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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준, KB손보에 굴러들어온 복덩이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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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준, KB손보에 굴러들어온 복덩이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2.09 2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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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스포츠Q(큐) 글 김의겸·사진 손힘찬 기자] 남자배구 의정부 KB손해보험은 특급 외국인선수 노우모리 케이타(말리) 영입 2년차를 맞아 올 시즌에도 순위표 높은 곳에서 경쟁하고 있다. 

지난 시즌 케이타 의존도가 심했다면 올해는 전 포지션에서 한층 안정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어 눈길을 끈다. 득점 1위, 서브 1위, 공격성공률 2위를 달리고 있는 케이타의 영향력은 여전히 지대하지만 크게 약점을 찾아볼 수 없는 팀으로 변모했다는 평가다.

중앙에선 1999년생 신인 양희준(23)의 활약이 눈에 띈다. 새해 들어 데뷔전을 치러 주전으로 도약해 신인답게 패기 넘치는 플레이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신인 센터 양희준(왼쪽)이 KB손해보험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신인 센터 양희준(왼쪽)이 KB손해보험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키 199㎝ 미들 블로커(센터) 양희준은 한양대를 거쳐 올 시즌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2순위로 KB손해보험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달 5일 대전 삼성화재전을 통해 데뷔한 뒤 4라운드 잔여 4경기를 모두 소화했고, 5라운드에도 연신 스타팅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선발 출전한 7경기 중 5경기에서 6점 이상 올렸다. 그동안 기록한 서브에이스가 7개이니, 서브에서도 기대 이상 활약을 하고 있는 셈이다.

베테랑 박진우와 짝을 이루는 센터 김홍정이 손가락 골절 부상으로 자리를 비워 전력 약화가 우려됐는데, 양희준이 공백을 잘 메우고 있다. 이제 곧 김홍정이 복귀하니 센터진 두께감이 상당하다.

9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천안 현대캐피탈과 2021~2022 프로배구 도드람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홈경기에서도 그는 선발로 나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블로킹 4개, 서브에이스 1개를 곁들이면서 총 11점을 쌓았다. 팀에서 케이타(25점) 다음으로 많은 점수다. 공격성공률은 무려 100%에 달했다. 군더더기 없는 플레이로 승리에 앞장섰다. 팀은 세트스코어 3-0(25-15 25-23 25-21) 완승했다.

경기 앞서 후인정 KB손해보험 감독은 "오늘도 (양)희준이가 선발로 나온다. 잘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파이팅이 마음에 든다. 케이타와 함께 코트 안에서 파이팅을 외칠 선수가 필요했다. 공격이나 서브 등 다방면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칭찬했는데, 이날도 기대에 부응했다.

센터지만 서브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센터지만 서브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블로킹을 잡거나 서브 득점을 기록했을 때 보여주는 파이팅 넘치는 세리머니도 인상적이다. 케이타와 양희준이 있어 KB손해보험 코트 분위기는 처질 틈이 없다. 구단 관계자는 "케이타와 세리머니 짝꿍이기도 하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경기 후 후인정 감독은 "양희준은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본인이 하려고 하는 의지도 강해 더 다듬으면 충분히 한국 배구에서 센터 한 자리를 꿰찰 선수로 성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블로킹도 공격도, 서브 스타일도 특이하다. 우리도 이 친구가 서브를 어디로 칠 지 모르겠다. 그 개성을 살리면 충분히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KB손해보험은 젊은 선수들, 실전 감각이 떨어진 선수들의 성장을 위해 경기가 있는 날 팀을 이원화 해 운영하고 있다. 양희준 역시 입단 후 1~3라운드까진 경기장에 오지 않는 상비군에 포함돼 훈련장에 남아 김진만 코치 지도를 받았다. 후 감독은 상비군을 둔 효과가 나오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양희준은 "상비군에선 평소에 기회가 적었던 세터와 호흡을 맞추는 훈련, 센터 블로킹을 읽는 훈련 등을 했다. 좋지 않은 습관을 고치는 데 집중하고 있고, 서브 면에서도 큰 도움이 됐다"고 돌아봤다.

거의 매 경기 서브에이스를 하나씩 기록하고 있다. 그는 "내가 봐도 내 서브는 독특하다. 스파이크 서브 치는 게 쉽지 않다고들 한다. 윙 스파이커(레프트) 형들은 미팅 능력이 좋은데, 나는 아직 떨어진다. 감독님께서 '아무 생각 없이 자신 있게 패'라고 하셔서 그렇게 하고 있는데, 점수로 연결되면 뿌듯하고 쾌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후인정 감독은 양희준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후인정 KB손해보험 감독은 양희준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시즌 중반까진 데뷔도 못 했지만 이제는 신인상 후보로 급부상 중이다.

양희준은 "그 전에는 당장 뛰고 싶어도 욕심이라고 생각했다. 우연히 기회가 온 만큼 더 확실히 잡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며 "상비군에서 기량을 올리자는 생각이었는데, 기회를 주고 좋게 봐주시니 얼떨떨하기도 하다. 한 경기씩 뛸 때마다 재밌고, 더 많은 경기를 뛰고 싶다"고 힘줬다.

이어 "처음에는 (신인상 욕심이) 없었는데 주위에서 언급도 하시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하니 욕심이 조금씩 난다. 그 전에 팀이 우승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팀으로 하나 돼 배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롤 모델을 묻자 고희진 삼성화재 감독과 현역 최고 센터로 통하는 신영석(수원 한국전력)을 꼽았다. "처음 배구를 시작하고서 고등학교 때까진 고희진 감독님 영상을 많이 보면서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배우고 싶었다. 대학교 때부터는 신영석 선수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 3위로 마친 KB손해보험은 현재 선두 인천 대한항공(승점 50)을 승점 1 차로 쫓고 있다. 우승을 노리는 상황에서 매 경기 긴장감이 상당하다. 그래도 양희준은 부담을 갖기 보다 신인답게 즐기면서 팀에 패기를 불어넣고자 한다. 

"팀이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내면서 가고 있고, 거기서 한 자리를 맡아 경기에 뛴다는 게 부담스럽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부담스러워 하기만 하면 코트에서 원래 할 수 있는 것도 못할 것 같다. 신인인 만큼 재밌게 또 패기있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즐기자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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