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2-22 22:49 (목)
황대헌 금메달, 아주 특별한 의미 넷
상태바
황대헌 금메달, 아주 특별한 의미 넷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2.02.09 23: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대한민국의 동계올림픽은 역시 쇼트트랙이다. 이틀 전 황당한 판정으로 메달을 놓쳤던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간판 황대헌(23‧강원도청)이 한을 풀었다.

황대헌은 9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스티븐 뒤부아(캐나다), 세묜 옐리스트라토프(러시아올림픽위원회)를 제치고 가장 먼저 레이스를 마쳤다.

금메달을 획득한 그는 높이 번쩍 뛰어 지도자들과 격하게 포옹했고 태극기를 펄럭이며 링크를 돌았다. 빙판에 무릎을 꿇은 채 두 팔을 펼쳐 위를 바라보기도 했다. 검지손가락을 까딱까딱 흔드는 세리머니에 관중석에 있던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윤홍근 선수단장(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을 비롯한 선수단 임원들도 기쁨을 만끽했다.

황대헌이 금메달을 확정한 후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황대헌은 안양 출신이다. 부흥고등학교 재학 중이던 2016~2017시즌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2차 대회 남자 1000m에서 세운 1분20초875 세계기록은 여태 깨지지 않았다. 생애 첫 올림픽이던 2018 평창 대회에서 500m 은메달을 획득했으나 국민들은 1500m 결승, 1000m 준준결승 등 두 차례 넘어진 장면을 더 많이 기억하곤 했다. 

불운했던 그라서 이번 금메달은 더욱 의미가 있다. 크게 보면 네 가지다.

무엇보다 정상적인 조건 속에 경쟁할 경우 개최국 중국이 한 수 아래라는 사실을 널리 알렸다. 이틀 전 1000m에서 노골적인 편파 판정 속에 금‧은 메달을 가져간 중국은 이번엔 결승 진출조차 못했다. ‘조작 금메달리스트’ 런쯔웨이는 이날 준결승 이준서(한국체대)와의 대결에서 또 팔을 써 실격 처리됐다.

레이스를 주도하는 황대헌. 선두로 치고 나간 이후부터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황대헌의 멘탈은 놀라울 정도다. 4년의 구슬땀과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어려운 일을 당하고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날 전 현지 취재진과의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중국 텃세를 극복할 방법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비밀”이라며 “여기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한국인 김선태를 감독으로, 러시아인 빅토르 안(안현수)을 기술코치로 둔 중국대표팀을 암시하는 발언에 국민들은 시원함을 느꼈다.

황대헌 덕에 한국은 쇼트트랙 최강국의 명성을 이었다. 쇼트트랙은 동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한국에 금메달을 안겼음은 물론 역대로 단연 가장 많은 금맥을 캔 효자종목이다. 황대헌은 한국에 통산 32번째 동계올림픽 금메달이자 역대 25번째 쇼트트랙 금메달을 기록했다. 이로써 쇼트트랙은 하계올림픽의 양궁(27개)을 바짝 추격했다.

시상대에 오른 황대헌이 검지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각종 내분과 사태로 쏠린 우려를 잠재운 것도 박수 받아 마땅하다. 한국 쇼트트랙은 2018 평창 대들보 둘의 이탈로 어수선했다. 여자 심석희(서울시청)가 동료 욕설‧비하 논란으로 자격정지 2개월 징계를 받아 출전 무산됐고, 남자 임효준(린샤오쥔)은 황대헌 성추행 사건으로 국가대표 자격 박탈 뒤 중국으로 귀화해버렸다. 황대헌이 ‘한국 쇼트트랙이 위기’라는 세간의 평가를 잠식시킨 셈이다.

이번 대회 대한민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이라는 점도 큰 기쁨이다. ISU 심판들의 노골적인 중국 편들기로 남자 1000m 금맥캐기가 무산된 데다 전날 첫 금메달이 유력해 보이던 종목 스노보드의 ‘배추보이’ 이상호가 8강 토너먼트에서 탈락하면서 당초 대한체육회가 내걸었던 ‘금메달 1~2개로 종합순위 15위’란 목표가 흔들리던 차였다. 황대헌이 ‘골드 가뭄’을 깼다. 한국은 황대헌 덕분에 정확히 15위로 점프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