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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뉴-시프린 좌절, 빙상도 설상도 수준미달 [2022 베이징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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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뉴-시프린 좌절, 빙상도 설상도 수준미달 [2022 베이징올림픽]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2.10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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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쇼트트랙 편파 판정만이 문제가 아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둘러싼 논란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접촉자 등 격리의 일관성 없는 기준, 수준 낮은 식사 등은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력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어야 하지만 이마저도 미비한 상황이다.

특히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이 함께 이뤄지는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과 설상 종목이 치러지는 경기장에서 문제가 두드러지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하뉴 유즈루는 피겨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첫 점프를 실수하며 8위에 그쳤다. 연습 도중에도 얼음 사이 구멍에 스케이트 날이 끼며 넘어지는 장면을 연출했다. [사진=연합뉴스]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선 하루에도 오전과 오후로 시간 차를 두고 피겨와 쇼트트랙 경기가 병행되고 있다. 문제는 두 종목에 알맞은 얼음의 온도 차. 통상 피겨는 영하 3도, 쇼트트랙은 영하 7도 가량이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각 종목에 적합한 얼음의 두께가 다르기 때문.

문제는 피겨 경기가 끝난 뒤 온도를 재조정하고 펜스 설치 후 쇼트트랙 링크로 변신시키는 과정. 얼음에선 이물질이 빈번하고 노출되고 있고 특별한 충돌 없이도 넘어지는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5일 2000m 혼성계주에서 박장혁(스포츠토토)가 첫 희생양이 됐고 7일 여자 500m에선 최민정(성남시청)도 넘어져 고개를 떨궜다.

얼음판이 깨지고 수시로 보수를 하고 있지만 좀처럼 원활하게 작업이 이뤄지지 않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쇼트트랙을 치른 뒤 다음날 오전 열리는 피겨라고 예외는 아니다. 2018년 평창 대회 금메달리스트 하뉴 유즈루(일본)는 지난 8일 남자 쇼트프로그램에서 첫 점프부터 실수를 범하며 95.15점으로 8위에 그쳤다. 개인 최고점(111.82)과 비교하면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는 수치.

하뉴지만 “컨디션이 나쁜 건 아니다. 경기 중 얼음에 구멍이 있는 걸 발견했고 그 영향을 받았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점프 때 스케이트 날이 구멍에 끼지 않을까 하는 불안으로 인해 첫 점프부터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한 것. 평소 좀처럼 부정적인 감정표현을 하는 일이 없던 하뉴의 발언이었기에 더욱 눈길을 끌었다.

스키 여제 미케일라 시프린은 회전과 대회전에서 연달아 넘어지며 실격됐다. 시프린이 두 종목 연속 넘어진 건 무려 10년여 만에 벌어진 일이다. [사진=AP/연합뉴스]

 

설상의 문제도 만만치 않다. 베이징은 지역적 특성상 자연설이 부족하다. 그로 인해 자연설 없이 100% 인공눈으로만 구성될 수밖에 없었다. 인공눈은 자연설보다 입자가 작아 뭉쳐지면 단단해지고 이는 선수들에게 더 피로감을 느끼게 만든다. 그로 인해 부상 위험도도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베이징 인공눈의 설질 자체도 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7일 알파인 스키 여자 대회전에선 니나 오브라이언(미국)이 결승선을 앞두고 기문과 충돌한 뒤 넘어졌고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이날 참가자 80명 중 완주에 성공한 건 49명 뿐이었다.

‘스키 여제’ 미케일라 시프린(미국)도 베이징 설상 악몽을 피해가지 못했다. 9일 시프린은 옌칭 국립 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알파인스키 여자 회전 1차 시기에서 출발 5초 만에 넘어지며 고개를 떨궜다. 지난 7일 대회전 1차 시기에서도 주행 도중 미끄러져 실격됐는데 전 종목 석권을 노렸던 여제의 충격적인 엔딩에 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시프린은 2014년 소치 대회 회전, 2018년 평창 대회 대회전 챔피언.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통산 73승을 거뒀는데 두 종목에서 회전과 대회전에서 연속으로 완주하지 못한 건 2011년 12월 이후 10년 2개월만이다. 지난 11년, 229차례 레이스 중 완주에 실패한 건 단 14번에 불과했다. 베이징 설질의 심각성을 한 눈에 보여주는 수치.

미국 스노보드 스타이자 지난 두 차례 올림픽에서 2연패를 달성한 제이미 앤더슨 또한 “마치 방탄 얼음처럼 느껴져 절대 넘어지고 싶지 않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 때문에 이토록 올림픽 개최에 열을 올렸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 자국의 메달 잔치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이 허무맹랑하게만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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