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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쾌거, 사진 한 장에 나타나는 위대함 [베이징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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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쾌거, 사진 한 장에 나타나는 위대함 [베이징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2.08 2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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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신장 178㎝. 기념 촬영에 나선 김민석(23·성남시청)은 금·은메달을 목에 건 네덜란드 두 선수와 한 뼘 가량 키 차이가 났다. 금메달리스트 키얼트 누이스는 188㎝, 은메달 토마스 크롤은 192㎝. 그동안 아시아 선수들이 이 종목에서 고전했던 이유이자 김민석이 왜 대단한지를 나타내주는 수치이기도 하다.

김민석은 8일 중국 베이징 국립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1분44초24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 나란히 올림픽 기록을 갈아치운 네덜란드 두 선수에 이어 3위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4년 전 평창 대회 때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그는 다시 한 번 1500m 강자임을 입증했다.

8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동메달을 수확한 김민석(오른쪽부터) 키얼트 누이스, 토마스 크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민석은 이들과 10㎝ 이상 키 차이에도 역주를 펼치며 값진 성과를 냈다. [사진=연합뉴스]

 

1500m는 스피드와 힘이 중요한 단거리, 지구력까지 겸비해야 하는 장거리의 특성이 모두 요구되는 탓에 그간 유럽과 북미 강세가 도드라졌다. 김민석 이전 올림픽 1500m에서 메달을 수확한 아시아 선수는 전무했다. 

김민석은 싹부터 달랐다. 쇼트트랙으로 처음 스케이트를 신은 김민석은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환한 뒤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중학교 3학년 시절인 2014년 국가대표 선발전 1500m에서 2위로 최연소 국가대표가 됐고 2017년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1500m와 팀 추월로 2관왕에 올랐다. 이어 평창 대회에선 아시아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의 새 이정표를 세웠다.

부침도 있었다. 올림픽 시즌 직후 1500m 세계랭킹이 2위에서 8위까지 추락했고 2020~2021시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통째로 날렸다. 

그러나 평창의 성과가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보여주고자 구슬땀을 흘렸고 기분 좋게 새 시즌을 열었다.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입상했는데, 1차 대회에선 1500m에서 정상에도 올랐다. 2차 대회 땐 동메달.

올림픽 기록을 갈아치운 누이스와 함께 레이스를 펼치면서도 흔들리지 않으며 한국에 대회 첫 메달을 안긴 김민석(위). [사진=연합뉴스]

 

부담이 클 법했다. 11조에서 경기를 펼쳤는데 앞서 나선 크롤이 1분43초55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웠다. 함께 레이스를 펼친 누이스은 세계기록 보유자로 김민석보다 앞서갈 것이 예상됐다.

흔들리지 않았다. 초반 300m는 25초38. 전체 9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출발했으나 점차 속도를 끌어올렸고 300~700m 구간을 25초38에 통과하며 전체 3위로 올라섰다. 이후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며 3위 자리를 지켰다. 

누이스와 거리는 점차 벌어졌지만 김민석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지켰다. 결국 김민석은 3번째로 빠른 기록으로 다시 한 번 동메달을 손에 넣었다.

어릴 적부터 지도자 사이에서 강철 심장으로 통했던 그다. 낙척적인 성격으로 긴장과 부담에 짓눌리지 않고 오히려 즐길 줄 아는 담대한 성격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이번 대회도 마찬가지.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민석은 “크롤이 올림픽 기록을 세우는 것을 보고 뛰었다. 같은 조의 누이스도 나보다 앞서리라 생각했다”며 “같이 뛰는 선수가 앞서간다고 멘탈이 흔들리는 편이 아니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라면 당연히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담대하게 자신만의 레이스를 펼칠 수 있었던 이유를 밝혔다.

시상식 후 기념 월계관과 마스코트 인형을 들고 미소 짓고 있는 김민석. [사진=연합뉴스]

 

아시아 최초의 남자이자 연속 메달 획득에 대해서도 담담했다. “타이틀에 대해선 깊이 생각 안 했다. 다 똑같은 선수다. 더 노력하는 선수가 더 높은 자리에 가는 것”이라며 “네덜란드의 벽을 못 넘은 건 아쉽지만 이런 아쉬움이 앞으로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전날 쇼트트랙에서 납득할 수 없는 판정 속에 ‘노메달’에 그쳤던 한국. 그의 어깨는 더 무거웠다. “베이징올림픽 한국 선수단 첫 메달을 딸 것이라고 상상을 못 했다”는 그는 “쇼트트랙에 (판정 문제 등) 불상사가 있었는데 나라도 메달을 따야 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섰다”고 말했다.

4년 뒤 밀라노-코르티나 대회 목표는 단연 금메달. “4년 전엔 예상 못 한 메달을 땄고 이번 대회에선 갖고 싶었던 메달을 획득했다”고 소감을 전한 그는 “4년 뒤엔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 꼭 올림픽 챔피언이 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물론 아직 김민석의 베이징 올림픽이 막을 내린 건 아니다. 평창 대회 때에 이어 오는 15일 남자 팀 추월 경기에 다시 한 번 나선다. 팀원도 당시 호흡을 맞췄던 이승훈(35·IHQ), 정재원(21·의정부시청) 그대로. 당시엔 이들과 함께 은메달을 합작했다.

이승훈이 사건·사고와 함께 부침을 겪기도 했으나 김민석과 정재원은 당시에 비해 더 성장세를 보였다. 다시 한 번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기분 좋은 소식을 기대해볼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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