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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하무인 중국, 한국 쇼트트랙 수난사 [2022 베이징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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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하무인 중국, 한국 쇼트트랙 수난사 [2022 베이징올림픽]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2.08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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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바람만 스쳐도 실격될 수 있다.”

쇼트트랙 대표팀 맏형 곽윤기(33·고양시청)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안방에서 맞은 올림픽. ‘반칙왕’이 즐비한 중국은 더 노골적으로 경쟁팀 견제에 나섰고 판정에서도 연전연승하며 올림픽 역사에 씻지 못할 오점으로 남을 홈 어드밴티지를 잔뜩 챙겨갔다.

황대헌(23·강원도청)과 이준서(22·한국체대)는 7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나란히 반칙패로 탈락했다.

이 수혜는 고스란히 중국에로 돌아갔다. 결승에서도 리우 샤오린 산도르(헝가리)의 우승을 강탈하며 런쯔웨이, 리원룽이 나란히 금·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대헌이 7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1위로 통과하고도 페널티로 탈락하자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황대헌은 준결승 1조에서 허를 찌르는 인코스 추월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는데 레인 변경을 늦게 했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판정으로 페널티 판정을 받아 탈락했다. 전직 쇼트트랙 선수이자 해설자로 변신한 박승희, 진선유, 이정수 등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준결승 2조에서 나선 이준서도 마찬가지. 2위를 차지해 결승 진출에 성공하는 듯했지만 경기 후 심판진은 한참 동안 비디오판독을 했고 레인 변경 반칙을 했다며 탈락시켰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오히려 황대헌의 무릎을 손으로 잡아 채는 동작을 보였고 이준서 또한 뒤에서 밀치며 역전을 노리는 상대와 정당한 경합을 벌였음에도 납득할 수 없는 판정을 받아야 했다. 이로 인해 리원룽과 우다징은 결승에 진출했고 결국 중국이 원하는 결과를 챙겼다.

쇼트트랙에서 중국에 발목을 잡힌 건 한 두 번이 아니다. SBS 해설위원으로 나선 박승희가 누구보다 이를 직접 체감했던 인물이다. 2014년 소치 대회 때 2관왕을 차지한 그는 당시 1000m 결승에서 옷을 잡아 당기려는 판커신의 반칙을 뒤로하고도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2013년 세계선수권에선 왕멍에게 발목을 잡혔다. 1500m에서 우승, 5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며 종합 우승을 노리며 나선 3000m 슈퍼파이널. 3위로 달리며 역전을 노리던 박승희를 왕멍이 강하게 어깨로 밀쳤다. 박승희는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지만 왕멍 자신도 실격됐다. 중국 선수는 혼자였기에 얼핏 보면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처럼 보였다.

중국 왕멍(왼쪽에서 4번째)이 2013년 세계선수권 3000m 슈퍼파이널에서 종합우승을 위해 박승희(왼쪽에서 3번째)를 밀쳐 실격을 받는 장면. [사진=SBS 유튜브 채널 캡처]

 

그러나 치밀하게 계산된 작전이었다. 왕멍은 500m와 1000m에서 금메달을 따며 가장 앞서 있었고 가장 확실한 개인 종합 우승 방법으로 ‘논개 작전’을 택한 것. 박승희와 한국 대표팀은 황당함을 금할 길이 없었지만 계획대로 정상에 선 왕멍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박승희는 후배들의 안타까운 탈락을 직접 해설한 뒤 “내가 선수 때 겪었던 것을 후배들도 계속 겪는 것 같아 기분이 안 좋다”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문제는 현역 가운데서도 취춘위, 판커신이 유명한 반칙왕으로 활약하고 있다는 것. SBS는 ‘쇼트트랙 반칙 워스트 10’이라는 제목으로 그간 중국이 저지른 반칙 역사를 방송에 내보냈는데 이 장면에서도 판커신이 3차례, 취춘위가 2차례 한국을 노골적으로 방해한 장면이 포함됐다.

이들의 나쁜 손은 이번 대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판커신은 여자 500m 준준결승에서 블록을 손으로 밀어 던지는 기상천외한 반칙을 범했다. 블록은 2위로 달리던 캐나다 앨리슨 샤를의 스케이트 날로 향했고 그는 결국 넘어졌다. 판커신에겐 아무 반칙도 주어지지 않았다.

쇼트트랙 세계 최강국 한국 앞에 늘 무릎을 꿇어야 했던 중국. 그동안 수많은 세계 대회에서 실격을 각오하면서까지 ‘나쁜손’을 일삼았는데, 이 악행이 홈 이점을 믿고 더욱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이 결과 중국은 2000m 혼성계주와 남자 1000m에서 원하는대로 금메달을 챙겨갔다.

황대헌(오른쪽)은 준결승에서 중국 선수들에 집중 견제를 받고도 역전에 성공했지만 석연 찮은 판정에 울었다. 추월 과정에서 황대헌을 밀치고 있는 리원룽(왼쪽). [사진=연합뉴스]

 

적반하장 태도는 더욱 분노를 일으킨다. 왕년의 ‘반칙왕’이자 중국에서 해설위원으로 나선 왕멍은 혼성계주에서 한국이 넘어지는 것을 보더니 “혼자 넘어졌다. 어쩔 수 없다. 어떻게 동정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박수를 쳤고 “아주 기쁘다. 다시 보기 제대로 봐보자. 한국이 어떻게 넘어졌는지”라고 말했다.

중국이 준결승에서 터치를 하지도 않는 일명 ‘블루투스 터치’를 하고도 살아남았고 이로 인한 논란이 커져 있었음에도 왕멍은 뻔뻔하게 중국의 우승 장면을 지켜보더니 “내 눈이 자다. 내가 알려주겠다. 중국이 이겼다. 첫 금메달을 땄다. 내 눈이 자”라고 힘줘 말하기도 했다.

이에 윤홍근 한국선수단장은 8일 오전 11시(한국시간) 긴급 기자회견에 나선다.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탈락한 것에 대해 항의의 뜻을 밝힐 예정. 나아가 대한체육회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해 판정의 부당함을 널리 알리고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황대헌은 경기 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장애물을 만났다고 반드시 멈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벽에 부딪힌다면 돌아서서 포기하지 마라. 어떻게 벽에 오를지, 벽을 뚫고 나갈 수 있을지, 또 돌아갈 방법은 없는지 생각하라”라는 뜻의 영어 문장을 올렸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의 명언으로 중국의 견제 속에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누리꾼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가뜩이나 집중 견제를 받는 한국 선수단으로선 중국의 노골적인 반칙과 편파 판정까지 신경 써야 하는 악조건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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