반에는 특유의 약점을 다시 드러내며 내리 3골을 내줬다. 

후반 들어 공수 간격이 벌어지는 문제점과 위기관리 능력 부족 문제가 다시 나타났다. 후반 23분 페널티킥으로 실점한 뒤 다시 4분 만에 크로스에 이은 헤더로 동점골을 헌납했다. 이후 좀처럼 전진하지 못하고 허둥지둥 됐다. 전방으로 공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연신 공을 끊겨 위기가 이어졌다.

전열을 가다듬은 뒤 후반 막판 손화연(창녕WFC)과 이금민이 골문 앞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지만 골키퍼와 수비 선방에 걸렸고, 오히려 추가시간 막판 뒷 공간을 내주며 역전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날 선제골을 넣은 최유리는 이 패배의 '아픔'을 안고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로써 2015년 8월 중국 우한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에서 1-0으로 승리한 뒤 최근 8경기째(2무 6패) 승리하지 못했다. 비록 졌지만 경기 내용은 비등했다. 우승을 목전에 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국을 혼쭐냈다.

벨 감독 부임 이후 중국에도 견주는 팀으로 성장했다. 2019년 12월 부산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0-0으로 비겼다. 지난해 4월 홈 앤드 어웨이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 플레이오프(PO)에서도 도합 스코어 3-4로 아쉽게 물러났다. 이날도 후반 27분까지 리드를 지켰다.

한국 여자축구가 체질개선에 성공했음을 알린 대회였다. 조별리그에서 피파랭킹 13위의 강호 일본과 1-1로 맞섰다. 지난 동아시안컵 최종전에서 페널티킥 실점으로 0-1 패한 데 이어 일본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8강에선 큰 체격과 힘을 갖춘 호주(11위)를 1-0으로 제압했다. 18위 한국보다 7계단 위의 팀을 상대로 7경기 만에 승리를 거뒀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급조됐던 여자축구 대표팀은 짧은 시간 꾸준히 발전했고, 이제는 아시아 '2강'에 이름을 올렸다.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내년 월드컵 좋은 성적에 대한 기대감을 낳는다. 아시안게임에선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3연속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제 그 이상을 바라본다. 월드컵에선 8년 만의 16강 복귀를 목표로 한다.

벨 감독 부임 후 강도 높은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피치 안팎에서 적극성과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벨 감독은 외국인 지도자이지만 공식 석상에 나설 때마다 일취월장한 한국어 실력을 뽐내며 우리 문화에 녹아드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취임 첫 기자회견부터 나이와 상관 없이 실력만 되면 발탁하겠다고 약속했고, 차근히 선수풀을 넓혀왔다.

선수들과 소통하는 데 거리낌이 없고, 유쾌한 긍정 에너지를 불어넣는 그지만 경기장에선 승부욕을 감추지 않는다. 그동안 칭찬 일색이던 그는 지난해 11월 뉴질랜드와 친선경기 2차전에서 패한 뒤 경기력에 공개적으로 실망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고강도'를 강조하는 벨 감독 부임 후 체질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고강도' 축구로 상대에 맞서기를 바라는 벨 감독 정신은 이제 대표팀에 완전히 이식됐다. 지난해 세계 최강 미국과 평가 2연전 1차전에서 0-0으로 비기는 등 대등히 싸웠다. 월드컵 진출을 확정지은 뒤 이금민은 "우리가 아시아 팀으로 월드컵에 참가하면서 여자축구 레벨이 더 높아지고 성장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약체가 아니고, 챔피언에 도전할 기회도 주어졌다"고 밝혔다.

벨 감독은 중국전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우리는 성장했다"며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도 자랑스럽다고 이야기했고, 위축되지 말자고 했다. 우리는 정신적으로 더 강해져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올림픽 최종예선에 이어 리드를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무너졌다. 이에 벨 감독은 "페널티킥 실점 이후 모든 게 바뀌었다. 우리는 충분히 강하지 않았다"고 돌아보며 "우리는 모든 것을 변화시켜야 한다. 역동적으로 변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강해져야 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벨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주전을 꿰찬 최유리는 방송 인터뷰에서 "전반전 좋은 플레이로 득점까진 정말 좋았다. 하지만 후반엔 아쉬움이 남는 것뿐만 아니라 반성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아픔을 안고 다음 경기(대회)에 잘 임해야 할 것 같다. 이번 대회 앞두고 오래 합숙 훈련하며 준비했던 걸 예선부터 6경기 동안 많이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성장했을 거라 믿는다"며 "계속 좋은 모습으로 성장하겠다"고 힘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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