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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포' 클로이 김, 중압감과 인종차별 이겨내고 [베이징 동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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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포' 클로이 김, 중압감과 인종차별 이겨내고 [베이징 동계올림픽]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2.11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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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교포 클로이 김(22·미국)이 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2연패를 달성했다. 디펜딩챔프로서 중압감에 못 이겨 4년 전 평창 대회에서 딴 금메달을 버렸던 적이 있다고 토로했던 그가 본선에서 다시 활짝 웃었다.

클로이 김은 10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겐팅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4.00점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2018년 평창 대회에 이어 올림픽 2연속 우승이다.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1998년 나가노 대회부터 정식종목이 됐는데, 2연속 같은 선수가 정상에 선 건 처음이다. 남자부에선 '레전드'로 불리는 숀 화이트(미국)가 2006년 토리노와 2010년 밴쿠버에서 2연패에 성공한 바 있다. 클로이 김이 새로운 전설을 쓰게 됐다.

[사진=AP/연합뉴스]
클로이 김이 올림픽 2연패를 확정짓고 활짝 웃었다. [사진=AP/연합뉴스]

예선에서 87.75점을 획득하며 1위로 결선에 오른 클로이 김은 1차시기부터 상대를 압도했다. 유일한 90점대(94.00점)를 받으며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평창에서도 유일하게 90점을 돌파하며 여유있게 우승했던 그는 올해도 군계일학으로 통했다. 이번에는 케랄트 카스텔레(스페인)가 90.25점으로 추격하긴 했지만 그는 마지막 3차시기를 시도하기 전 이미 우승을 확정했다.

1차시기에서 프런트 1080, 백사이드 1080 등 3회전 기술을 여유있게 성공한 그는 연기를 마친 뒤 스스로도 놀랐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더니 그대로 바닥에 엎드리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2차시기 앞서 2위였던 도미타 세나(86.00점)에 크게 앞섰던 클로이 김은 3바퀴 반을 도는 1260을 시도하다 넘어졌다. 3차시기 마지막 순서였던 그는 앞서 경쟁자들이 자신의 점수를 넘지 못해 금메달을 확보하자 3차시기 한번 더 1260에 도전했지만 또 다시 쓰러졌다. 두 차례 연속 넘어져 20점대에 그쳤는데, 챔피언으로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로써 클로이 김은 2018 평창 올림픽부터 출전한 9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4년 동안 올림픽 2회, 월드컵 5회, 세계선수권 2회에 출전해 모두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사진=AP/연합뉴스]
클로이 김은 지난 4년 인종차별로 어려움을 겪었고, 챔피언으로서 중압감과도 싸워야 했다. [사진=AP/연합뉴스]

2000년생 클로이 김은 대회 개막 전부터 이 대회를 대표하는 스타로 주목받았다. 어릴 때부터 '스노보드 신동'으로 유명세를 탔고, 이 종목 2연패가 유력한 강호였다. 부모가 모두 한국인인 그는 아시안으로서 미국에서 자라면서 겪었던 인종차별을 털어놓기도 해 사회적으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가 됐다. 

대회 개막 앞서 그는 미국 타임과 인터뷰에서 10대 나이에 따낸 올림픽 금메달이 부담스러워 평창 대회가 끝난 뒤 금메달을 부모님 집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고백해 화제를 모았다. 또 2019년 이후에는 미국 명문 프린스턴대에 진학하며 1년 넘게 선수생활을 중단하기도 했다.

18살이던 평창 대회 때도 예선 도중 SNS에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거나 '배가 고프다'는 글을 올려 개성을 발산했던 클로이 김은 이번에도 인스타를 통해 특유의 엉뚱함을 드러냈다. 금메달을 따자마자 2·3차시기 넘어진 탓에 아파하는 듯한 익살스러운 표정과 함께 '아이고, 내 엉덩이(Ow my butt)'라는 멘트를 남겼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는 이날 우승 뒤 인터뷰에서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연습 때 8번 정도 시도해서 2번 정도 제대로 착지하는 연기였는데 1차시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며 "그래서 부담을 덜었고, 2·3차에는 좀 더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클로이 김은 SNS에 2, 3차시기 넘어졌던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한 유쾌한 사진을 올리며 우승을 만끽했다. [사진=클로이 김 인스타그램 캡처]
클로이 김은 SNS에 2, 3차시기 넘어졌던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한 유쾌한 사진을 올리며 우승을 만끽했다. [사진=클로이 김 인스타그램 캡처]

클로이 김은 2·3차시기 넘어진 데 대해선 "사실 최근에 배운 기술인데 한번 시도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었다. 연습 때도 한 번 성공한 기술"이라며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었다. 다음에는 꼭 성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교적 여유 있는 우승이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았다. "평창에선 3바퀴를 도는 1080을 많이 보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흔한 기술이 됐을 정도로 다른 선수들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평창 대회 금메달 이후 인종차별적 아픔을 겪었던 것에 대해선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이번엔 좀 준비가 됐다. 나도 더 성장했고, 많이 배웠기 때문"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 속에서도 이렇게 나라를 대표해 나오게 돼 기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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