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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다 차준환, '남자 김연아'가 쓴 극적인 반전드라마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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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다 차준환, '남자 김연아'가 쓴 극적인 반전드라마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2.10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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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여왕' 김연아(32·은퇴)를 보고 자란 '연아키즈' 대표격 차준환(20·고려대)이 한국 피겨스케이팅 역사를 새로 썼다. 한국 남자선수 중 싱글에서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톱5(5위)에 들었다. 스스로도 앞으로 더 발전할 자신이 기대된다며 활짝 웃었다.

차준환은 10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93.59, 예술점수(PCS) 90.28, 감점 1로 총점 182.87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얻은 99.51점을 더해 최종 282.38점으로 네이선 첸(미국·332.60점), 가기야마 유마(310.05점), 우노 쇼마(293.00점), 하뉴 유즈루(283.21점·이상 일본)에 이어 전체 5위를 차지했다. 올림픽 3연패에 도전했던 하뉴와 격차는 단 0.83점에 불과하니 세계 정상권으로 도약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국선수가 올림픽 피겨에서 5위 이내에 이름을 올린 건 2010년 밴쿠버 대회 금메달, 2014년 소치 대회 은메달을 딴 김연아 이후 처음이다. 차준환은 첫 올림픽이었던 평창에서 기록한 한국 남자싱글 올림픽 최고순위(15위)도 크게 끌어올렸다. 아울러 지난달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세운 한국 남자싱글 공인 최고점(273.22점)도 넘어섰다.

[사진=연합뉴스]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마친 후 감격에 젖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차준환이 한국 피겨 역사를 새로 썼다. [사진=연합뉴스]

차준환은 쇼트프로그램 순위 역순으로 진행된 순서에 따라 출전 선수 24명 중 21번째로 은반에 섰다. 자코모 푸치니의 '투란도트(Turandot)'에 맞춰 연기를 시작했다. 

관건은 초반부 구성한 4회전 점프 2개. 첫 과제였던 쿼드러플 토루프 점프를 시도하다 크게 넘어지면서 언더로테이티드(under rotated·점프 회전수가 90도 이상~180도 이하로 모자란 경우) 판정을 받고, 수행점수(GOE) 3.80이 깎였다. 그의 연기요소 중 가장 성공률이 떨어지는 점프였는데,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첫 점프 실수에도 불구하고 차준환은 훌훌 털고 두 번째 점프 과제부터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 필살기인 쿼드러플 살코를 클린 처리한 뒤 트리플 러츠-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완벽하게 구사했다. 이어 플라잉 카멜 스핀(레벨4)과 스텝 시퀀스(레벨4)로 완성도를 높였다.

호흡을 다듬은 그는 트리플 악셀-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클린 처리하며 기세를 올렸다. 10% 가산점이 붙는 후반부에도 수준 높은 연기를 이어갔다. 트리플 악셀을 깨끗하게 성공해 GOE 1.94를 챙긴 뒤 기본 배점 11.77점의 트리플 러츠-싱글 오일러-트리플 살코 콤비네이션 점프를 깔끔하게 소화했다.

이후 마지막 점프 과제인 트리플 플립도 클린 처리했다. 코레오 시퀀스(레벨1)와 체인지 풋 싯 스핀(레벨4),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레벨3)으로 연기를 마무리한 뒤 활짝 웃어보였다.

[사진=연합뉴스]
첫 점프 과제에서 넘어졌지만 이후 평정심을 유지하며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 [사진=연합뉴스]

평창 대회를 통해 한국 남자 피겨 간판으로 거듭난 그지만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지난 4년간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만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최근 2년 동안 훈련에 애를 먹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브라이언 오서 코치 지도를 받던 차준환은 2020년 초 캐나다 국경이 봉쇄되자 귀국해야 했다. 이후 국내에서 지도자 없이 홀로 일정을 짜 운동했다. 쿼드러플 점프 연마에 힘썼고,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국제대회가 재개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다시 피치를 끌어올렸다. 지난해 3월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남자선수 최초로 톱10에 들며 베이징 올림픽 쿼터를 2장 확보했다. 11월 일본에서 열린 2021~2022 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4차대회 NHK트로피에선 3위로 마쳤다. 차준환이 시니어 그랑프리에서 메달을 따낸 건 2018~2019시즌 3차대회 이후 3년만이었다.

그리고 지난달 정점을 찍었다. 유럽을 제외한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 4개 대륙 선수들이 출전하는 4대륙선수권에서 클린 연기를 펼치며 우승했다. 첸(미국), 하뉴(일본) 등 최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하진 않았지만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계기로는 충분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차준환. [사진=AFP/연합뉴스]
베이징 동계올림픽 앞서 열린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기세를 올렸고, 올림픽에서 새 역사를 썼다. [사진=AFP/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첫 점프에서 넘어지는 큰 실수가 나왔지만, 남은 연기요소에서 실수를 범하지 않아 만족스럽다"며 "목표로 세웠던 개인 최고점과 톱10 성적을 모두 이뤄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경기로 희망을 발견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며 "더 강한 선수로 성장하겠다"고 활짝 웃었다.

차준환은 "평창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그 경험을 발판 삼아 이번 올림픽을 잘 준비할 수 있었다. 힘든 순간이 많았는데, 값진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돌아보며 "특히 불안감과 긴장감을 관리하는 방법을 배운 것 같다. 이번 올림픽을 또 다른 경험 삼아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힘줬다.

차준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다음 목표는 세계선수권이다. 나아가 다음 올림픽까지 바라본다. "평창에선 경험을 쌓았고, 베이징에선 목표를 이뤘다"며 "(함께 출전한) 이시형(고려대)과 다음 올림픽 때는 꼭 출전권 3장을 가져오자고 이야기 했는데, 그때는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는 "더 많은 4회전 점프를 구성요소에 넣고 깨끗한 프로그램을 펼치고 싶다"며 "숙제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오는 15일부터는 여자싱글 경기가 시작된다. 차준환은 후배 유영과 김예림(이상 수리고)에게 "올림픽은 참 소중한 순간"이라며 "순간순간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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